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동네 둘러보는 재미가 크다
굳이 발품 팔아 북촌, 서촌 가지 않아도 언덕길 느티나무 아래 오밀조밀 옛집도 있고
할머니가 손수 벽돌을 칠해 빨간 벽돌집이라 이름 난 얕으막한 담장 낮은 집하며
곳곳에 들어선 가림막 사이로 재미난 가게들이 들어선다
모던한 빌라 사이사이 아직도 구멍가게가 있는 우리 동네
가파른 계단 양 옆으론 그림 같은 찻집이 두서너 개
노천카페 마냥 길가로 테이블 셑팅을 해놔서인지 그 묘한 부조화가 작은 소품 같다
매번 가던 길을 돌아돌아 가는 이유엔
요런 눈요기가 즐거워서다
젊은 총각들이 운영하는 베트남 쌀국수 집은 지날 때마다 향신료 냄새에 코가 벌룽댄다
문짝을 없애고 완전 오픈형인데 주방까지 훤히 보이고 무슨 나간 집 같은 컨셉인지는 몰라도
그 개방형이 주는 호기심에 사람들이 끊이지 않는다
그 구역이 다양한 먹거리가 즐비한 곳이다
중국인이 운영하는 대형 만두집
4계절 내내 빙수만 판매한다는 눈내리는 하얀 집
유기농 야채에 수제로 만든 햄버거... 근데 이 가게는 손님이 영 ...없다
조만간 업종이 바뀔 모양이다
그런 이유엔 바로 맞은 편 터키 현지인이 문을 연 다국적 케밥집이 있다
처음엔 케밥이었으나 본인이 개발한 피자 때문에 대박 난 집이다
어느 손님의 SNS후기를 타고 밤낮으로 불야성이라
근처 OO피잣집은 울상을 너머 울분에 끓은 나머지 문전성시를 이루는 사람들의 발길에 치여
자기구역 영업을 방해했다며 경찰에 신고한 일까지 있다
민망할 만큼 극과극의 두 집은 나란히 얄궂게 서 있다
궁여지책으로 주인장이 큼지막하게 붙인 1+1이라는 메뉴가 뻘건 글씨로 꽝 박혀있다
홧병이지 싶다...
문제는 이 무수한 맛집에 정작 그 동네 사람인 나는 차례가 영...
대형 프렌차이즈를 제치고 동네 빵집 1위를 달리는 한 제과점엔 4시 이후엔 판매를 하지 않는
대범한 전략으로 헛걸음에 입만 다시다 돌아오기 일쑤고
터키 그 집엔 아예 엄두를 못 내겠고
중국 만둔지 뭔지 하는 그 집은 성조 소리 요란한 그들만의 세계고
대충 뭐 하나 먹어볼까가 아닌 작정을 하고 채비를 해야 내 입속으로 골인하지 싶다
습관처럼 앞만 보고 직진 아니면 고개 외로 꼬고 심드렁하게 다니던 동네길이
요즘은 두리번대느라 여유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