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속옷

갱스브르 조회수 : 693
작성일 : 2014-03-29 12:24:40

아마 사춘기 접어들면서 였을 거다

가족들 빨래통에서 내 속옷이 사라진 때는...

성인이 돼서도 씻는 참에 조물조물 빨라 내 방 구석에서 밤새 말렸다

젊은 아가씨니까...그래야 한다고 생각했다

외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전 3일 동안 간호하다가 처음 봤다

다 낡아빠져 늘어진 면 팬티 ...

생신 때마다 선물로 드렸던 속옷들은 포장지 그대로 장롱 구석에서 썩어가고 있었다

의식이 불분면한 상태에서도 외할머니는 아랫도리를 정리해 드리려 손이 닿으면

움찔 놀라시며 반사적으로 힘겹게 뿌리치셨다

자존심은 살아계셨다

다시 아기가 돼버린 외할머니의 마지막은 급박한 응급실에서였다

병원에서 사람은 그저 몸뚱아리가 먼저다

환자의 수치와 부끄러움은 불필요하다

전 날 밤 엄마랑 외할머니의 목욕을 도왔다

일부러 새 속옷을 갈아입혀 드렸다

의사들의 응급처치에 할머니의 옷은 한 올 한올 벗겨져 나갔다

다행이다..그나마 깨끗한 속옷으로 바꿔드려서...

외할머니의 죽음이 슬펐던 이유엔 낡디 낡은 팬티가 있다...

또 그때부터였다

한 치 앞도 모르는 인생에서 어느 날 내가 응급실에 실려와 낱낱이 해부되는 상황을...

생명이 왔다갔다하는 상황일 텐데 난 내 속옷 상태를 우려하고 있다

내가 모르는 나의 무방비 상태

그날 응급실에서 본 광경은 엉뚱하지만 그랬다

상을 치르고 가을 바람이 솔솔 부는 어느 날

큰맘 먹고 괜찮은 속옷 가게에 갔다

늘어지고 와이어가 망가진 것은 그 즉시 버렸다

예쁘게 포장해서 오는 내내

싸한 안도감이 슬프게 밀려왔다...

IP : 115.161.xxx.128
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09586 이런뜻이... 18 뮤즈82 2014/08/18 3,946
    409585 박근혜 개인 트레이너는 개인돈으로 써야 하는거 아닌가요? 23 근데 2014/08/18 5,722
    409584 도와주신 두부찌개로 밥도둑질하고 배 뚜딩뚜딩중입니다 5 ... 2014/08/18 3,887
    409583 6학년 여학생이 읽을 책 12 비니다솜 2014/08/18 1,570
    409582 가을 옷 사고 싶네요 가을온다 2014/08/18 1,093
    409581 칠순 아버지께서 약간 손을 떠시는데... 8 걱정 2014/08/18 1,913
    409580 제가 얼마전 겪은 진상 가족 25 아래 의자앉.. 2014/08/18 13,001
    409579 왜 안그러나 했네요-"석촌동 남침땅굴 확인촉구 시민대회.. 25 아마 2014/08/18 4,049
    409578 마누카 꿀은 어떻게 먹는 건가요? 7 심플라이프 2014/08/18 3,169
    409577 영어도 그냥 재능의.종류라고 생각라면 좋겠어요 3 2014/08/18 1,858
    409576 기미주근깨 시술 3 뽀양 2014/08/18 2,895
    409575 [세월호 특별법제정] 길고양인데 공동현관앞에 매일 와요 9 저도고양이 2014/08/18 1,024
    409574 손뉴스 보다가, 2 마니또 2014/08/18 2,467
    409573 고등 딸아이 성격에 대해 조언 부탁드려요 10 2014/08/18 2,044
    409572 '낡고 낡은 패션' 프란치스코 교황의 '청빈 스타일'도 화제 13 교황앓이 2014/08/18 4,136
    409571 색이 변한쌀 백설기떡 해도 될까요? 2 .. 2014/08/18 2,107
    409570 탐앤탐스밀크티파우더는 온라인으로만 구매가 가능한가요? 1 정원 2014/08/18 1,370
    409569 친정엄마의 이런 성격. 14 제 얼굴에 .. 2014/08/18 6,782
    409568 남자가 똥머리하는데 묘한매력이 있네요 4 색다름 2014/08/18 3,863
    409567 유심에. 문제가 있어도 이런가요 5 스마트폰 문.. 2014/08/18 1,012
    409566 강습용 수영복 추천해주세요 4 캬바레 2014/08/18 2,309
    409565 요즘 참 우울했는데 길고양이땜에 위로가 되요 10 위안 2014/08/18 1,668
    409564 올케가 엄마한테 너무 함부로합니다 38 ㅁㅁㅁ 2014/08/18 17,286
    409563 남자만날때 여자학벌,,,컴플렉스...여쭤봐요 5 ... 2014/08/18 3,914
    409562 교황 뉴스 보는데도 눈물이 나요ㅠㅠ 14 ㅜㅜ 2014/08/18 2,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