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깡패 고양이의 환영

.... 조회수 : 1,220
작성일 : 2014-04-11 19:38:10
깡패 고양이는 요즘 좀 심심한 것 같아요. 제가 늘 늦게 들어가거든요. 며칠 전에는 좀 우울해보이더군요. 밥 먹고 나선 늘 신나서 우다다 뛰어다녔는데 그 날 따라 그냥 침대 발치에 올라와서 조용히 잠들었어요. 제가 일어나도 쳐다보기만 하구요. 그러다가 또 뭐 기분이 나빠졌는지 제 손을 꼭꼭 깨물어보기도 했어요. 

다행히 다음 날 아침엔 전처럼 활발한 고양이가 되었지요. 요사이 저희 건물이 공사중인데 낮에 시끄러워 잠을 못 잤거나 스트레스 받아 그런가 추측만 할 뿐입니다.

어제는 저도 너무 피곤해서 일곱시 쯤 집에 들어갔더니, 고양이가 자다 나와서 격하게 반겨요. 저녁 일곱시는 아직 그에게 한 밤중인 거에요. 아홉 시는 넘어야 일어나는데 말이지요. 어쩐 일로 이리 일찍왔느냐는 듯 난리에요. 제 손에 뺨 문지르기, 귀 앞 이마 문지르기, 박치기하기, 구르르륵 하면서 180도 돌아서 엉덩이 들이 밀기를 번갈아 해요. 엉덩이는 대체 왜? -_-; 아마 궁디팡팡을 원하는 것 같아서 토닥토닥 해줬어요. 제가 책이나 핸드폰을 보고 있으면 으응~ 하면서 손으로 제 팔을 건드리는데 그럴 땐 정말 사람하고 똑같아요. 으응~ 다음에 나 좀 봐, 책 그만 보고. 하고 말이라도 할 것 같아요. 억양도 꼭 사람 같아요.

고양이 밥을 먹이고 저는 일찍 잤어요. 요즘 운동을 계속 열심히 하는데다, 일도 많아서 피곤해요. 주말에도 늘 직장에 가서 이것 저것 찾아보고 급하지 않으나 중요한 일들을 조금씩 하고 있어요. 일은 참 재미있어요. 작년엔 급한 일에 치어서 중요한 일들을 할 틈이 없었는데 올해는 인력이 늘어서 편하군요. 좋아요. 작년에는 세 명 분의 일을 혼자 해야 했거든요. 올해는 그래도 두 명입니다. 

일을 늘 완벽하게 할 수는 없는데, 실수가 치명적인 분야도 있어요. 예전에는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제 정신을 유지하는 걸까 궁금하기도 했어요. 완벽할 수는 전혀 없다는 걸 인정하고 할 수 있는 만큼만 정신차리고 하는 걸 목표로 해야겠어요. 극단적인 완벽주의가 우울감과 더불어 극단적 선택을 가져올 수도 있다는 걸 가까이서 보곤 합니다. 세상에 하늘이 무너질 일이란없는데, 그래도 어떤 상황에 너무 몰입하면 또 그렇게 보이기도 하나봐요.
IP : 147.46.xxx.91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아아 부럽
    '14.4.11 8:34 PM (121.162.xxx.155)

    아유 글을 참 잘쓰시네요.
    깡패고양이 한마리 들이고 싶네요 저도.ㅎ
    어쩜 저리 애교스런 동거냥이라니..

    전 회사 바로 앞 조그만 공원에 사는 제가 퇴근할 때 마다 다가오는 냥이가 있어
    근처 편의점 가서 크래미 하나 사서 줬네요.
    잘먹던걸요 ㅎ
    그길로 집근처 슈퍼에 가서 캔 잔뜩 사왔네요. 3개 ㅋㅋ
    퇴근할 때 마다 줘야겠어요.

  • 2. 동거냥 얼굴쫌..
    '14.4.11 8:37 PM (121.162.xxx.155)

    근데 깡패는 어디가면 얼굴 볼 수 있나요?
    줌인줌아웃??

  • 3. 아기처럼
    '14.4.11 8:43 PM (121.162.xxx.155)

    집에 계실때 격하게 같이 많이 놀아주세요.
    고양이들도 외로움 많이 탄대요.
    우리 공원에 고양이들도 서로 잡기놀이 하더라구요... 즐거워 보이더군요.
    비둘기나 새가 있으면 그거 잡느라 초 집중놀이.
    뭐 그렇게 하루종일 노는듯했어요.
    그런데 깡패는 혼자 집에 덩그러니 하루종일 있으니...

  • 4. ...
    '14.4.11 9:12 PM (147.46.xxx.91)

    저는 가끔 고양이들이 정말 말을 할 수 있는 것 같다고 느껴요.

