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고3 딸하고 같이 지하철을 타고 병원을 갔어요.
평소 다니는 대학병원 예약일이였죠.
저희집은 수도권이고 병원은 서울이예요. 지하철타고 40~45분쯤 걸리고요.
원래 보통은 제가 운전해서 데려가는데, 하필 그제 차가 고장나서 정비소에 들어가있고,
남편은 꼭 참석해야 하는 친척 결혼식에 갔고, 그냥 저와 아이 둘이 갈아타지 않고 한번에 갈수 있는 지하철 타고 가기로 했었죠.
아이는 겉으로 보기엔 그냥 마르기만한 보통 아이지만, 주요 혈액수치가 일반인의 3분의1도 안되는
어떤 수치는 5분의 1도 훨씬 못미치는 혈액종양쪽의 병이에요.
감염과 출혈에 취약하고, 빈혈에 시달리고, 어지러움증과 두통, 조금 무리하면 호흡곤란을 호소하는 아이죠.
아침에 지하철을 타자마자 일반석에 빈 자리가 하나 보여 운좋게 딸만 앉혔습니다.
저희와 다른 출입문쪽에서 탄 한 할머니와 아주머니의 중간쯤 되시는 분도 그 자리쪽으로 오시다가 저희 아이가 앉는
바람에 못앉으셨습니다.
여기저기 두리번 거리다가 자리가 다 차있으니, 그때부턴 저희 아이 앞에 서서 아이에게 자리를 새치기를 했다며 큰 소리를 내시더라고요.
먼저 앉기만 하면 되는거냐고 자기가 앉으려고 오는데 어떻게 앉을수가 있느냐 화를 내더군요.
그래서 제가 끼어들어 저희 아이가 정당히 먼저 앉은것이고, 아이가 몸이 아파서 그러니 좀 이해해달라 했습니다.
솔직히 저도 기분이 안좋아 말 하고싶지 않았지만 아이가 난처해하면서 일어서려고 하길래 제가 나선거죠.
그랬더니 얘 엄마냐 하더니 , 얘가 어디가 아프냐 멀쩡해보이는구만 말도 안되는 변명을 한다는둥, 그 엄마의 그딸이라며 큰소리로 흥분을 하더라고요.
제가 발끈해서 말씀이 지나치신것 아니냐 했더니 요즘 것들은 싸가지가 없다고 소리를 지르면서 와.. 진짜.
그냥 더이상 상대를 안했죠. 다른 사람들은 힐끔힐끔 거리거나 대놓고 쳐다보고 아무말도안하고 있고 결국 저희 아이가 못견디고 일어서더라고요.
제가 아이한테 왜 일어서냐고 화를 냈더니 그 아주머니께서 냉큼 앉으면서 하시는 말이
그래도 엄마보다는 딸이 좀 낫네 하며 앉자마자 눈을 딱 감으시더라고요.
휴~ 뭐 그런 사람이 다있는지.. 더이상 상대하고 싶지도 않아 다른 자리쪽으로 옮겨서 서서 가긴 했지만 하루종일 불쾌한 기분이였어요.
아이는 병원갔다오더니 어젯밤에 열이나고 기침하고ㅠㅠ 하필이면 어제 날씨가 추워서..ㅠ
그냥 갈때 택시 대절해서 타고 갈껄 후회스럽네요. 올때는 하도 데어서 그냥 택시타고 왔거든요.
집에서 전철역도 가깝고 병원도 전철역 바로 옆이라 혹시 차막혀서, 예약시간 늦느니, 전철이 낫다 하고 탄건데 후회스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