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어르신의 자존심

갱스브르 조회수 : 638
작성일 : 2014-03-25 14:20:47

천상천하 유아독존으로 살아온 어르신

기운 빠지고 조금씩 세월에 쓸려 무너져가던 어느 날

퍽 하고 쓰러지셨다

나이 70이 훌쩍 넘어서도 홀로 철두철미하게 일상의 규칙을 벗어나지 않는 금욕주의의 삶...

그래서 갈수록 완고해지시고 자신만이 확신하는 세계가 전부라 믿는 단호함으로 인해

주변인들은 차츰차츰 경계를 두기 시작했다

"다 필요 없어!.."라는 호령 뒤엔 쓸쓸한 그림자를 껴안고 사셨는가 보다

119에 실려 한바탕 난리를 치른 뒤

자식이며 일가 친척들의 방문이 이어졌다

다행히 심근경색 초기라 개복수술은 피하고 관 삽입 시술로 회복이 가능했다

단단하게 쌓았던 노기가 무너진 건 의식을 회복한 후부터였다

안부를 묻는 인삿말에도 눈엔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고 저승 문턱에서 살아났다는 안도가

걷잡을 수 없이 마음에 풍파를 일으키고 있었던 거다

죽어야지..늙으면 죽어야지... 무슨 으름장 놓듯 마지막 인생의 정당한 보루처럼 노래를 부르시더니

삶의 실오라기 앞에서 초연함은 쓰잘데기 없는 것이 됐다

살았다!...는 이승의 공기가 그저 좋을 뿐이다

혼비백산했던 가족들도 서서히 이성을 찾아가며 씁쓸한 본성이 보인다

만약이라는 가정하에 저 고집 센 노친네를 어찌 돌봐드려야 하나...

하며 슬슬 발을 빼는 분위기들...

절대 어느 누구한테도 신세지지 않으려는 어르신의 성정을 알고 영혼 없이 지나가는 질문

"아버지 제가 모실게요..."

그들은 이미 어르신의 대답을 알고 있다

퇴원 하시고 일주일

좋아하시는 사과들고 얼굴을 뵈었다

부러 걱정스런 안부를 여쭙지 않았다

역시나 예의 고집과 근엄한 모습은 더더욱 견고해 지셨다

절대로 무너져선 안 된다는 듯이...

벌건 눈가가 어르신의 맘을 대신한다

죽이 지겹다고 하셔서 밥집으로 모시는데 걸음이 너무 빠르시다

"천천히 가세요.."

"젊은 사람이 걷는 게 왜 그 모양이야!..."

불호령...

그리웠다

IP : 115.161.xxx.128
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64361 개는 왜 그렇게 사람을 좋아하는 걸까요 25 = 2014/03/25 11,560
    364360 처음으로 비싼 속옷을 입어봤어요. 11 ㅇㅇ 2014/03/25 5,866
    364359 미드 추천 부탁드립니다. 31 ... 2014/03/25 4,018
    364358 그릇, 스텐 비싼 건 재질이 다른건가요?? 9 --- 2014/03/25 2,443
    364357 삼겹살 누린내 3 삼겹살 2014/03/25 1,638
    364356 입사 3개월 되었으면 퇴직금이 있나요 2 ...질문요.. 2014/03/25 1,715
    364355 전기고대기 1 비가와요 2014/03/25 1,306
    364354 [간첩조작] 자살할 사람은 따로 있다! 손전등 2014/03/25 952
    364353 미들치렝스..? 4 살까? 말까.. 2014/03/25 1,048
    364352 영작좀 부탁드려요 4 급해요.. 2014/03/25 708
    364351 coasted to the pump 가 무슨 뜻인가요? 4 ........ 2014/03/25 1,330
    364350 2학년 국어 서술.논술형 문제 어찌 준비해야 할까요? 초등 2014/03/25 793
    364349 재건축될 예정인 13억짜리 아파트 8 **** 2014/03/25 3,613
    364348 코바늘뜨기 두번 정도 개인 교습(?)받으면 혼자서 할 수 있을까.. 1 코바늘뜨기 2014/03/25 1,645
    364347 보험회사에 적금넣는거는 어떤거예요? 19 궁금이 2014/03/25 3,081
    364346 영어학원을 옮겨서 선생님과 잘 맞아 학습이 향샹되는 경우도 있을.. 5 고민 2014/03/25 1,228
    364345 워커힐 포시즌 어떤가요 2 ........ 2014/03/25 1,460
    364344 제이름으로 된 땅 친정에서 받아올수있을까요? 10 2014/03/25 2,726
    364343 서울 학교도 초등시험 안보나요? 2 웃자 2014/03/25 1,644
    364342 아이디어 좀 2 2014/03/25 663
    364341 A형독감인데 학교에 소견서 안내도 되나요? 4 어리수리 2014/03/25 4,018
    364340 전에 살던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전화왔네요 4 2014/03/25 3,366
    364339 KT 해킹, 3개월간 1천266만번 접속해도 몰라 2 세우실 2014/03/25 996
    364338 지금 집을 파는게 옳을까요? 5 .. 2014/03/25 2,074
    364337 전설의 커피맛을 보았어요ㅋ 34 커피홀릭 2014/03/25 15,6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