    동네 고양이 한마리가 숨어서 멀리 있는 참새를 노리는 걸 봤는데,
    제가 말을 거니까 돌아보면서 눈빛을 쏘더군요.

    안녕? 나도 너랑 놀고싶은데 지금은 저 참새 때문에 좀 바빠, 그럼 이만!

    딱 요렇게 말하는 눈빛으로 저를 보더니 낮은 포복으로 다음 숨을 곳을 향해 전진.
    우왕 너무 사람 같았어요.

    다른 한 녀석은 저희 직장 근처에서 본 고양이에요.
    원래 그 구역 짱이 제가 준 먹이를 독점하길래,
    인석한테는 떨어진 곳에 따로 먹이를 줬거든요.
    뭐라고 말할 것 같은 표정으로 저를 2-3초 보더니 밥을 맛나게 먹더군요.

    눈빛이 정말 인상적이라 잊을 수가 없어요.

  • 5. ..
    '14.4.11 9:19 PM (211.224.xxx.57)

    저희집 주변에도 고양이들이 많아서 관찰해보면 개들끼리 엄청 재미나게 놀아요. 혼자 멍때리고 있으면 뒤에서 몰래 다가와서 확 밀기도 하고 둘이 씨름놀이하기도 하고 햝아주기도 하고 낮엔 자기가 좋아하는 장소로 각자 흩어져서 오수를 즐기고 둘둘이 마실도 가고. 고양이들은 형제가 아니더라도 어려서 비슷하게 자란 애들끼린 싸우지 않고 친하게 지내더라고요. 겨울엔 자기네 보금자리서 다들 엉겨붙어 자고요. 그래야 따뜻하니까. 여기는 시골이라서 고양이들 살기가 좋거든요. 애들은 저희가 사료를 줘서 배는 덜 곯기도 하고요. 첨엔 애미잃은 형제 둘만 줬는데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고정멤버 4마립니다. 몇마리 더 와서 먹고 가기도 하고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69181 힘들어요..조언 좀 해주세요 8 어쩌죠 2014/04/13 1,500
369180 근래에 보기 드문 최악의 영화.... 10 .. 2014/04/13 5,799
369179 정말 새까맣게 모르고 있었어요.....하나도.....이게 정말 .. 8 .... 2014/04/13 2,857
369178 제주도 생전 처음입니다 도와주세요!!! 1 제주도 2014/04/13 785
369177 한국 저고도 레이저 10대 구매 위해 2천억 원 예산 책정 3 궁민이봉 2014/04/13 666
369176 아동학대 가해자 80%가 부모..친부가 41% 3 샬랄라 2014/04/13 895
369175 네스프레소 커피머신 구입문의 10 제이바다 2014/04/13 3,224
369174 두부조림할때 굽지 않고 조림해도 괜찮나요 5 마요 2014/04/13 2,272
369173 삼겹살 어떻게 먹는거 좋아하세요? 6 겹살 2014/04/13 1,574
369172 여자는 마음만 먹으면 결혼할수 있다네요 11 ... 2014/04/13 4,222
369171 갑동이 볼만 한가요? 2 위기의 주부.. 2014/04/13 1,750
369170 세탁실에만 곰팡이가 펴요. 2 없어져라 2014/04/13 1,536
369169 이코노미스트, 韓 이스라엘로부터 저고도 레이더 구매 3 light7.. 2014/04/13 670
369168 어제 다녀온 소개팅 후기 54 대박일세 2014/04/13 14,959
369167 바이타믹서와waring가론믹서기 사과향 2014/04/13 969
369166 드레스 너무 입고 싶은데 가격이! bbb 2014/04/13 699
369165 서울 모르는 정몽준, '서울시장' 되겠다고? 5 샬랄라 2014/04/13 1,100
369164 전사법연수원생 부친 아파트반환소송 2 /// 2014/04/13 2,342
369163 남편. 아들과 단둘이 이발하러 가시나요? 6 남편 2014/04/13 901
369162 잘못된 다이어트로 먹으면 바로 찌는 체질이 되었는데... 2 빰빰빰 2014/04/13 1,497
369161 아이가 해달라는대로 다 해주는 남편 3 ㅇㅇ 2014/04/13 931
369160 요즘 남자대학생들 시계는 어떤게 좋은가요? 3 땡땡맘 2014/04/13 1,542
369159 반포근처에 세미나할만한 조용한 장소...? 2 모임 2014/04/13 764
369158 어디 햄버거가 좋으세요? 32 2014/04/13 4,625
369157 수십년째 같은 패턴의 꿈.. 왜일까요 ㅠ 6 2014/04/13 1,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