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분류하고 편 가르기 너무 좋아하는 사람들

편가르기 조회수 : 1,872
작성일 : 2014-04-03 18:23:50

제가 살다가 이상한 사람 A를 만났어요.

 

그 이상한 사람 A는

 

1. 전라도 사람

2. 여자

3. 공대 출신

4. 외동딸

 

이런 특성을 갖고 있었어요.

 

제가 살다가 또 이상한 사람 B를 만났어요.

 

그 이상한 사람 B는

 

1. 경상도 사람

2. 여자

3. 공대 출신

4. 딸만 있는 집 둘째

 

이런 특성이 있었어요.

 

살다 보니 또 이상한 사람 C를 만났어요.

누구나 이상한 사람 세 명 정도는 만나잖아요? ㅎㅎ

 

그 이상한 사람 C는

 

1. 서울 사람

2. 여자

3. 공대 출신

4. 오빠 있고 막내

 

이런 특성이 있어요.

 

 

그리고 저는 그 뒤로 공대 여자들은 좀 이상한 거 같더라.

이런 말을 하고 다니게 됐어요.

 

그리고 막 주위 사람들한테 말하면 보통 공감 안 하는 사람들은 가만히 있지만 저랑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들이 맞아 맞아 공대 나온 여자애들은 좀 그렇더라, 이기적이고... 이렇게 맞장구를 쳐요.

그럼 '공대 나온 여자는 이상하다' 이런 편견이 생겨나죠.

 

사실은 공대 나온 여자 중에 이상하지 않은 사람이 훨씬 더 많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렇게 이상하지 않은 사람은 드러나지 않아요.

왜인지 아세요?

 

보통 사람들은 이상한 사람을 만나거나 불쾌한 경험을 했을 때만 그 사람의 특성을 조목조목 따져보거든요.

이상하지 않은 사람은 어떤 특성이 있는지 따져보지 않아요.

그리고 이상한 사람들의 특성들을 분류해서 어떤 편으로 몰아넣으려고 하는 거죠.

 

 

내가 이상한 사람 A, B, C를 만났는데 그 사람들이 다 공대 나온 여자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었어.

이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내가 아는 사람 D, E, F, G, H, I도 사실 공대 나온 여자예요. 근데 그 사람들은 안 이상해서 제가 그냥 생각을 못 하고 있거나 그 사람들이 공대 나왔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거일 수도 있어요.

 

 

이상한 사람을 만났을 때 그 사람이 왜 그런 이상한 짓을 했는지 그 이유나 원리를 파악하는 것은 너무 어려운 일이에요. 굉장히 복잡한 매커니즘으로 이루어지는 일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우리는 그냥 쉬운 방법으로 눈에 띄는 특성을 집어내서 그거 때문이라고 생각하려고 해버리죠. 그게 제일 쉽고 간편하니까요.

 

그리고 그렇게 편견이 생겨나는 거구요.

 

제가 다른 글에 덧글에도 적었지만, 그런 편견을 방치하고 공감하면 안 되는 이유가 뭔지 아세요?

우리는 누구나 그 편견에 피해를 받는 소수자에 속할 수 있어요.

 

남자가 아니라 여자라서

나이가 찼는데 결혼을 안 해서

결혼을 했는데 직장이 없어서

아이를 가졌는데 직장을 다니고 있어서

딸만 있는 집에서 태어나서

오빠가 있어서

동생이 없어서

외동이라서

특정 지역에서 태어나서

돈이 없어서

공부를 잘 못해서

요리를 못해서(^^;)

 

등등등등....

너무나도 많죠.

여기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요?

 

나는 강남 한복판에서 태어나 재벌집 아들이고 군대도 특전사로 다녀왔고, 좋은 대학 나와서 못 하는 게 하나도 없고....

뭐 이 정도 사람 아닌 이상은

(뭐 심지어 이런 사람도 돈 많은 집 아들은 성질이 드럽더라... 하는 편견에 희생될 수 있겠죠? ㅋㅋ)

 

우리는 누구나 어떤 편견의 피해를 받는 카테고리 중 하나에 속할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그 편견의 대상이 내가 아닐지라도, 편견에 공감하거나 편견을 조장해선 안 된다는 겁니다.

 

내가 어떤 나쁜 일을 당했을 때, 내게 피해를 준 사람의 어떤 특징이 너무 또렷하게 눈에 들어오고 저런 사람들은 다 이러나! 하는 생각이 안 들 수가 없어요. 누구나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걸 진짜 믿고 퍼뜨리기 시작하면, 언젠가 그런 편견들이 늘어나고 돌고 돌아 나한테까지 피해를 줍니다.

 

이상한 사람 A를 만났다면

아 A는 이상한 사람이구나.

하면 됩니다.

