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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평생 남는, 한 순간

주마등 조회수 : 3,196
작성일 : 2014-03-25 23:22:23

살면서,

마치 찰칵 한 장의 사진을 찍듯이

평생 남을 기억의 순간이 있으신가요?

 

저는 전혀 의도하지 않았는데 그 순간이 뇌리에 콱! 박혀버린 장면들이 있어요.

 

가령 남자친구가 창가에 서서 담배를 피우며, 저를 바라보고 찡끗 웃음을 던지는데

그 순간 창살을 통해 들어오는 햇빛이며, 담배연기의 곡선 따위가

몇 년이 지나도 그 때처럼 생생하게 기억이 나는 거에요.

별로 좋은 추억도 없이 헤어진 사람인데

그 순간만은 천상처럼 온화한 느낌으로.

 

사람이 죽을 때 주마등처럼 기억이 스쳐간다고 하는데

아, 나는 아마도 이 장면을 기억하겠구나 싶은 순간들.

 

얼마 전

북적거리는 푸드코트에서 친구가 두리번거리며 저를 찾는데,

그 모습이 주변의 소음과 혼잡스러움과 동떨어진 슬로우 모션처럼 부각되어 보이면서

역시나, 아, 이 순간이 내겐 평생 남겠구나, 싶었어요.

 

인생을 아시는 언니들, 이런 경험이 있으신가요?

(아니면... 저... 돗자리라도 펼쳐야 하는 걸까요? ...ㅠㅠ)

IP : 121.129.xxx.241
1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고교때
    '14.3.25 11:26 PM (211.36.xxx.27)

    남자 선생님 두분이(두분다 우리 학년 교과목 담당이시던) 자동차 앞바퀴 옆에 쭈그리고 앉아 얘기하시는 걸 무심코 창밖으로 내려다보던 모습...
    특별히 좋아했던 것도 아닌데 햇살이 좋은 날이었던가...
    그중 한분이 며칠뒤 차사고로 돌아가셨어요.

  • 2. 대학생때
    '14.3.25 11:40 PM (99.226.xxx.236)

    써클에서 MT를 갔는데 갑자기 '산장'에 짭새들이 들이닥치던 그 순간!( 우리 써클은 문학써클이었다는.ㅎ)
    경찰서로 끌려갔는데 건방지다면서 제 뺨을 내려치려던 그 순간 그*의 액션.

  • 3. ..
    '14.3.25 11:51 PM (222.165.xxx.165) - 삭제된댓글

    키크고 마른 그가 가슴 한가득 안개꽃다발을 들고 내 사무실로 성큼성큼 들어오던 이십대 초반의 설레던 오후.

    지금은.. 배 나온 중년의 동거인.

  • 4. 그 사람
    '14.3.25 11:55 PM (85.2.xxx.82)

    대학시절, 남자친구와의 데이트후 그 사람이 버스정류장까지 바래다줬어요. 일요일이었고 문닫힌 약국앞의 계단에 앉아 그 사람이 무심한 얼굴로 담배를 피던 모습, 아직도 제 머리속에 각인되어 있네요. 키가 큰 사람이었고 계단 앞으로 그 긴 다리를 뻗어있던 모습. 혼자 속으로 내 남자친구지만 참 잘 생겼다고 생각했었는데... ㅎㅎㅎ
    세월이 지나고 그 소꿉장난같은 연애가 끝나고 헤어져 각자 다른 사람이랑 결혼한후, 다시 오랜 세월이 지나 진짜 영화처럼 우연히 만났어요. 함께 웃으며 근처 펍에서 맥주를 한잔 나눴는데요, 저 혼자 간직하고 있던 그 날의 기억을, 장본인은 까맣게 잊고 있더군요. '기억'이라는게 결국... 나만의 것인것 같아요.
    그 날 서로 연락처를 적어주며 헤어졌지만, 물론 두번 다시 연락한 일은 없고, 아마 앞으로도 평생 연락할 일은 없겠지요.

