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깡패 고양이의 환영

.... 조회수 : 1,192
작성일 : 2014-04-11 19:38:10
깡패 고양이는 요즘 좀 심심한 것 같아요. 제가 늘 늦게 들어가거든요. 며칠 전에는 좀 우울해보이더군요. 밥 먹고 나선 늘 신나서 우다다 뛰어다녔는데 그 날 따라 그냥 침대 발치에 올라와서 조용히 잠들었어요. 제가 일어나도 쳐다보기만 하구요. 그러다가 또 뭐 기분이 나빠졌는지 제 손을 꼭꼭 깨물어보기도 했어요. 

다행히 다음 날 아침엔 전처럼 활발한 고양이가 되었지요. 요사이 저희 건물이 공사중인데 낮에 시끄러워 잠을 못 잤거나 스트레스 받아 그런가 추측만 할 뿐입니다.

어제는 저도 너무 피곤해서 일곱시 쯤 집에 들어갔더니, 고양이가 자다 나와서 격하게 반겨요. 저녁 일곱시는 아직 그에게 한 밤중인 거에요. 아홉 시는 넘어야 일어나는데 말이지요. 어쩐 일로 이리 일찍왔느냐는 듯 난리에요. 제 손에 뺨 문지르기, 귀 앞 이마 문지르기, 박치기하기, 구르르륵 하면서 180도 돌아서 엉덩이 들이 밀기를 번갈아 해요. 엉덩이는 대체 왜? -_-; 아마 궁디팡팡을 원하는 것 같아서 토닥토닥 해줬어요. 제가 책이나 핸드폰을 보고 있으면 으응~ 하면서 손으로 제 팔을 건드리는데 그럴 땐 정말 사람하고 똑같아요. 으응~ 다음에 나 좀 봐, 책 그만 보고. 하고 말이라도 할 것 같아요. 억양도 꼭 사람 같아요.

고양이 밥을 먹이고 저는 일찍 잤어요. 요즘 운동을 계속 열심히 하는데다, 일도 많아서 피곤해요. 주말에도 늘 직장에 가서 이것 저것 찾아보고 급하지 않으나 중요한 일들을 조금씩 하고 있어요. 일은 참 재미있어요. 작년엔 급한 일에 치어서 중요한 일들을 할 틈이 없었는데 올해는 인력이 늘어서 편하군요. 좋아요. 작년에는 세 명 분의 일을 혼자 해야 했거든요. 올해는 그래도 두 명입니다. 

일을 늘 완벽하게 할 수는 없는데, 실수가 치명적인 분야도 있어요. 예전에는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제 정신을 유지하는 걸까 궁금하기도 했어요. 완벽할 수는 전혀 없다는 걸 인정하고 할 수 있는 만큼만 정신차리고 하는 걸 목표로 해야겠어요. 극단적인 완벽주의가 우울감과 더불어 극단적 선택을 가져올 수도 있다는 걸 가까이서 보곤 합니다. 세상에 하늘이 무너질 일이란없는데, 그래도 어떤 상황에 너무 몰입하면 또 그렇게 보이기도 하나봐요.
IP : 147.46.xxx.91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아아 부럽
    '14.4.11 8:34 PM (121.162.xxx.155)

    아유 글을 참 잘쓰시네요.
    깡패고양이 한마리 들이고 싶네요 저도.ㅎ
    어쩜 저리 애교스런 동거냥이라니..

    전 회사 바로 앞 조그만 공원에 사는 제가 퇴근할 때 마다 다가오는 냥이가 있어
    근처 편의점 가서 크래미 하나 사서 줬네요.
    잘먹던걸요 ㅎ
    그길로 집근처 슈퍼에 가서 캔 잔뜩 사왔네요. 3개 ㅋㅋ
    퇴근할 때 마다 줘야겠어요.

  • 2. 동거냥 얼굴쫌..
    '14.4.11 8:37 PM (121.162.xxx.155)

    근데 깡패는 어디가면 얼굴 볼 수 있나요?
    줌인줌아웃??

  • 3. 아기처럼
    '14.4.11 8:43 PM (121.162.xxx.155)

    집에 계실때 격하게 같이 많이 놀아주세요.
    고양이들도 외로움 많이 탄대요.
    우리 공원에 고양이들도 서로 잡기놀이 하더라구요... 즐거워 보이더군요.
    비둘기나 새가 있으면 그거 잡느라 초 집중놀이.
    뭐 그렇게 하루종일 노는듯했어요.
    그런데 깡패는 혼자 집에 덩그러니 하루종일 있으니...

  • 4. ...
    '14.4.11 9:12 PM (147.46.xxx.91)

    저는 가끔 고양이들이 정말 말을 할 수 있는 것 같다고 느껴요.

