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은 한 분이 아버지일 경우 다들 어떻게 지내시나요?
고민이 생겼어요.
엄마가 작년에 돌아가셨어요.
아버진 좀 성정이 강하신 분이고 엄마보다 엄마집안 식구들하고
더 유대가 있어서 엄마하고 애정이 없어도 그냥 산 그런 식이었어요.
경제적으로 엄마는 전적으로 아버지한테 의지해서 산, 집밖에
모르는 답답하달수 있는 전업주부였고 아버지하곤 소통이 거의
안되면서 산 경우였죠.
어쨋든 여러 해 동안 암투병 하시다가 작년에 돌아가셨는데
그리곤 큰 집에 아버지 혼자 사세요.
결혼한 남동생 둘 아버지와 같은 도시 살지만 다 아시듯 며느리는 그냥 손님 비스무레하고
아들들이 가끔씩 와서 점심 식사나 드실 것 좀 챙겨주고 그러나봐요.
제가 이렇게 적는 이유는 작년에 엄마 돌아가시면서 아버지한테 실망한 게 있어서
그냥 그 이후로 전혀 집에 안 내려가고 동생들 하고도 연락 하지 않고 지내왔거든요.
돈을 무엇보다 중요시하는 아버지는 엄마 돌아가실 때도 돈 드는 건 무조건 안 하려고 해서
제가 좀 화가 났고 돈이 없는 건 아니고 없다면 자식이 댈 수 있는데도 그냥 내돈이든 남의 돈이든
돈 쓰는 건 싫은거죠. 그래서 엄마 돌아가실 때도 요양병원이 아닌 집에서 며칠 간 죽드시고
미음 드시면서 하루하루 미이라처럼 말라가다가 결국 돌아가셨어요.
8월에 날도 얼마나 더운데 에어컨도 없는 방에 오늘 내일 하는 엄마를 매일 집에서 지켜보는
저나 두 동생들은 너무 힘들었죠.
걔들은 직장도 있는데 직장 끝나면 집에서 엄마 곁에서 보다 가고 이런 식이었고 저도 하루 종일 붙어 있다가
제가 사는 곳으로 올라오곤 했어요.
이것도 요양병원에 있었으면 좋았을 것을 돈 때문에 아버지 고집으로 집에다 모신 거였고
재산이 있는데 집이 2채 있는데 그 집 2 채 각각 아들 하나씩 나누어 주고
저는 일원 한푼 없는 거 보고 돈 한푼이 문제가 아니라 나는 그냥 남의 집에 시집 간
남의 식구일 뿐이구나하는 생각도 들고 엄마 장례 치른 이후로는 집에 내려 가질 않았어요.
그런데 어제 친정 집 근처에 주인 부부랑 친해서 아버지가 잘 가시는 가게가 있는데 그 가게
아주머니가 번호를 어떻게 알고 저한테 전화를 했더군요.
이 아주머니는 제가 왜 안 내려 가는지 얼마나 안 내려 오는지는 전혀 모르시죠.
이 아주머니 말이 아버지가 자주 밤에 12시쯤에 와서 운다는 거에요.
좀 강하신 분이라 아버지가 운다는 건 너무 의외였지만 어쨋든
제가 주변에 아들 며느리도 있지 않느냐 그랬더니 자기도 아들 며느리 있지만
아들 며느리 다 필요없고 딸이 최고다, 아버지가 엄마 납골당에 자주 가신다,
주변에 못이 있는데 얼마 전에도 어떤 노인이 자식이 그리 용돈도 잘 준다고 자랑하더니만
그 못에 자살했다, 아버지 한 번 모시고 엄마 납골당에라도 가보는게 어떻겠냐
이러는데 제가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요.,
남자쪽이 먼저 가고 여자 혼자 남는 경우는 그래도 잘 버티는 것 같은데
여자가 먼저 가고 남자 혼자 남으면 며느리랑도 요즘은 거의 다 같이 살지를 않으니
이럴 경우 다른 집들은 다 어떻게 사는지, 저는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요.
참고로 아들들이 먹고 살기 어려운 건 아니고 신혼은 더더군다나 아니고 손자들이 여럿 있지만
아무래도 아픈 할머니보러는 애들이 왔어도 할아버지 보러는 오질 않을테니 손자들이
오는 일도 없을 것이고 비단 이 일 뿐만 아니라 그냥 인생이라는 거 자체가
살고 늙는다는 거 자체가 참으로 슬픈 일인것 같아서 한숨만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