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저희 가족이 미국에서 살게 되어 아이들이 초3, 중1로 각각 들어갔어요.
아주 많이 비싸지 않지만 평판 좋은 사립학교였어요.
한국 애는 한 반에 한 명 정도니, 많은 편은 아니었어요.
저희 작은 애는 한국에서 학원은 다녀 본 적이 없고, 영어도 전혀 모르고, 알파벳도 다 모르고 갔어요.
그런데 가자 마자 수학을 잘했나봐요.
인도계 엄마가 저에게 쿠몬 하냐고 묻더라구요. 자기는 미세스 누구(한국 성)에게 쿠몬한다고..
그게 우리나라의 구몬학습이더라구요.
나중에 제 아이가 그러는데, 그 집 아이가 수학을 제일 잘했다네요. 그 다음이 자기라고..
선생님이 물어보면 자기는 일단 한국어로 머릿속으로 계산하고 영어로 답을 해야 해서 그 아이보다 느린거라고 하더라구요 ㅎ
하여간 그 학교에 백인, 동양인 할 거 없이 얼마나 공부 경쟁이 심했는지...
그 학교 중등과정에 큰 아이도 다녔는데, 누가 1등이고 2등이고, 그 다음은 누가 1등 했고, 그게 화젯거리.
지역에 따라 다르겠지만 미국도 공부 열의가 대단해요.
또 그 지역에 이름난 특목고가 있었어요. 시험쳐서 들어가는 학교인데 거기 가면 영재취급 받았거든요.
그 동네의 선망의 학교였죠. 그런데, 한국이랑 너무 비슷한 게...
공부 잘하는 아이들 사이에서 그 고교를 가고 싶어하는 부류가 있고,
그 학교에 가면 내신(GPA)이 잘 안나와서 대학 가는데 불리하다고 오히려 그 고교를 안가는 경우도 있었어요..
제 큰 애도 그 학교에 다녔는데 다니는 내내 내신 때문에 다른 일반고로 전학갈까 말까 고민 고민했어요.
일반고 가면 올A 받을텐데, 그 학교에서는 그게 엄청 힘든 일이었거든요.
결론적으로는 그 고교에서는 잘하는 애들 사이에서 공부하고 경쟁 하고,
학교가 빡세게 공부를 시키니 학생의 실력은 거의 대학 1, 2학년 수준으로 올라가지만,
내신이 잘 안나와서 대학 입시 경쟁력은 떨어지더라구요.
우리나라에서 내신 때문에 특목고 일반고 선택 고민과 너무 비슷한 거예요.
제가 10 여년 전 기사에서 봤는데, 프랑스의 학부모들도 자녀교육에 엄청 열심이라고 합니다.
왜냐면, 산업혁명 이후 성공에 가까와 질 수 있는 수단에 교육만한 것이 없다고 시민들이 알아차린 거라는 분석이었어요.
사교육을 얼마나 하는지는 기사에 나오지 않았지만, 자녀교육에 대한 중산층의 열정은 어디나 다 비슷한 거 같아요.
제가 아이들을 보낸 미국초중고가 교육에 열의가 있어서인지 모르지만,
미국선생님들의 열의와 정성은 한국보다 두 배 이상이었어요
미국 3년 생활 후 귀국해서 우리나라에서 작은 아이를 중학교를 보내본 결과,
우리나라의 문제점은 사교육을 안할 때 불안감이 너무 크고
수입에 비해 사교육비 비율이 너무 크다.
빨리 빨리 국민성이 알려주듯이 성과를 급하게 보기를 원해서 그런지,
초등학교부터 너무 과도하게 사교육을 시켜서, 아이들이 "스스로" 공부하는 방법을 잊어버리고 있는 거예요.
또 사교육을 안하면 학교수업을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공교육이 부실해지고 있는 거.
그러면서도 학교가 아이들을 재촉하죠.
공부 못하면 낙오자처럼 낙인찍는 학교 분위기는 고쳐져야 될 거 같아요.
학교와 부모님 모두. 아이가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도록 기다려주는 시간이 필요하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