 

A 같은 사람들은 다 이상할 거 같다... 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요새 그런 편견을 당당하게 드러내는 글이 너무 자주 올라와서

입바른 말인 줄 알면서도 말씀드려 봅니다.

IP : 1.225.xxx.38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원글이
    '14.4.3 6:27 PM (1.225.xxx.38)

    어떤 글에 심사숙고해서 덧글 달았는데... 글 삭제해버리셨길래
    그래도 한번 생각해보셨음 해서 글 올립니다 ㅠㅠ

  • 2. 미싱엠티엘
    '14.4.3 6:29 PM (180.229.xxx.226)

    저는 이 글 공감되네요. 저 역시 인생살면서 나도 모르게 편견갖고 살진 않았는지 반성하게 되네여. 편견이 내 생각에 박혀버리면 당연시되는듯 해서 더 무섭더라구요.

  • 3. 여기
    '14.4.3 6:33 PM (220.124.xxx.8)

    82에 심심하면 올라오고
    그시작은 그잘난 조상님때부터 편견 쩔었죠.
    지역감정 조장이심하죠.

  • 4. ...
    '14.4.3 6:40 PM (39.116.xxx.177)

    딸만있는 아빠들 특징.
    혈액형.
    지역
    남녀
    공대출신
    여대출신
    등등등등등

    82에도 정말 자주올라오는 글들이죠.
    우리때부터는 좀 나아질 줄 알았더니 더 세분화되어 편가르기를 하고있어요..

  • 5. ....
    '14.4.3 6:46 PM (203.226.xxx.10)

    좋은글이네요 잘보고갑니다..^^

  • 6. 드림키퍼
    '14.4.3 7:30 PM (220.87.xxx.9)

    절대 공감!!

  • 7. 비꼬는 거 아니고
    '14.4.3 9:18 PM (211.207.xxx.68)

    진심으로.... 글이 참 고상해요,
    주관이 분명하면서 잔잔해서 강요의 느낌도 없고,
    제 마음이 다 정화됩니다.

  • 8. 저두요
    '14.4.3 10:02 PM (112.214.xxx.152)

    백퍼 공감 동감입니당. 실천은 나부터~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70119 외적인 것을 추구하면 똥파리가 많이 꼬일까요? 4 ........ 2014/04/13 1,600
370118 혼자서 유럽 여행 한달간 할려면 비용이 얼마나 들까요? 12 ..... 2014/04/13 4,531
370117 커피 카페인 기운없인 생활이 안되네요 8 생활 2014/04/13 2,656
370116 유럽 미국을 같은 서양으로 묶기는 애매합니다.. 루나틱 2014/04/13 900
370115 전철 자리양보후의 황당한 기분 10 첨맘 2014/04/13 3,052
370114 부부 직장이 모두 강남역이라면 어디사는게 좋을까요? 28 집문제로 고.. 2014/04/13 2,912
370113 볶은대추씨 산조인 어디서 구하나요? 궁금맘 2014/04/13 1,313
370112 두피가려움 해소방법좀 알려주세요. 3 무지개 2014/04/13 2,007
370111 20대女 술취해 3층 건물서 추락..생명 지장 없어 6 참맛 2014/04/13 2,065
370110 우리나라는 언제쯤 학벌과 외모에서 벗어나고 결혼제도는 어떤식으로.. 9 미래는 2014/04/13 2,430
370109 출산후 탈모로 정수리 가발까지.. 넘 속상해요 2 인생 2014/04/13 3,126
370108 집안에 풍수적으로 2 혹시 2014/04/13 2,261
370107 美 애틀랜타 패션블로거에 한인여성 선정 3 이쁘네요 2014/04/13 2,433
370106 지인이 건대재학중인데 공무원시험 본대요 ㄷㄷ 22 시험 2014/04/13 8,270
370105 입원한 남편이라는 사람에게 할말은 해야 겠어요 36 ,,, 2014/04/13 11,881
370104 유통기한 지난 골뱅이캔 3 빌보 2014/04/13 5,642
370103 안드레아보첼리 실망 45 oo 2014/04/13 34,302
370102 칠순에 남미여행가고싶으시다는데... 26 시아버지 2014/04/13 5,900
370101 지금 행복해서 자랑하고 싶어요 ^^ 34 .... 2014/04/13 10,728
370100 전우용 선생님 트위터 /박원순,문재인.... 4 보세요 2014/04/13 1,316
370099 SKY 골목에서 살았던 지난 추억을 꺼내봅니다 5 @@ 2014/04/13 3,092
370098 월급 이정도면 9 미국에서 2014/04/13 2,938
370097 이불 사려고 하는데 어디가 좋을까요? 답변 부탁드려요!! 2 여류 2014/04/13 1,762
370096 이이제이 이작가 결혼 5 Eej 2014/04/13 12,921
370095 아플때도 운동가세요? 12 ㅇㅇㅇ 2014/04/13 2,1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