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나이는 서른 일곱.
남편 나이는 마흔.
제가 스물 일곱 남편이 서른 일때 결혼을 했고
정말 꽉 채워서 결혼 8년이에요.
양가에서 한 푼도 지원 받지 않고 시작했어요.
너무 없이 시작하다 보니 신혼살림이고 뭐고 아무것도 못했고
(그때는 또 사정이 있었답니다)
남편도 저도 직장인이었으나 일만 죽어라 하고 급여는 참 작은
그런 상황이었어요.
사실 8년이 지난 지금도 달라진 건 없지요.
그때나 지금이나 급여는 여전히 작아요. 물론 그땐 더 작았지만
지금은 남편 연봉 삼천. 이것도 이삼년 되었나. 그보다 못한가..
저는 이천좀 넘었다가 못됐다가.
그저 나이만 먹었다는 것과 그래도 그때보단 단 돈 얼마라도 모았다는 것 뿐.
아이도 미루고 직장생활 했었어요.
그땐 아이를 낳아 키울 상황이 전혀 못되었지요.
지금도 어찌보면 비슷한 상황인데 이젠 난임이네요.
남편도 저도 참 성실하게 살았고
저는 어렸을때부터 경제 관념도 있고 독립적인 편이라 다른 사람에게 부담주는 거
싫어하는 성격이지만 제가 해야 할 도리나 상황은 챙기는 스타일이에요.
아낀다고 진상짓 하거나 남에게 얻어먹거나 돈 내기 피하거나 그러진 않지요.
하지만 다행이도 결혼 후 남편따라 온 지역엔 아는 사람도 없고 동료도 없어서
누굴 만날 시간도 없었으니 작은 월급을 낭비할 여유도 없긴 했어요.
그래도 정말 열심히 살고 진짜 안쓰면서 살았어요.
웬만하면 절약하는 게 습관처럼 되어있다 보니 지금도 늘 비슷하게 아끼면서 사는데
이렇게 열심히 살면서 정말 한푼 한푼 아끼면서 살았지만
다세대주택 전세금까지 합해서 3억.
8년을 죽어라 모으로 안쓰고 살았는데도 3억.
둘이 연봉 합해야 오천이 겨우 될까 말까..그것도 그나마 최근 상태로 봤을때 말이죠.
수입에 70-80은 무조건 저축하면서 안쓰고 살았는데...
새삼 참 힘들구나 싶은 생각이 드는 거에요.
지금껏 그냥 한푼 한푼 습관처럼 아끼면서 즐겁게 모으면서 다른 생각 없이 살았는데
오늘 문득 가계부를 쓰다가 이렇게 열심히 살았는데도
어떤 사람들의 전세금도 못되는 금액 정도구나 싶은 생각에
참 어렵고 힘들구나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어요.
제작년 후반과 작년은 제가 백수가 되었어서 수입이 없었기도 했지만...
알아요.
아직 젊고.
무엇보다 건강하다는 것이 감사한 일이라는 거
그런데 알면서도 오늘은 지난 8년 정말 정말 열심히 살면서 그리 아끼면서
살았는데 돈이란건 참 모으기 힘들구나
없는 사람에겐 더 그렇구나 싶은 생각이 들어서
잠깐 힘이 빠졌어요.
아주 잠깐 힘이 빠졌지만 오래가진 않을 거고
다시 또 열심히 살거에요.
단지 오늘
좀 전에 가계부를 쓸때부터 지금까지 잠깐 이러는 거니
뭐라고 하진 말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