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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육아휴직 복직 후 바보가 된 거 같아요....ㅠㅠ

후아.. 조회수 : 4,612
작성일 : 2014-04-11 01:09:10

15개월 육아휴직 쓰고 복직 했어요.

워낙 고스펙 팀이고, 엄청 머리 굴려야 하는 일이에요.

끊임없이 연구하고 적용하고 개발하고... 일정에 쫓기고 상사에 쫓기며...

빨리 빨리 성과내야 하는 직업이죠.

 

복직하고 나니 제가 했던 일은 마무리 됐고, 새로운 업무가 주어졌어요.

그런데.. 몇달 간 계속 삽질하고 있습니다... ㅠㅠ

정말 이젠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에요...

 

일에 몰두하다보면 가정이고 개인사고 뭐고 내팽겨쳐야 하는 곳인지라...

복직한 여직원들 중.. 딱 잘라 칼퇴하는 여직원들도 있어요.

그 사람들 욕할 맘은 없어요.. 그 심정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그런데, 저는 최고가 되고자 하는 것아니고, 그냥 어느 수준까지 끌어올려놓고 자신 있게 퇴근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정말 육아고 뭐고 다 내팽개치고 몰두 해야 갈까 말까라는게 여실히 느껴지네요.

어설프게 회사와 육아에 걸쳐 있는 이 기분...

그래서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하고 있지 못한 제 자신 ㅠㅠ

 

아이는 너무 소중하고...

그렇다고 일도 못 놓겠고...

 

업무에서 제대로 정리하고 잡고 가지 못하니.. 계속 구멍은 생기고...

 

요새 제 자신이 참 부끄러워질 지경이에요.

15개월 동안 까마득하게 일을 잊고 살아서인가...

기본적인 것도 기억 안나고, 묻게 되고.. 휴우... ㅠㅠ

 

요새 너무 힘드네요.

여기다 주절이주절이 적어봅니다. ㅠㅠ

IP : 119.64.xxx.27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4.4.11 1:14 AM (49.1.xxx.148)

    산후치매에요...ㅎㄷㄷㄷㄷㄷ 그래도 님은 끊임없이 자극받으면 다시 원상복귀 하실거에요.
    그냥 집에 들어앉으면 완전히 바보돼요.

  • 2. 그래서관둔여자
    '14.4.11 1:18 AM (125.180.xxx.210)

    하아...어떤 맘인지 너무 공감되어요.
    업무에 내 모든걸 올인해야 일 잘한다는 칭찬은 바라지도 않고 평타는 치는 상황.
    그러나 집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가족들, 주말에도 출근해야 하는데 애는? 며칠짜리 국내 출장, 일년에 서너번은 해외출장 정말 힘들었어요.
    결국 우리 둘째 봐주시다 허리 디스크 수술하신 시어머니의 육아 포기 선언에 나도 일을 포기했죠.
    결정타는 남편이 안정된 가정을 원한다기에..전쟁같은 생활은 종지부를 찍고요.
    근데 결론은 저 지금 무지 후회해요. 조금만 더 버틸걸...
    그 때 저보다 업무평가 나빴던 동료들도 지금까지 잘 다니는걸 보니 씁쓸합니다. 원글님 포기하지 말고 힘내세요.

  • 3. 애낳고나면
    '14.4.11 1:21 AM (58.236.xxx.201)

    애한테 모든 신경이 집중되느라 기억력도 없어지고.
    대신 후각,청각발달.완전 동물적으로 새끼 해로운거막을려는 자연의 섭리안가싶고 ㅎ

  • 4. 원글
    '14.4.11 1:26 AM (119.64.xxx.27)

    관둔님..
    저 정말 이해하시는 거 같아요.
    내 모든걸 올인해도 평타칠까말까.... ㅠㅠ

    둘째는 꿈도 못 꾸고 있어요.
    둘째 낳으면 직장 생활 정말 포기해야 할 거 같은 상황...

    정말... 어느 정도라도 해놓으면 제 마음이라도 조금 편할텐데...
    이거하려면 이 문제, 저거 하려면 저 문제..
    정말 우왕좌왕 하다 하루가 끝나는 거 같아요.

