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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속이 어른어른 비치는 만두를 좋아한다
모양을 빚기도 전에 굳어버린 반죽,
너무 많은 재료를 쑤셔넣어
속살 터진 건 재미가 덜하지
햇볕에도 그늘에도 쉬 속을 보이지 않는
피를 한 입 베어 물면
으깨진 재료들이
차려놓은 오늘의 식탁이 보인다
제 살 닳아버린 줄도 모르고
해와 달, 다른 데서 온 낯선 것들이
둥글게 부풀어 숨죽이는
그 고통과 설렘이 살짝 익은 것이
만두에는 들어 있어야 한다
한 입에 쏙 들어가지만
아까워 단숨에 먹지 못하거나
먹고 난 뒤에도 입속에 가슴 속에
열두 광주리의 풀무로 부풀어오는 것
잘 빚어진 것 같지만
다른 이가 배달한
숨도 죽지 않은 재료를 잔뜩 넣은 얼굴
쓰레기 단무지를 잔뜩 넣은 얼굴
만두는 그런 게 아니지
해와 달 그림자와 이슬,
천천히 그들 키운 것들의 상처와 고통, 한숨도
둥글게 아름작거리는 마음의 형상
마침내 난 꿈꾸지
여백 깊은 쟁반 하나가 화동그라니 받쳐든
지구라는 부푼 만두 하나를
- 손진은, ≪만두 - 시를 위하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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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4월 2일 경향그림마당
http://news.khan.co.kr/kh_cartoon/khan_index.html?code=361101
2014년 4월 2일 경향장도리
http://news.khan.co.kr/kh_cartoon/khan_index.html?code=361102
2014년 4월 2일 한겨레
http://www.hani.co.kr/arti/cartoon/hanicartoon/630883.html
2014년 4월 2일 한국일보
http://news.hankooki.com/lpage/opinion/201404/h2014040120112175870.htm
그들이 아침마다 보는 거울에서는 과연 무엇이 보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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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이 겨울철 과일나무 같아 보일 때가 있다.
그 나뭇가지에 꽃이 필 것 같지 않아 보여도,
그렇게 되기를 소망하고 또 그렇게 된다는 것을 알고 있지 않은가.”
- 요한 볼프강 폰 괴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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