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2014년 4월 7일 경향신문, 한겨레, 한국일보 만평

세우실 조회수 : 306
작성일 : 2014-04-07 07:33:07

_:*:_:*:_:*:_:*:_:*:_:*:_:*:_:*:_:*:_:*:_:*:_:*:_:*:_:*:_:*:_:*:_:*:_:*:_:*:_:*:_:*:_:*:_:*:_

눈보라에 갇힌 매가 낫처럼 생긴 날개로 바람을 쳐내며 날았다
날뛰는 자동차의 엔진소리를 와이퍼로 닦아내며
나는 오래전에 이미 아버지를 내다버린 적이 있었다
뒤를 돌아보지 마시오, 라고 씌어 있는 이정표를 따라
갈 데까지 가 버린 갈대들이 남쪽의 옛 무덤들을 지키고 있었다
화주승들이 눈보라 속을 걸어왔다
눈송이들이 입적을 거느리고
소나무들은 산 속으로 더 깊이 걸어가고
추위에 떠는 바람들이
아무데서나 머리를 풀어헤치고 나타나 소리를 지르며 사라졌다
아버지는 끝내 덜컹거리지 않았다
우는 것이 왜 부끄러운 건지 물어본 적은 없었다
자동차의 핸들은 자꾸 어떤 길을 고집하는 것 같았다
무섭지 않았다
고기를 다 뜯어먹지 못한 겨울 까마귀들이 폭설 속에 떠다니고 있었다
먼 항구에 신발처럼 떠 있는 작은 선박들은
바로 어제쯤 잃어버린 제 항로를 생각하고 있었고
나는 품속에서 알약을 꺼내 한 줌 씹어 먹었다
주머니엔 아직 더 삼켜야 할 알약들이 눈송이처럼 많이 남아 있었다
마른 잡풀 속으로 놀라 달아나는 산꿩처럼
살면서 몇 번이나 저렇게 막다른 길을 보게 될까
여기다, 여기다, 바람에 날리면서 멀어지는 미친 길들이 손짓을 하고
아버지가 차 트렁크를 열고 밖으로 나와
여기쯤에서 당신을 묻어달라고 삽과 곡괭이를 꺼낼 때
붉은 장삼자락을 펄럭이며 동백꽃 속으로 걸어 들어가던 중들이
내가 모르는 지명을 자꾸 묻고 있었다
이제 그만 가도 된다, 아버지는 나를 돌려세우고
나는 반쯤 묻은 아버지를 캐내었다가는 다시 묻고, 묻고 하였다
오래 전에 나는 아버지를 내다버린 적이 있었다
앞으로도 오래도록 이 순간을 그리워하게 될 것만 같았다
괜찮지…… 그렇지, 아버지?
폭설이 산 위에 천막을 쳐놓고 길들을 불러 모으고 있었다


                 - 최금진, ≪남쪽 여행≫ -

_:*:_:*:_:*:_:*:_:*:_:*:_:*:_:*:_:*:_:*:_:*:_:*:_:*:_:*:_:*:_:*:_:*:_:*:_:*:_:*:_:*:_:*:_:*:_


 

 

 

2014년 4월 7일 경향그림마당
http://news.khan.co.kr/kh_cartoon/khan_index.html?code=361101

2014년 4월 7일 경향장도리
http://news.khan.co.kr/kh_cartoon/khan_index.html?code=361102

2014년 4월 7일 한겨레
http://www.hani.co.kr/arti/cartoon/hanicartoon/631524.html

2014년 4월 7일 한국일보
http://news.hankooki.com/lpage/opinion/201404/h2014040620492575870.htm

 


 
먹고는 살아야 한다 이건가?

 

 


 
―――――――――――――――――――――――――――――――――――――――――――――――――――――――――――――――――――――――――――――――――――――

”착하게 사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말 잘 듣고, 시키는 대로 하고, 남에게 피해주지 않고, 입 다물라고 하면 침묵하면 됩니다.
그러나 건강한 삶은 힘들어도 바르게 사는 것입니다.
주장하고, 행동하고, 남을 배려하고, 잘못된 것은 바로 잡는 것입니다.”

                 - 트위터 "오두막 순례자" -

―――――――――――――――――――――――――――――――――――――――――――――――――――――――――――――――――――――――――――――――――――――

IP : 202.76.xxx.5
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68871 대전터미널 우동이 그리워요. 대전 2014/04/11 881
    368870 현실적으로 도움이 될 만한 조언 부탁드려요 3 답답 2014/04/11 843
    368869 급질문) 집팔때 계약금 받을때요 3 .... 2014/04/11 1,039
    368868 유용한 사이트 총 모음. 2014년 버전 62 공부하는사람.. 2014/04/11 4,848
    368867 이런 시어머니는 그럼 어떤가요? 28 이왕 2014/04/11 4,355
    368866 삼성 먼지망있는거 큰거로 사려는데요 2 세탁기 2014/04/11 520
    368865 알마 에삐 써보신분 어때요? 1 2014/04/11 1,525
    368864 저녁 '간단히' 차려라? 7 애매 2014/04/11 2,737
    368863 남편이 회사 엠티가서 노래방 간거같아요.. 5 미쳐 ㅠ 2014/04/11 2,777
    368862 근육형 다리 살 빼보신분 방법좀 알려주세요 ㅜ 1 허벅지킹 2014/04/11 1,563
    368861 일주일이 너무 짧아요. 3 그 날이 그.. 2014/04/11 984
    368860 김진표 "여론조사 보정 안하면 경선 거부" 샬랄라 2014/04/11 492
    368859 유0성 씨 간첩조작사건.....증거자료 조작한 검찰은 죄가 없는.. 1 fdhdhf.. 2014/04/11 634
    368858 저도 곡 좀 찾아주세요~ ^^ 15 ... 2014/04/11 962
    368857 아이가 너무 피곤하다네요 7 고등맘 2014/04/11 1,401
    368856 집에서 간장 다렸는데 냄새 진짜 안빠지네요. 5 .. 2014/04/11 1,268
    368855 어떤 시댁이 좋은 시댁인가요? 19 나나나 2014/04/11 3,592
    368854 쇼파추천좀 해주세요~~~ 1 3인쇼파 2014/04/11 1,350
    368853 저런 나쁜놈을 왜 변호하지? 루나틱 2014/04/11 473
    368852 예능계 현실...작가는요?? 부자중에 전업 작가 있나요? 18 === 2014/04/11 4,792
    368851 hpv 바이러스는 성관계시에만 전염되나요?? 14 해바라기 2014/04/11 15,620
    368850 진안에 먹을 만한 것 있나요? 5 진안 2014/04/11 1,278
    368849 살인 사건도 나는 판에..'층간 소음'까지 규제 완화 ㄱㅡㅎ 2014/04/11 528
    368848 코스트코 양평점 처음 가는 데 어느 시간에 가는 게 나을까요? 10 == 2014/04/11 2,832
    368847 박원순-문재인, 12일 동반산행 5 산행 2014/04/11 1,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