  • 5. 앙돼
    '14.3.26 12:03 AM (118.8.xxx.116)

    20대 한때 너무 사랑했었던 남친과 처음 만난 날
    카페에서 수첩 꺼내놓고 갑자기 내 얼굴 스케치하던 그의 모습. 건축학도.
    나더러 작고 부은 눈이 특이하다고 했음. 정곡을 찔렸는데 싫지 않았음. 둘다 첫눈에 사랑에 빠짐. ㅠㅠ

    위에 대학생 때님 글이 넘 웃겨요.

  • 6. 타이타니꾸
    '14.3.26 12:19 AM (180.64.xxx.211)

    너무 많은데 오십넘으니 다 뒤엉켜 사라지려고 함.
    희미한 옛사랑이랄까?

    오래전 사랑도 만나면 쭈그러진 가죽잠바라던데요.

  • 7. ..
    '14.3.26 12:33 AM (123.214.xxx.73)

    20대 때.. 첫눈에 반했던 남자요.. 정말 마치 얼굴 뒤로 후광이 비쳤어요.
    그런데 그 사람이 저에게 고백했는데..
    시간이 지날 수 록 좀 실망스러워서..
    부담되고.. 헤어지는 과정도 굉장히 집착해서 힘들었어요..

  • 8. ...............
    '14.3.26 12:47 AM (61.84.xxx.189)

    20대 때 남자친구랑 아직 사귀지 않을 때 친구들 여럿이서 남자친구 차를 타고 가는데 남자친구가 운전석에서 사이드미러로 저를 쳐다보는데 저랑 딱 눈이 마주쳤었어요.
    저는 그냥 뚱한 표정이었고 그 애는 놀라서 시선을 피하고... 나중에 친구들 모르게 사귀었었는데 참 우리사이에는 뭔가 서로 타이밍이 맞지 않았네요. ...

  • 9. ****
    '14.3.26 1:00 AM (14.39.xxx.232)

    그거 뭔지 저도 알아요.
    예전에 사귀었던 남자친구가 버스에서 내리고 저는 그냥 가는데 버스에서 내려 걸어가는 그의 뒷모습이 23년이나 지났는데도 아직도 생생하게 남았어요. 쓸쓸해 보이던 뒷모습...
    그거 말고도 저도 지나간 날들 중 어떤 장면들은 스냅샷처럼 머리속에 그대로 남아있어요. 아마 죽을때까지겠죠.

  • 10. 원글 댓글 다 아련해요. ㅠ
    '14.3.26 2:28 AM (182.210.xxx.57)

    한창 맘에 드는 남자를 나름 도도하게 거절당해도 어색하지 않게 추파던지고 있었던 어느 날
    왠지 느낌에 답장 한번 안하던 그가 편지를 보내왔을 거 같은 생각이 들어서
    대학교 건물 중 제일 안쪽 숲에 자리잡은 대학건물까지 걸어갔던 순간요.
    그 숲길이 200미터 정도되는데 그 느낌은 지금도 시공을 초월해서 각인되어 있어요.

    물론 편지함에 그의 편지도 있었고요.

  • 11. 전차
    '14.3.26 9:48 AM (118.46.xxx.172)

    아주 어릴 적 엄마랑 전차를 타고 가며 본 독립문.
    아버지랑 둘이서 맛나게 먹었던 종로 순두부가게.
    부모님과의 기억이 짧은 제게 선명한 슬라이드처럼
    각인되어 있어요.

  • 12. 전차
    '14.3.26 9:56 AM (118.46.xxx.172)

    전차>지하 전철이 아닌 종로거리를 가로지른 전차랍니다.
    제 나이가 나오나요.ㅎㅎㅎ

  • 13. 주마등
    '14.3.26 9:51 PM (121.129.xxx.241)

    전차... 에서 깜짝 놀랐네요.
    아, 왕언니시구나...

    이런 장면들, 소중하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고, 아련하기도 하고.
    너무 신기하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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