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외할아버지랑 함께 살았어요. 어느 날 외할아버지께서 산책 나가셨다가 거의 죽어가는 고양이 한 마리를 들고 오셨어요. 동네 조무래기들이 얼마나 못살게 굴었던지 다리가 끊어지고 온 몸이 상처투성이였어요. 마침 어미 소가 죽은 송아지를 낳은 것이 있어서 외할아버지는 그것을 끓여서 고양이를 먹였어요. 아마 우리 집과 인연이 되려고 그랬나 봐요. 동물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외할아버지께서 조무래기들 손에서 고양이를 구해낸 것도 그렇고 고기가 귀하던 시절에 고양이가 먹을 고기도 생긴걸 보면요. 그렇게 기적적으로 건강을 회복한 녀석에게 저는 “미미”라는 이름을 지어줬어요. 그땐 고등어 태비가 뭔지도 몰랐는데 얼룩덜룩한 무늬가 참 예쁜 아이였어요.
쥐는 고양이가 집사에게 주는 최고의 선물이라는데 그땐 그걸 몰랐어요. 녀석도 은혜를 아는지 피가 뚝뚝 떨어지는 쥐나 새를 다른 사람에게는 안 주고 항상 외할아버지 방에만 가져다 놓았어요.
제가 초경을 할 때 부주의로 피가 새서 바닥에 몇 방울 떨어졌어요. 그걸 발견하신 엄마가 갑자기 고양이를 잡고 야단치시는거에요. “이놈으시끼, 또 쥐를 물고 다녔어? 피가 떨어진 것 봐. 쥐는 밖에서 먹고 들어오라고 했어 안 했어?” 그땐 어린 마음에 내가 한 짓이 들키지 않아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아무 잘못 없이 혼난 고양이는 얼마나 억울했을까요?
얼마 안 되는 용돈으로 소세지를 사서 고양이에게 주곤 했어요. 평소엔 도도하던 녀석이 소세지 먹겠다고 앵앵거리며 바지가랭이에 매달리는게 그렇게 좋았거든요. 친한 친구가 있었는데 얘는 다른 고기를 안 먹고 소세지만 먹는 애였어요. 우리 집에 놀러올 때마다 고양이 소세지 먹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가곤 했었는데 세월이 많이 흐른 뒤에 이런 얘길 하더군요. “그땐 정말 고양이가 부럽더라. 너도 알잖아 우리 집이 가난해서 소세지 마음껏 못 사먹는다는걸. 자존심때메 차마 고양이 소세지 달란 말 못했다.” 그 친구랑은 지금도 잘 지내고 있어요.
미미는 새끼 다섯 마리를 낳고 약 먹은 쥐를 잘못 먹고 한 달만에 죽었어요. 죽을 때 모습을 생각하면 지금도 눈물이 나요. 힘없이 축 늘어져 끊임없이 경기를 일으키면서도 고개를 새끼들 쪽으로 돌리고, 숨이 끊어질 때가 되니 고양이 눈에 파리들이 얼마나 많이 몰려들던지. 새끼들 걱정 때문에 죽으면서도 눈을 못 감았어요. 아빠가 고양이 시체를 뒤뜰 나무아래에 묻는 것을 보면서 펑펑 울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