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 아니었음 아직도 조선시대 시집살이중이었을 40대 직장아짐입니다.
3년전 시집문제, 시동생, 동서 문제로 너무 속상해서 눈팅만 하다가 구구절절 사연올리고
베스트까지 갔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납니다.
지금 생각하면 조선시대 며느리처럼 어찌 그렇게 살았는지...지금은 웃으면 얘기하지만
3년전 저는 현재의 제 모습과 하늘과 땅 차이 입니다.
13년 시집살이, 단 하루만에 분가 결정, 그 다음날 바로 페렴으로 입원, 그리고 분가해서
지금은 네 식구 올망졸망 단란하게 살고 있습니다.
처음 분가해서 몇 달 동안은 전혀 실감나지 않고 13년의 세월과 처해진 환경이 참 무섭구나 라는
생각을 하다가 재작년 이맘때쯤 봄바람이 살랑살랑 부는 오후에 마트에 장보고 오던중 아..
이게 자유구나..이게 소소한 행복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82 언니들 동생들의 명언을 몸소 실천하는중입니다..
진상은 호구가 만든다..진짜 명언입니다..여태 시집 식구들 호구노릇하고 살았던거 맞았고
없는 형편에 빚내서 해주고, 내 자식들 아무것도 못해주면서 미친짓 하고 살았던거 맞습니다.
2년 4개월이 지난 지금 저는 이렇게 변했습니다.
시집이나 친정 경조사 똑같이 해드립니다...
시어머니 뭘 요구해도 상식이나 이치에 어긋나는 언행은 바로 싫다고 말합니다.
6개월전 작은 법인회사 사무직으로 15년만에 재취업 성공하고나니 시어머니가 그 때부터 제 눈치 많이 봅니다.
시어머니, 시동생, 동서 각자 나름대로 머리 있는대로 굴리고 저 하나 바보 만들어서 시집 노예생활 했던거
아직도 치가 떨립니다. 그래서 두 달전 큰 사건(?) 이후로 아예 마음에서 제명시켜 버렸습니다.
한 달전 멀리 사는 친정어머니 (시어머니가 같이 살면서 단 한번도 친정어머니 초대한적 없음) 분가하고 두번째
내려오셔서 제 남편한테 교통정리 처음으로 하셨습니다.
다시 한번 시집살이 시킬때는 이혼시키겠다...하셨습니다.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집안 속이고 사기결혼에 모진 시집살이에 (친정어머니는 제가 분가하고 알았습니다)
기가막히다고 하셨습니다.
친정어머니 남편한테 쐐기를 박는 한 말씀 '자네 어머니는 복덩어리를 발로 찼다' 라고 하십니다.
저..모범생에 정말 착한 딸로 자라서 친정어머니 아직도 저같은 애 없다고 하실 정도여서 결혼할때 제가 아까워서
일찍 시집보내지 못한다고 하셨을 정도였는데, 시집와서 그렇게 고생하고 살았다는거 아시고 며칠을 대성통곡
하셨답니다..ㅠㅠ 친정어머니 걱정할까봐 행복한척 괜찮은척 연기하고 살았는데 분가하고나서 봇물 터지듯이
다 털어놓고 나니 도리어 친정어머니가 더 미안해 하셨습니다..
엄마가 딸 힘든거 티 안낸다고 그것도 몰랐다면서...시어머니 좋다는 제 말에 무조건 시댁에 잘하고 살라고 한게
미안하다고 하십니다.
친정어머니 가시고나서 며칠 뒤 남편의 진심어린 사과 받았습니다. 미안했다고..다들 그렇게 사는줄 알았다고..
마음에서 다 내려놓으랍니다..자기 엄마도 자기 동생도 제수씨도..
얼마전 세결여에서 이지아를 보고 저랑 말투나 성격이 비슷하다고 하길래,
내가 왜 이렇게 변했는지 생각을 해보라고 했습니다.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하고 쥐도 코너에 몰리면 고양이를 문다고 했습니다.
내가 행복해야 우리 애들도 행복하다..내 인생의 주체는 나이다..라는 말을 수십번씩 되뇌이고 삽니다.
남들 안하는 시집살이 혹독하게 하고 살았기 때문에 저는 당당합니다. 해야 할 의무 넘치게 하고 살았기
때문이고, 단 한번도 제 자식들 앞에서 시어머니 남편이랑 다툰적도 없이 혼자 다 참고 살았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다른 시집식구들까지 저 칭찬하기 바쁩니다..시어머니 여기저기 제 칭찬하고 다니지만
저는 이미 마음의 문을 닫은지 오래이고 사람은 절대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걸 압니다.
지금은 제 마음을 돌리려고 애를 쓰고 계시지만, 다행인지 어려서부터 한 번 아닌것은 죽어도 아닌
성격이기 때문에 기본 도리 외에는 절대 안할 작정입니다.
제가 이렇게 길게 글을 남기는 이유는 저처럼 살고 계시는 분들이 분명 있을 겁니다..
참지 마세요..저 한의원 가서 진맥보면 홧병 남아있다고 합니다..
제 인생에 가장 잘한 일은 분가이고, 방송대 교육학 공부를 한겁니다.
너무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