    동네 고양이 한마리가 숨어서 멀리 있는 참새를 노리는 걸 봤는데,
    제가 말을 거니까 돌아보면서 눈빛을 쏘더군요.

    안녕? 나도 너랑 놀고싶은데 지금은 저 참새 때문에 좀 바빠, 그럼 이만!

    딱 요렇게 말하는 눈빛으로 저를 보더니 낮은 포복으로 다음 숨을 곳을 향해 전진.
    우왕 너무 사람 같았어요.

    다른 한 녀석은 저희 직장 근처에서 본 고양이에요.
    원래 그 구역 짱이 제가 준 먹이를 독점하길래,
    인석한테는 떨어진 곳에 따로 먹이를 줬거든요.
    뭐라고 말할 것 같은 표정으로 저를 2-3초 보더니 밥을 맛나게 먹더군요.

    눈빛이 정말 인상적이라 잊을 수가 없어요.

  • 5. ..
    '14.4.11 9:19 PM (211.224.xxx.57)

    저희집 주변에도 고양이들이 많아서 관찰해보면 개들끼리 엄청 재미나게 놀아요. 혼자 멍때리고 있으면 뒤에서 몰래 다가와서 확 밀기도 하고 둘이 씨름놀이하기도 하고 햝아주기도 하고 낮엔 자기가 좋아하는 장소로 각자 흩어져서 오수를 즐기고 둘둘이 마실도 가고. 고양이들은 형제가 아니더라도 어려서 비슷하게 자란 애들끼린 싸우지 않고 친하게 지내더라고요. 겨울엔 자기네 보금자리서 다들 엉겨붙어 자고요. 그래야 따뜻하니까. 여기는 시골이라서 고양이들 살기가 좋거든요. 애들은 저희가 사료를 줘서 배는 덜 곯기도 하고요. 첨엔 애미잃은 형제 둘만 줬는데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고정멤버 4마립니다. 몇마리 더 와서 먹고 가기도 하고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68912 아랫배 통증글에 답주신분 찾습니다 6 조언 2014/04/11 1,458
368911 남편의 이 말은 무슨 뜻인가요? 5 속내 2014/04/11 1,618
368910 전세집에 시멘트 못 치고, 이사갈 때 못 자국 원상복구 하는 방.. 2 fdhdhf.. 2014/04/11 3,843
368909 실패도 해봐야하는 경험인거 같아요 2014/04/11 767
368908 서울에서 영광가는길에 여행할만한 곳 3 U hoo 2014/04/11 911
368907 구피.. 산소 없음 죽나요? 6 열대어 2014/04/11 6,195
368906 마사지받고 얼굴이 빨갑니다. 3 피부 2014/04/11 1,234
368905 헤어진 김에 그냥그래 2014/04/11 505
368904 伊 베를루스코니, 사회봉사로 실형 대신할 듯 1 샬랄라 2014/04/11 412
368903 스쿼트 열심히 했더니‥ 남편 하는말이‥ 21 헐ㆍ 2014/04/11 19,332
368902 제일평화시장에 이태리 스카프 파는집이요 9 뽀잉뽀잉 2014/04/11 4,055
368901 초등4학년 '경기도의 생활' 교과서 집에 가지고 계신분!!! .. 2014/04/11 984
368900 봉사활동 하면서 이런소리 듣는게 기분 나쁘네요. 4 녹색어머니 2014/04/11 2,001
368899 부산 안과 추천 좀 해주세요 2 궁금궁금 2014/04/11 2,116
368898 성남에 돌마리라는 비빔국수 집 아시는 분~ 3 , 2014/04/11 1,249
368897 저 한관종 시술했어요. 7 ........ 2014/04/11 6,294
368896 방배동 급발진 의심사고 4명 사상 "세차 끝내고 휴게소.. 1 또 현대차네.. 2014/04/11 1,707
368895 아까 핸드폰 벨소리 찾아달라고... 제가 찾은것 같은데요 4 혹시 2014/04/11 873
368894 구로근처서 광명가는데 택시요금? 2 ㅂㅂ 2014/04/11 456
368893 인터넷 주문하는데 쿠키를 삭제하라는 메세지가 나오는데 어떻게 해.. 1 dk 2014/04/11 672
368892 반모임 첨 해본 초1엄마예요~ 30 --- 2014/04/11 7,889
368891 집고추장인데 맛이 시어요~ 2 궁금 2014/04/11 2,490
368890 남편 핸펀으로 전혀 엉뚱한 곳에서 문자가 수시로 오는데요.. 3 ..... 2014/04/11 1,024
368889 속당김엔 로션일까요? 1 .. 2014/04/11 1,194
368888 도대체 사과 하는게 그렇게 힘드냐 6 ... 2014/04/11 1,2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