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어르신의 자존심

갱스브르 조회수 : 636
작성일 : 2014-03-25 14:20:47

천상천하 유아독존으로 살아온 어르신

기운 빠지고 조금씩 세월에 쓸려 무너져가던 어느 날

퍽 하고 쓰러지셨다

나이 70이 훌쩍 넘어서도 홀로 철두철미하게 일상의 규칙을 벗어나지 않는 금욕주의의 삶...

그래서 갈수록 완고해지시고 자신만이 확신하는 세계가 전부라 믿는 단호함으로 인해

주변인들은 차츰차츰 경계를 두기 시작했다

"다 필요 없어!.."라는 호령 뒤엔 쓸쓸한 그림자를 껴안고 사셨는가 보다

119에 실려 한바탕 난리를 치른 뒤

자식이며 일가 친척들의 방문이 이어졌다

다행히 심근경색 초기라 개복수술은 피하고 관 삽입 시술로 회복이 가능했다

단단하게 쌓았던 노기가 무너진 건 의식을 회복한 후부터였다

안부를 묻는 인삿말에도 눈엔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고 저승 문턱에서 살아났다는 안도가

걷잡을 수 없이 마음에 풍파를 일으키고 있었던 거다

죽어야지..늙으면 죽어야지... 무슨 으름장 놓듯 마지막 인생의 정당한 보루처럼 노래를 부르시더니

삶의 실오라기 앞에서 초연함은 쓰잘데기 없는 것이 됐다

살았다!...는 이승의 공기가 그저 좋을 뿐이다

혼비백산했던 가족들도 서서히 이성을 찾아가며 씁쓸한 본성이 보인다

만약이라는 가정하에 저 고집 센 노친네를 어찌 돌봐드려야 하나...

하며 슬슬 발을 빼는 분위기들...

절대 어느 누구한테도 신세지지 않으려는 어르신의 성정을 알고 영혼 없이 지나가는 질문

"아버지 제가 모실게요..."

그들은 이미 어르신의 대답을 알고 있다

퇴원 하시고 일주일

좋아하시는 사과들고 얼굴을 뵈었다

부러 걱정스런 안부를 여쭙지 않았다

역시나 예의 고집과 근엄한 모습은 더더욱 견고해 지셨다

절대로 무너져선 안 된다는 듯이...

벌건 눈가가 어르신의 맘을 대신한다

죽이 지겹다고 하셔서 밥집으로 모시는데 걸음이 너무 빠르시다

"천천히 가세요.."

"젊은 사람이 걷는 게 왜 그 모양이야!..."

불호령...

그리웠다

IP : 115.161.xxx.128
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64586 남해 여행이면 어디 어디를 말하는 건가요? 2 행복이 2014/03/26 1,687
    364585 오전엔 맥을 못추겠어요 4 sqf 2014/03/26 1,209
    364584 운동 다니면...탈의실 목욕탕에서 왜이리 찌린내가 나나요 4 .. 2014/03/26 2,703
    364583 조작하려니 힘드시죠? 2 dbrud 2014/03/26 880
    364582 조선일보 건강섹션, 병원 돈 받고 기사 쓴다 6 샬랄라 2014/03/26 1,179
    364581 동료가 내 물건을 망가뜨렸을 때.. 4 봄봄 2014/03/26 1,204
    364580 독일교민들...대대적 박근혜 퇴진운동 12 손전등 2014/03/26 1,917
    364579 독일 상황.... 1 놀랍네요 2014/03/26 1,399
    364578 지금 YTN에서 아베가 일본 최악 깡패집단인 야마구찌구미 출신이.. 2 ..... 2014/03/26 1,359
    364577 레지던스 선택 도와주세요; 서초 아르누보 시티 or 프로비스타 .. 6 여름 2014/03/26 1,742
    364576 영어샘과 상담할 예정인데.. 12 영어학원 2014/03/26 1,604
    364575 밀회에서 김희애 남편 역할 하시는분요... 30 박혁권 2014/03/26 6,684
    364574 이게 뭔말인가요?..국제재판소에서 legal advisor .... 2 ... 2014/03/26 784
    364573 자전거타기, 걷기 중 무릎관절에 어떤게 좋을까요? 5 운동 2014/03/26 2,409
    364572 송윤아는 연기를 못 하지 않나요? 17 내생각엔 2014/03/26 2,868
    364571 머라이어캐리,비욘세,휘트니휴스턴 중 가창력 1위는 누구라고 생각.. 25 YJS 2014/03/26 4,504
    364570 분당 소아과 추천 부탁드려요~~~ 4 행복2 2014/03/26 2,014
    364569 저희 가계부 좀 봐주세요 3 ........ 2014/03/26 888
    364568 (급질) 서울에 뇌경색 잘 보는 병원 있으면 좀 가르쳐 주세요... 6 아빠 빨리 .. 2014/03/26 6,185
    364567 깐마늘은 어떻게 보관해야 오래가나요? 3 깐마늘 2014/03/26 1,833
    364566 화장실과 부엌 깨끗하게 유지하는 방법 좀 알려주세요 19 빵점주부 2014/03/26 5,647
    364565 베스트글 보고 남자 집과 여자 혼수 문제 29 정말? 2014/03/26 5,626
    364564 "식물영양제" 어떤 거 쓰시나요 ??...댓글.. 3 초록사랑 2014/03/26 979
    364563 몇번 찍으실 거에요? 2 샬랄라 2014/03/26 659
    364562 초등 1학년 남아, 재밌는 책 추천해 주세요 3 추천을~~ 2014/03/26 7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