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분류하고 편 가르기 너무 좋아하는 사람들

편가르기 조회수 : 1,882
작성일 : 2014-04-03 18:23:50

제가 살다가 이상한 사람 A를 만났어요.

 

그 이상한 사람 A는

 

1. 전라도 사람

2. 여자

3. 공대 출신

4. 외동딸

 

이런 특성을 갖고 있었어요.

 

제가 살다가 또 이상한 사람 B를 만났어요.

 

그 이상한 사람 B는

 

1. 경상도 사람

2. 여자

3. 공대 출신

4. 딸만 있는 집 둘째

 

이런 특성이 있었어요.

 

살다 보니 또 이상한 사람 C를 만났어요.

누구나 이상한 사람 세 명 정도는 만나잖아요? ㅎㅎ

 

그 이상한 사람 C는

 

1. 서울 사람

2. 여자

3. 공대 출신

4. 오빠 있고 막내

 

이런 특성이 있어요.

 

 

그리고 저는 그 뒤로 공대 여자들은 좀 이상한 거 같더라.

이런 말을 하고 다니게 됐어요.

 

그리고 막 주위 사람들한테 말하면 보통 공감 안 하는 사람들은 가만히 있지만 저랑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들이 맞아 맞아 공대 나온 여자애들은 좀 그렇더라, 이기적이고... 이렇게 맞장구를 쳐요.

그럼 '공대 나온 여자는 이상하다' 이런 편견이 생겨나죠.

 

사실은 공대 나온 여자 중에 이상하지 않은 사람이 훨씬 더 많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렇게 이상하지 않은 사람은 드러나지 않아요.

왜인지 아세요?

 

보통 사람들은 이상한 사람을 만나거나 불쾌한 경험을 했을 때만 그 사람의 특성을 조목조목 따져보거든요.

이상하지 않은 사람은 어떤 특성이 있는지 따져보지 않아요.

그리고 이상한 사람들의 특성들을 분류해서 어떤 편으로 몰아넣으려고 하는 거죠.

 

 

내가 이상한 사람 A, B, C를 만났는데 그 사람들이 다 공대 나온 여자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었어.

이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내가 아는 사람 D, E, F, G, H, I도 사실 공대 나온 여자예요. 근데 그 사람들은 안 이상해서 제가 그냥 생각을 못 하고 있거나 그 사람들이 공대 나왔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거일 수도 있어요.

 

 

이상한 사람을 만났을 때 그 사람이 왜 그런 이상한 짓을 했는지 그 이유나 원리를 파악하는 것은 너무 어려운 일이에요. 굉장히 복잡한 매커니즘으로 이루어지는 일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우리는 그냥 쉬운 방법으로 눈에 띄는 특성을 집어내서 그거 때문이라고 생각하려고 해버리죠. 그게 제일 쉽고 간편하니까요.

 

그리고 그렇게 편견이 생겨나는 거구요.

 

제가 다른 글에 덧글에도 적었지만, 그런 편견을 방치하고 공감하면 안 되는 이유가 뭔지 아세요?

우리는 누구나 그 편견에 피해를 받는 소수자에 속할 수 있어요.

 

남자가 아니라 여자라서

나이가 찼는데 결혼을 안 해서

결혼을 했는데 직장이 없어서

아이를 가졌는데 직장을 다니고 있어서

딸만 있는 집에서 태어나서

오빠가 있어서

동생이 없어서

외동이라서

특정 지역에서 태어나서

돈이 없어서

공부를 잘 못해서

요리를 못해서(^^;)

 

등등등등....

너무나도 많죠.

여기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요?

 

나는 강남 한복판에서 태어나 재벌집 아들이고 군대도 특전사로 다녀왔고, 좋은 대학 나와서 못 하는 게 하나도 없고....

뭐 이 정도 사람 아닌 이상은

(뭐 심지어 이런 사람도 돈 많은 집 아들은 성질이 드럽더라... 하는 편견에 희생될 수 있겠죠? ㅋㅋ)

 

우리는 누구나 어떤 편견의 피해를 받는 카테고리 중 하나에 속할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그 편견의 대상이 내가 아닐지라도, 편견에 공감하거나 편견을 조장해선 안 된다는 겁니다.

 

내가 어떤 나쁜 일을 당했을 때, 내게 피해를 준 사람의 어떤 특징이 너무 또렷하게 눈에 들어오고 저런 사람들은 다 이러나! 하는 생각이 안 들 수가 없어요. 누구나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걸 진짜 믿고 퍼뜨리기 시작하면, 언젠가 그런 편견들이 늘어나고 돌고 돌아 나한테까지 피해를 줍니다.

 

이상한 사람 A를 만났다면

아 A는 이상한 사람이구나.

하면 됩니다.