    이렇게 이렇게 밀려가는건가 싶어서 너무 우울합니다.
    후배들 보기에도 민망하고..
    회사와 가정 그 사이에서 눈치보며 쩔쩔 매고 있는 제 자신..
    둘 중 하나도 제대로 못하고 있는 제 자신..

    정말 복직하고 이 정도 일 줄 몰랐어요.
    정말 제 자신이 너무 부족하고 모자란 거 같아서 우울합니다.

    견디고 버티고 하다보면 어느 덧 산을 넘어가고 있겠죠.
    버텨볼게요 ㅠㅠ

  • 5. ...
    '14.4.11 2:12 AM (182.222.xxx.189)

    능력있는 분이시니 그런 직장가셨을텐데 맘 아프네요;;; 같은 여자로서, 딸가진 엄마로서.ㅜㅜ
    그래도 넘 일 욕심내지마시고, 서서히 가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은..

    근데 어떤 직종이 그렇게 살벌한가요?
    금융계인가요? 컨설팅? 아니면 연구개발직?

  • 6. 아...무서워요 ㅜㅜ
    '14.4.11 7:24 AM (221.162.xxx.148)

    전 님보다 휴직기간 더 길고 아직 복직 못하고(?)있어요
    사실 복직이 두려워요
    저도 성격상 대충하기 힘들고 그렇다고 직장일도 집안일도 잘하는 슈퍼우먼도 아니고...
    둘다 엉망이 될까봐 무서워요...그래서 조심히 퇴직생각하는데 위에 퇴직했다는분 글보니 아닌것 같기도 하고...어렵네요

  • 7. 15개월
    '14.4.11 7:25 AM (1.244.xxx.132)

    복직에 이정도인데
    애 세돌키우고 나가면
    내자리도 없고
    새자리찾으면 나자신도 실망스러우면서
    거기다 새일이라 사람도 일도 낯설고
    아직 애가 엄마손 안필요한것도 아니고.

    더 힘들거예요.
    지금 고비넘기는 과정입니다.
    20대의 나와 지금의 나를 비교마세요.
    지금 자리는 그래도 과거의 나를 기억이나 해주는
    그런 자리지요.

  • 8. 전요
    '14.4.11 8:44 AM (74.75.xxx.54)

    2년만에 복귀했다가 절친에게 뒷통수 맞았어요. 아니 그냥 맞은 게 아니라 칼 맞은 느낌이예요. 제가 추진하던 일들 제 뜻을 가장 잘 알고 함께 공감했다고 생각했던 베프였기땜에 자격이 안 되는데도 제가 적극 밀어서 제 자리에 앉혀놓고 맘 편히 떠났거든요. 근데 복귀하는 첫날부터 갈구기 시작해서 "너 왜그러니?" 어버버 하다가 삼개월쯤 지나니 감이 잡히더라고요. 사람이 변했다고, 아니 제가 사람을 잘못 봤다고요. 그동안 다른 동료들도 우울증 치료 받아야 할 만큼 시달렸다고 하고요, 저도 2-3달 넋놓고 있다가 이제야 수습하는 단계예요. 뭘 어떡해야 바로 잡을 수 있을지 잘 모르겠고 포기하고 싶은 마음도 굴뚝같지만 제가 사람을 잘못봐서 생긴 일이니까 제가 수습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직도 그일 땜에 하루에 2-3 시간 밖에 못자요. 어떡해야 좋을지 생각하면 잠이 안와서요.

  • 9. 레어초코
    '14.4.11 9:01 AM (125.128.xxx.232)

    휴. 정말 쉬운게 없네요.
    저는 지금 어느정도 기반에 올려둔 일, 승진, 잠시 미루고
    아기 가져야 하나 고민 중이었는데,
    원글님 글 읽고 나니, 제가 걱정했던 부분..
    복직 후 다시 이 자리로 올라오기 위해 필요할 엄청난 에너지와 스트레스가 저절로 시뮬레이션되네요.
    제 고민과는 별개로.. 원글님, 곧 다시 올라갈 수 있을꺼에요.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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