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엔 그 주인을 닮은 표정이 있다
남의 집에 방문할 때 습관 중 하나가 현관문에 널브러진 신발을 본다
대충 구성원을 짐작해 보고 근거 없는 직감이 온다
어느 땐 맞고, 어느 땐 꽝이지만
신발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뒤축이 닳는 모양으로 성격을 짐작한다는 달인까지는 아니어도
땅을 딛고 선 신발엔 애틋함이 있다
지쳐 돌아다닌 어느 날
신발을 봤다
마치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인 그 날 하루의 내 모습처럼
신발은 초췌하게 구겨지고 군데군데 흠집이 나
전 날 반짝반짝 곱게 다듬어놓았던 생기는 사라지고 없었다
나를 쓰다듬듯 얼른 화장실에 들어가 휴지에 물을 적셔 살살 달랬다
자기연민까지 발동돼 고개를 푹 숙인 얼굴 아래 피가 쏠렸다
그때부터였는지는 모르겠지만
가끔 신발을 들여다보면 지금의 내가 보인다
일상의 켜 한 줄 한줄 신발은 함께했으니까...
우스개소리지만 여름 한 날
육중한 몸집의 남자가 조리를 질질 끌고가는 모습을 봤다
남자의 체중에 눌린 조리는 땅과 밑창의 구분이 아슬아슬할 만큼 경계가 사라져가고 있었다
남자의 힘에 의해 끌려가는 모습...
포박당한 모습이었다...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