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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12일 미국 오바마 대통령은
최저임금을 시간당 7.25달러(약 7800원)에서 10.10달러(약 1만800원)로 올리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지난 수십 년 동안 묶여 있던 최저임금을 한꺼번에 큰 폭으로 인상한 것이다.
이에 그치지 않고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3월12일, 연장 근로수당을 받는 노동자의 수를 크게 늘리는 행정명령에도 서명했다.
최근 한국의 한 경제지는 이 같은 오바마의 ‘친노동’ 행보에 대해 “대통령이 아니라 노조위원장 같다”라며 야유를 퍼부었다.
그러나 미국 행정부의 임금 인상 정책은 나름 탄탄한 경제 이론에 근거한 것이다.
‘소득주도 성장(Income-led Growth)’ 이론이라 부를 수 있는 흐름이다.
이 논리에 따르면, 미국 경제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 것은 노동자들의 소득이 지나치게 낮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30년간 미국 노동자 중 60%의 실질임금은 전혀 상승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1973년 이후 미국의 노동소득 분배율(국민소득 중 노동자들이 임금으로 받는 몫의 비율)은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이런 장기간의 임금 정체는 노동자들의 소비 능력을 잠식하면서 경제 불황을 심화시켰다.
이런 장기간의 임금 정체는 노동자들의 소비 능력을 잠식하면서 경제 불황을 심화시켰다.
더욱이 정부가 아무리 통화·재정 팽창으로 경기를 자극해도 노동자들의 소비 능력이 지나치게 낮은 탓에 경기가 회복되지 않는다.
이렇게 노동자들의 삶이 열악해지면 사회불안이 심화되고 이는 다시 투자의 발목을 잡아 경기 회복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소득주도 성장론’은, 경제위기의 반복을 중단시킬 수 있는 대안은 서민과 노동자들의 소득(임금) 상태를 개선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왜 하필 서민·노동자들의 소득을 늘려야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것일까?
각종 규제 완화로 부자들에게 더욱 부유해질 수 있는 기회를 주면 그 부(富)가 사회 전체로 흘러넘칠 수도 있지 않겠는가.
이에 대한 ‘소득주도 성장론’ 측의 주장을 간략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부자들이 더 많은 돈을 버는 경우,
부자들이 더 많은 돈을 버는 경우,
이렇게 추가된 소득은 소비보다 자산 투자(주식·부동산 등)로 흘러가는 비율이 높다.
부자들은 이미 충분히 소비하고 있기 때문에 돈을 추가로 더 번다고 해서 소비를 크게 늘리지는 않는다.
반면 서민층이나 노동자들은 소득이 확대되면 곧바로 지출을 늘린다. 돈 쓸 데가 많기 때문이다.
이렇게 소비 수요가 증가하면 기업들은 보유한 설비를 더욱 많이 가동해서 상품 공급을 늘린다.
또한 설비가동률이 높아지면 기업들은 이후 경기가 호전될 것을 기대하면서 신규 투자에 나서게 된다.
투자가 늘어나면서 고용 및 총생산량의 증가, 즉 경제성장이라는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이것이 ‘소득주도 성장론’의 핵심 논지다.
‘소득주도 성장론’은 최근 미국 정부뿐 아니라 국제통화기금(IMF) 같은 국제기구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IMF는 지난 수십 년간 경제위기를 겪은 많은 국가들에 신자유주의 정책을 강요함으로써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시킨 주범이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런 IMF마저 불평등이 경제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보고서를 연속 발간하고 있다.
2011년 IMF가 낸 <불평등과 지속 불가능한 성장:동전의 양면?>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경제성장 지속 기간’과 ‘소득 불평등 개선’ 사이에는 밀접한 상관관계가 나타난다.
즉, 소득 불평등을 개선하는 국가일수록 경제성장을 더 오랫동안 지속시키는 경향이 나타나더라는 이야기다.
IMF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는 지난 2월 한 국제회의에서 “소득 격차가 사회를 황무지로 만든다”라고 경고했다.
IMF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는 지난 2월 한 국제회의에서 “소득 격차가 사회를 황무지로 만든다”라고 경고했다.
그녀는 IMF가 맞서야 할 가장 시급한 문제로 ‘불평등’을 꼽았다.
사회적 불평등은 사회불안을 야기하고, 잠재력 있는 아이들의 가능성을 잠식하며, 이는 다시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는다는 것이다.
라가르드 총재에 따르면 ‘불평등 상태를 개선하는 것’이야말로 경제성장을 위한 우선 과제다.
최근에는 이념과 학파를 넘어 다수의 정책 당국이 ‘경기 회복에 노동자 집단의 소득 향상이 필수적’이라는 것을
최근에는 이념과 학파를 넘어 다수의 정책 당국이 ‘경기 회복에 노동자 집단의 소득 향상이 필수적’이라는 것을
상식처럼 수용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오바마 정권이나 IMF만 그런 것이 아니다.
국제노동기구(ILO),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같은 국제기구들도 소득주도 성장론에 주목하고 있다.
좌우파를 넘어 경제정책 입안자들 간의 지구적 합의가 형성되어가는 듯한 형국이다.
심지어 일본의 우익 근본주의자인 아베 정부까지 기업들에게 ‘노동자 임금을 올려주라’고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