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만 놓고 보면 별 것 아닌데요.
남편이 회식하고 돌아오는길에
곱창을 사왔고,
곱창 뜯어 놓고 설겆이였나 다른걸 하고 있는 저를 보고 젖가락 좀 놓으라하고
전 나 다른거 하는거 안보이냐고. 짜증스럽게 말이 튀어나왔습니다.
남편은 그거 하나 놓는게 뭐 힘드냐고 짜증을 버럭내더군요.
여기서 제 맘이 확 그냥.
제 입장을 덧붙이자면
전 퇴근해서 3살 아들 놀아주고 밥먹이고, 빨래 돌려놓고/걷고, 설겆이하고, 아들 씻기고, 재우고도, 손빨래하려고 담가놓은 빨래며, 아침에 밥도 미리 해놔야할 상황이어서
회사에서는 회사에서대로, 집에서는 집에서 대로 To do list 들이 머릿속을 가득매우고 늘상 밀려있는 상황에 점점 지쳐가고, 몸도 여기저기 삐끗거리고 있어요.
남편은 평소에도 사소한거 저한테 시키는 버릇이 있는데
젓가락 뿐아니라, 자기 벗은 안경을 저한테 주면서 옆에 좀 놔줘, 똑같은 거리에 있어도 나보고 휴지 가져오라고 하거나.
사소한거 있자나요. 그냥 본인이 해도 될 걸 왜 날 시킬까... 마치 70~80년대 아버지들 처럼요.
해줄수도 있지만. 은근히 짜증나는데 제가 넘 날카롭나요?
젓가락 하나 별거 아닐 수도 있지만 반복해서 제 기준에 거슬리는 행동을 보아온 저로서는, 더구나 피곤한 상황에서 발끈했는데요.
그깟거 해주는게 뭐가 힘드냐는데 그럼 니가 하지 왜 날 시키냐고요.
남편도 업무 강도에서 힘들다는걸 알기에 적당히 넘어가려해도.
저 상황에서 버럭 소리를 지르는데
제일 화가나는 첫번째 이유는 날 너무 무시하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적당히 조곤조곤 하거나 달래서 넘어가도 될 걸.
내가 회사 동료거나 아니면, 가사 도우미 아주머니라도 저렇게 대할까요?
낮에 직장동료와 대화중에
제가 아들이 설겆이도 못하게한다고, 제가 저녁밥차리려고 준비하면 징징거리고 놀아달라고해서... 이런 얘길 했더니
남편이 설겆이도 안도와주냐며, 자기 남편은 술먹고 새벽 1시에 들어와도 설겆이는 해놓더라 이런 얘기를 하는데...
쩝.. 낮에 들었던 얘기도 제 마음속에 남았을지 모릅니다.
더불어 제가 체력이 약한건지
3살짜리(25개월) 아들하나 키우고 회사 다니는데 너무 힘듭니다.
가사도우미는 주 1회 4시간쓰고요.
그 와중에 회사에서는 자기계발하라고 영어회화 공부하라 압박이고...
제가 손이 느립니다. 꼼꼼하지만 느려요.
덕분에 평일에는 드라마 한편도 못볼 정도로 힘이드네요.
보고 싶은 드라마 있어도 그거 보느니 잠을 조금 더 자자, 밀린 집안일을 하자 이런 식이 되고...
그냥 도우미를 반나절 더 부르는게 제 정신건강을 위해 좋을런지...
주변을 보면 애하나 혹은 둘 키우면서 회사 다니면서 도우미도 안쓰시는 분들도 있는데 난 너무 엄살인가 싶기도하고...
몸이 힘드니 부부사이도 삐걱거리고
이러려고 몸이 부숴져라 회사 다니나 싶기도 하고
사소한 다툼에도 이렇게 신경쓰는 거보면 제가 예민해져있는 것도 같고...여러가지 생각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