 

A 같은 사람들은 다 이상할 거 같다... 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요새 그런 편견을 당당하게 드러내는 글이 너무 자주 올라와서

입바른 말인 줄 알면서도 말씀드려 봅니다.

IP : 1.225.xxx.38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원글이
    '14.4.3 6:27 PM (1.225.xxx.38)

    어떤 글에 심사숙고해서 덧글 달았는데... 글 삭제해버리셨길래
    그래도 한번 생각해보셨음 해서 글 올립니다 ㅠㅠ

  • 2. 미싱엠티엘
    '14.4.3 6:29 PM (180.229.xxx.226)

    저는 이 글 공감되네요. 저 역시 인생살면서 나도 모르게 편견갖고 살진 않았는지 반성하게 되네여. 편견이 내 생각에 박혀버리면 당연시되는듯 해서 더 무섭더라구요.

  • 3. 여기
    '14.4.3 6:33 PM (220.124.xxx.8)

    82에 심심하면 올라오고
    그시작은 그잘난 조상님때부터 편견 쩔었죠.
    지역감정 조장이심하죠.

  • 4. ...
    '14.4.3 6:40 PM (39.116.xxx.177)

    딸만있는 아빠들 특징.
    혈액형.
    지역
    남녀
    공대출신
    여대출신
    등등등등등

    82에도 정말 자주올라오는 글들이죠.
    우리때부터는 좀 나아질 줄 알았더니 더 세분화되어 편가르기를 하고있어요..

  • 5. ....
    '14.4.3 6:46 PM (203.226.xxx.10)

    좋은글이네요 잘보고갑니다..^^

  • 6. 드림키퍼
    '14.4.3 7:30 PM (220.87.xxx.9)

    절대 공감!!

  • 7. 비꼬는 거 아니고
    '14.4.3 9:18 PM (211.207.xxx.68)

    진심으로.... 글이 참 고상해요,
    주관이 분명하면서 잔잔해서 강요의 느낌도 없고,
    제 마음이 다 정화됩니다.

  • 8. 저두요
    '14.4.3 10:02 PM (112.214.xxx.152)

    백퍼 공감 동감입니당. 실천은 나부터~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80762 끌어내리기 전에 자진 사퇴해라 14 그네야 2014/05/18 2,334
380761 뭔가... 어수선하고, 정리가 촥촥 안 되는 밤입니다. 무무 2014/05/18 971
380760 이 트윗 좀 봐주세요 21 ㅇㅇ 2014/05/18 7,508
380759 시위 못 나가는 사람들은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요? 20 ㅠㅠ 2014/05/18 2,671
380758 이젠 별걸다 1 ... 2014/05/18 1,286
380757 [펌] (동영상) 아픈분, 중학생 까지도 연행 시도 11 ... 2014/05/18 2,777
380756 “연락 없더니…” 세월호 보상금에 나타난 부모 33 참맛 2014/05/18 25,471
380755 (마음은 행진) 과외만 전문으로 하시는분 9 2014/05/18 2,429
380754 나라꼴 개판이네요~ 5 케이트 2014/05/18 2,501
380753 호텔 욕조물 어떻게 빼는걸까요 6 에고 2014/05/18 8,147
380752 죄송한데.. ㅈㄴㄸㄸㄹㄴ 12 사실막내딸 2014/05/18 3,636
380751 연행된 분들은.. 어떻게 되는건가요...?? 3 ... 2014/05/18 1,166
380750 여경들이 사복입고 체포당한 것 처럼 연기했다네요 21 슬픔보다분노.. 2014/05/18 10,713
380749 정의 는 살아있다. 1 엄마라는 이.. 2014/05/17 910
380748 이시국에 죄송..식기세척기관련 질문. 2 하루8컵 2014/05/17 963
380747 오늘 연행사진 미국 주요 언론에 보낸답니다. 10 00 2014/05/17 3,180
380746 국문과 나오신분 찾아요!! 23 ... 2014/05/17 3,380
380745 세월호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 범국민 서명운동 4 ... 2014/05/17 1,101
380744 불교계 아쉽네요.. 8 세이버 2014/05/17 2,726
380743 KBS 길 사장 불신임 투표 97% 압도적 찬성 16 무무 2014/05/17 2,968
380742 집회 다녀 온 후기와 현재 트위터 상황.. 분노가 치밉니다. 21 슬픔보다분노.. 2014/05/17 9,435
380741 뭐가 그리 궁금한지 @@ 2014/05/17 804
380740 박근혜. 보고 자란게 연행과 고문 ㅉㅉㅉ 5 dd 2014/05/17 1,703
380739 이계덕기자도 연행된 듯 6 참맛 2014/05/17 3,353
380738 이게 뭐임? 실신할 판... 24 건너 마을 .. 2014/05/17 8,7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