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2014년 4월 7일 경향신문, 한겨레, 한국일보 만평

세우실 조회수 : 324
작성일 : 2014-04-07 07:33:07

_:*:_:*:_:*:_:*:_:*:_:*:_:*:_:*:_:*:_:*:_:*:_:*:_:*:_:*:_:*:_:*:_:*:_:*:_:*:_:*:_:*:_:*:_:*:_

눈보라에 갇힌 매가 낫처럼 생긴 날개로 바람을 쳐내며 날았다
날뛰는 자동차의 엔진소리를 와이퍼로 닦아내며
나는 오래전에 이미 아버지를 내다버린 적이 있었다
뒤를 돌아보지 마시오, 라고 씌어 있는 이정표를 따라
갈 데까지 가 버린 갈대들이 남쪽의 옛 무덤들을 지키고 있었다
화주승들이 눈보라 속을 걸어왔다
눈송이들이 입적을 거느리고
소나무들은 산 속으로 더 깊이 걸어가고
추위에 떠는 바람들이
아무데서나 머리를 풀어헤치고 나타나 소리를 지르며 사라졌다
아버지는 끝내 덜컹거리지 않았다
우는 것이 왜 부끄러운 건지 물어본 적은 없었다
자동차의 핸들은 자꾸 어떤 길을 고집하는 것 같았다
무섭지 않았다
고기를 다 뜯어먹지 못한 겨울 까마귀들이 폭설 속에 떠다니고 있었다
먼 항구에 신발처럼 떠 있는 작은 선박들은
바로 어제쯤 잃어버린 제 항로를 생각하고 있었고
나는 품속에서 알약을 꺼내 한 줌 씹어 먹었다
주머니엔 아직 더 삼켜야 할 알약들이 눈송이처럼 많이 남아 있었다
마른 잡풀 속으로 놀라 달아나는 산꿩처럼
살면서 몇 번이나 저렇게 막다른 길을 보게 될까
여기다, 여기다, 바람에 날리면서 멀어지는 미친 길들이 손짓을 하고
아버지가 차 트렁크를 열고 밖으로 나와
여기쯤에서 당신을 묻어달라고 삽과 곡괭이를 꺼낼 때
붉은 장삼자락을 펄럭이며 동백꽃 속으로 걸어 들어가던 중들이
내가 모르는 지명을 자꾸 묻고 있었다
이제 그만 가도 된다, 아버지는 나를 돌려세우고
나는 반쯤 묻은 아버지를 캐내었다가는 다시 묻고, 묻고 하였다
오래 전에 나는 아버지를 내다버린 적이 있었다
앞으로도 오래도록 이 순간을 그리워하게 될 것만 같았다
괜찮지…… 그렇지, 아버지?
폭설이 산 위에 천막을 쳐놓고 길들을 불러 모으고 있었다


                 - 최금진, ≪남쪽 여행≫ -

_:*:_:*:_:*:_:*:_:*:_:*:_:*:_:*:_:*:_:*:_:*:_:*:_:*:_:*:_:*:_:*:_:*:_:*:_:*:_:*:_:*:_:*:_:*:_


 

 

 

2014년 4월 7일 경향그림마당
http://news.khan.co.kr/kh_cartoon/khan_index.html?code=361101

2014년 4월 7일 경향장도리
http://news.khan.co.kr/kh_cartoon/khan_index.html?code=361102

2014년 4월 7일 한겨레
http://www.hani.co.kr/arti/cartoon/hanicartoon/631524.html

2014년 4월 7일 한국일보
http://news.hankooki.com/lpage/opinion/201404/h2014040620492575870.htm

 


 
먹고는 살아야 한다 이건가?

 

 


 
―――――――――――――――――――――――――――――――――――――――――――――――――――――――――――――――――――――――――――――――――――――

”착하게 사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말 잘 듣고, 시키는 대로 하고, 남에게 피해주지 않고, 입 다물라고 하면 침묵하면 됩니다.
그러나 건강한 삶은 힘들어도 바르게 사는 것입니다.
주장하고, 행동하고, 남을 배려하고, 잘못된 것은 바로 잡는 것입니다.”

                 - 트위터 "오두막 순례자" -

―――――――――――――――――――――――――――――――――――――――――――――――――――――――――――――――――――――――――――――――――――――

IP : 202.76.xxx.5
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82861 주방 개수대 담배냄새? 1 ... 2014/05/28 1,283
    382860 긴급생중계 - 세월호긴급토론회, 이상호 기자 신상철 대표 이종인.. 9 lowsim.. 2014/05/28 1,453
    382859 [끌어올림] 82 모금 계좌 입니다. D-2 5 불굴 2014/05/28 812
    382858 대전시청에서 무장한 군인들이 훈련했다는데... 2 비온뒤 2014/05/28 1,469
    382857 부모님께 살포시 알려드렸어요... 2 제주변엔 선.. 2014/05/28 1,433
    382856 [단독] 안대희, 10개월간 '최소 27억' 수입 20 흠.... 2014/05/28 1,834
    382855 고승덕이 무상급식 반대한다는데 9 하루정도만 2014/05/28 1,307
    382854 법원 경매 잘 아시는 분--도와주세요 3 지겨워 2014/05/28 1,126
    382853 [펌] 문용린, 거리 유세에 교육청 직원, 교장 등 동원 3 교육감 2014/05/28 771
    382852 서울 용두동 홈플러스 불났다고 속보 떳어요 9 뭔일이래 2014/05/28 3,532
    382851 드라마 쓰리데이즈가 생각나네요 사고 공화국.. 2014/05/28 702
    382850 세월호 유족들 국회서 철야, 새누리 '끙끙' 6 샬랄라 2014/05/28 1,331
    382849 뛰는 檢 위에 나는 兪…유씨 머문 자리마다 범법자 1 세우실 2014/05/28 634
    382848 정몽준씨 부인 김영명씨 가족 배경이 대단하네요. 5 ... 2014/05/28 3,172
    382847 미세먼지땜에 4 브라운 2014/05/28 978
    382846 박영선원내대표가 착용한 노란리본이요.. 5 노란리본 2014/05/28 2,286
    382845 황사시 환기를 시키는게 나은가요. 안시키는게 나은가요? 3 경기 2014/05/28 1,524
    382844 속보로 내보내야 하는거 아닌가요? 13 대국민호소문.. 2014/05/28 3,278
    382843 미세먼지라는건 황사처럼 봄에만 오는게 아니라 일년 내내 발생되나.. 1 미세먼지 2014/05/28 575
    382842 세월호 희생자 핸폰에서 삭제한 동영상 복구 가능한가요? 미안해 2014/05/28 1,017
    382841 정몽준씨네는 가족이 선거운동원이 맞군요 6 부인도 공인.. 2014/05/28 1,565
    382840 안과/의사샘 추천 좀 해주세요. 4 반대반대 2014/05/28 1,089
    382839 영은이의 마지막 편지 7 사랑해 2014/05/28 1,755
    382838 농약이야기는 좀 선거 끝나고 했으면 좋겠어요 9 .. 2014/05/28 651
    382837 시사통 김종배입니다[05/28am] 세월호 전후의 국회 lowsim.. 2014/05/28 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