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공개 수업이 있어서 학교에 갔는데
1,2학년일 때도 산만하긴 했어도 그래도 선생님 말씀 열심히 듣고
손 번쩍 번쩍 들고 발표도 여러 번 하던 아이가
3학년인 지금은 이젠 그냥 주눅 들고 멍하고 산만한 아이 그 자체인 것을 보고
너무 괴로워요.
엄마가 뒤에서 지켜보고 있고 선생님이 앞에서 얘기를 하시는데도
수업 시간 내내 멍하다가 잠깐 정신차리다가 또 딴짓의 반복.....
그런 아이를 지켜보는 게 너무 괴로웠지만
공개 수업 끝나고 엄마를 바라보는 아이 눈에
걱정과 창피함이 담긴 걸 보고 애써 웃으며 머리 쓰다듬어 주고 나왔어요.
집에 돌아와서는 내가 잘못 키우고 내가 잘못 결정해서
아이가 갈수록 문제 행동을 하는 거라는 생각에
괴로워서 한참 울었어요.
2학년 중반까지 다닌 학교는 학급수가 적은 작은 학교였는데
아이가 산만하긴 해도 영리하다고 인정해주는 분위기였어요.
대표로 글짓기 대회나 미술 대회 나가서 상도 여러 번 받았어요.
운동을 잘하지 못하고 또래 관계도 원만하진 못했지만
그래도 단짝도 있었고 같은 반에 동네 친구도 2명 있어서
그 아이들과 교류가 되니 그럭저럭 아이가 자신감을 가지고 생활했는데
2학년 후반에 큰 학교로 전학을 온 뒤로는
늘 외토리로 지내더군요.
아이들과 친해지고는 싶은데, 아이들이 놀고 있으면 늘 빙글빙글 주위를 맴돌기만 하고
그러다가 충동적으로 아이들 대화에 끼어들면 맥락에 맞지 않는 말을 해서 외면당하고...
지금은 학교에서 아이들이 말도 잘 안 거는 아이가 된 것 같아요.
아이 학교 생활이 궁금해서 담임 선생님께 연락드렸더니
아이에 대해서 화가 많이 나 계시더라구요.
친구들을 자꾸 툭툭 건드리고 아이들 일에 자꾸 참견을 해서
아이들이 싫어한다고 해요.
수업할 때 모둠 활동도 잘 안 해서 다른 아이들을 곤란하게 한다고....
3학년 올라와서 같은 반 친구를 한 명 사귀어서 곧잘 같이 어울려 놀더니
수업 시간에 산만하고 모둠 활동도 잘하지 못하는 우리 아이를
그 아이가 외면하고 학원 시간도 바꾸고 다른 아이들 무리에 속하게 되자
아이가 급격히 위축되고 자신감이 없어졌어요.
"엄마, ㅇㅇ는 이제 더 이상 내 친구가 아닌 거야?
내가 학교에서 말 걸면 대답 안하고 그냥 가 버려"라고 몇 번이고 말하길래
예전처럼 친하진 않지만 그래도 같은 반 친구라고...
너희 나이 때는 친했다가 멀어졌다가 다시 친해지기도 한다고 위로했는데
그 아이랑 아침에 만나서 학교도 같이 가고 학원도 같이 다니던 때의 아이는 참 명랑했는데
그 아이와 멀어진 뒤로는 집에 돌아오면 의기소침해 있어요.
선생님께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고 치료할 방법을 찾으려 한다고,
선생님께서 보시는 아이의 학교 생활에 대해 여쭤 봤더니
다음주에 학교에서 실시한 심리 검사 결과가 나오고 학부모 상담을 하게 되니까
그 때 얘기하자고 하셨어요.
아이를 위해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