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저녁에 다섯 살 조카가 아파서 응급실에 갔더니 장염이랬답니다.
다음 날 또 다시 이상하게 축 늘어져서 이번에는 다른 병원을 갔더니
거기서는 식중독이라 하고요.
동생 부부가 일요일에 외식을 했다더만 거기서 사단이 난 모양이에요.
월요일에는
첫진단 잘못한데다
애기 혈관 가늘다고 링겔을 잘못 놔, 팔이 이만큼 붓게 한 병원에 화나고
애가 못 먹을 수도 있는 음식을 상에 올린 식당에 화나고
화요일에는
죽은 듯 자다가 배아프다며 우워어 울다가 다시 잠드는 조카 모습에 나도 아프고 화나고
수요일은 그 식당 처벌 할 수 없나 주변 요식업 종사자에게 물었더니
다른 사람은 괜찮다면 조카 체질이나 못 먹일 거 먹인 부모 잘못 아니냐 라는 대답에 또 화나고
수요일 저녁에 동생네서 오신 엄마가
올케도 식중독 같다, 설사하고 열 난다 하시니
이제야말로 저는 식당에 항의하고 싶은데
동생네 부부가 둘 다 순둥순둥 하거든요, 그냥 넘어갈 거 같아요.
올케랑 조카는 야채를 무지 좋아해서 당했구만
동생 놈은 육식주의자라 혼자 멀쩡하네요, 그나마 와이프 간호해줄 수 있으니 다행이면서도 화나요.
어제는 조카가 기운이 좀 났는지
고모한테 귤젤리 다 먹었다고 말해주세요, 그랬다네요.
배송료 무료일 때만 소심하게 시켜보는 아이허브지만
아픈 조카가 먹고 싶다는데! 지금 시키면 몸 나을 때쯤 오겠다 얼른 접속했더니
귤젤리 품절이야, 이런 된장.
저 먹던 귤젤리 병에 담아 보냈으나 당분간은 미음만 먹어야 하는 조카 상태.
......해서 지금 저의 모든 화는 아이허브를 향해 있습니다.
화풀이 상대는 3년 간 동고동락한 라텍스 베게고요. 패고 패도 살아나니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