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증명사진

갱스브르 조회수 : 531
작성일 : 2014-04-02 14:13:53

서른 줄 접어들던 어느 날

사진관에 가 반명함 사진을 찍었다

딱히 쓰일 곳이 없음에도 그렇게 1년에 한 번씩 사진을 찍었다

흔하디 흔한 셀카는 민망하고 지나치게 작위적인 표정에 나 스스로 놀라 멈췄다

무엇보다 찍는 것도 찍히는 것도 흥미가 없다

한데 왜 꼬박꼬박 사진관까지 발품 팔아 그 짓?을 하는지

하루에도 수없이 보고 의식하는 얼굴이지만

가끔 정형화된 틀 안에서 객관적으로 날 보고 싶을 때가 있다

시간의 저장이자 가늠하기 힘든 변화에 대한 아날로그 같은 기록이다

그렇게 몇 년치를 모아 주르륵 나열해 보면 ...보인다

미처 알아채지 못한 인상과 심정의 비밀이 조명을 받아 더 잘 드러나 있다

카메라 렌즈를 바라봤을 당시의 어색함과 긴장도 고스란히 느껴진다

경직됐지만 단정히 올라간 입매

부자연스런 시선처리로 곤혹스러웠을 때의 불편함이 경계심 가득한 눈빛에 그대로 살아있다

봄맞이 서랍 정리를 하다 우르르 쏟아진 증명사진들...

그 속에 내 유치원 졸업사진이 있을 줄이야...

뽀글거리는 파마에 노란 머리...아마 엄마의 강제가 빚은 내 유년의 어느 날이었을 거다

도전적으로 째려보는 눈에 앙 다문 입

뭔가가 디게 마음에 안 들었나 보다

천진한 아이의 얼굴이기보단 일찍 철이 들어 세상을 좀 알아버린 냉소가 있다

나는 사진속에 박제돼 있지만 기억은 숨쉰다

과거의 회로를 찾는 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산타가 세상에 없다는 것

이쁜 아이가 선생님의 사랑을 받는다는 것

어른들은 간혹 징그럽다는 것

최초의 컨닝이 이루어진 곳

후다닥 스친 기억의 잔재가 먼지처럼 나른다

 

 

 

 

 

IP : 115.161.xxx.128
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16250 차례 지낸 후 점심 메뉴? 1 ᆞᆞ 2014/09/08 2,198
    416249 꽃보다청춘이 제일 재밌네요.. 30 ㅇㅇ 2014/09/08 10,767
    416248 시어머니 듣기싫은 말씀하시면 어떻게 반응하면 좋을까요 16 ㅇㅇㅇ 2014/09/08 4,990
    416247 납골당에 모셨는데 집에서 제사지내는집 계신가요? 16 궁금 2014/09/08 11,389
    416246 남자를 만날때마다...저 왜이러는 걸까요 7 ,,, 2014/09/08 2,838
    416245 나사 박아야해서 집에 구멍 뚫어야 하는데 어떻게 하나요? 4 어떡하지? 2014/09/08 985
    416244 세월호 유족분들은 추석에도 광화문에 계시는지요! 2 특별법지지 2014/09/08 830
    416243 이런날엔 82쿡 자게가 최고인지라 2 이런날 2014/09/08 1,065
    416242 현재 고3 , 도벽 고칠 수 있을까요? 7 어떻게 2014/09/08 3,421
    416241 딱히 답이 없는데도 가슴이 답답해서.. 1 거미여인 2014/09/08 1,014
    416240 일하는건 얼마든지하겟는데 17 ㅇㅇㅇ 2014/09/08 4,409
    416239 초6사춘기시작 아들때매 미쳐요 6 미쳐 2014/09/08 3,145
    416238 추석맞이로 온가족 영화볼려고해요 추천 좀 해주세요 4 영화 2014/09/08 1,422
    416237 지금 현재 상황 드라마 2014/09/08 1,229
    416236 요즘 20대 여자애들은 살찐 애들이 별로 없는거 같아요 27 ,,, 2014/09/08 9,660
    416235 여성 상대 사채업체 광고 너무 많네요. 11 요즘 2014/09/08 2,242
    416234 이 세상에서 가장 슬픈 고양이 모습 정말 압권이네요 4 호박덩쿨 2014/09/08 2,855
    416233 부모님과 사이가 안좋은 미혼인데 결혼얘기가 나와요... 19 심란 2014/09/08 6,279
    416232 넘 피곤해서 잠이 안와요 ㅠ 3 2014/09/08 1,462
    416231 서울 숙소 추천 부탁드립니다. 4 서울 2014/09/08 1,382
    416230 송편반죽 어떻게 하나요? 해봤는데 망했어요ㅠㅠ 7 송편반죽 2014/09/08 2,230
    416229 남친의 충격 스키니진 8 !!!! 2014/09/08 5,422
    416228 한국일보 : [36.5도] 약자가 약자를 혐오할 때 6 내탓이오 2014/09/08 1,369
    416227 속초 일병 군대문제 끊이질 않네요. 3 구타 2014/09/08 1,902
    416226 새벽마다 베란다에서 담배피우는 아랫집인간.. 5 미쵸 2014/09/08 2,6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