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어르신의 자존심

갱스브르 조회수 : 605
작성일 : 2014-03-25 14:20:47

천상천하 유아독존으로 살아온 어르신

기운 빠지고 조금씩 세월에 쓸려 무너져가던 어느 날

퍽 하고 쓰러지셨다

나이 70이 훌쩍 넘어서도 홀로 철두철미하게 일상의 규칙을 벗어나지 않는 금욕주의의 삶...

그래서 갈수록 완고해지시고 자신만이 확신하는 세계가 전부라 믿는 단호함으로 인해

주변인들은 차츰차츰 경계를 두기 시작했다

"다 필요 없어!.."라는 호령 뒤엔 쓸쓸한 그림자를 껴안고 사셨는가 보다

119에 실려 한바탕 난리를 치른 뒤

자식이며 일가 친척들의 방문이 이어졌다

다행히 심근경색 초기라 개복수술은 피하고 관 삽입 시술로 회복이 가능했다

단단하게 쌓았던 노기가 무너진 건 의식을 회복한 후부터였다

안부를 묻는 인삿말에도 눈엔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고 저승 문턱에서 살아났다는 안도가

걷잡을 수 없이 마음에 풍파를 일으키고 있었던 거다

죽어야지..늙으면 죽어야지... 무슨 으름장 놓듯 마지막 인생의 정당한 보루처럼 노래를 부르시더니

삶의 실오라기 앞에서 초연함은 쓰잘데기 없는 것이 됐다

살았다!...는 이승의 공기가 그저 좋을 뿐이다

혼비백산했던 가족들도 서서히 이성을 찾아가며 씁쓸한 본성이 보인다

만약이라는 가정하에 저 고집 센 노친네를 어찌 돌봐드려야 하나...

하며 슬슬 발을 빼는 분위기들...

절대 어느 누구한테도 신세지지 않으려는 어르신의 성정을 알고 영혼 없이 지나가는 질문

"아버지 제가 모실게요..."

그들은 이미 어르신의 대답을 알고 있다

퇴원 하시고 일주일

좋아하시는 사과들고 얼굴을 뵈었다

부러 걱정스런 안부를 여쭙지 않았다

역시나 예의 고집과 근엄한 모습은 더더욱 견고해 지셨다

절대로 무너져선 안 된다는 듯이...

벌건 눈가가 어르신의 맘을 대신한다

죽이 지겹다고 하셔서 밥집으로 모시는데 걸음이 너무 빠르시다

"천천히 가세요.."

"젊은 사람이 걷는 게 왜 그 모양이야!..."

불호령...

그리웠다

IP : 115.161.xxx.128
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78937 울먹이는 유족들 “왜 이리들 잔인하십니까” 11 1111 2014/05/13 5,081
    378936 세월호 참사가 왜 대통령(정부) 책임인지 알려주마 1 무무 2014/05/13 1,242
    378935 "靑은 왜 하필이면 우병우 카드를 꺼내들었을까?&quo.. 3 1111 2014/05/13 2,018
    378934 교사 43명, 청와대 게시판에 ‘박근혜 퇴진 운동’ 선언 41 아이들 2014/05/13 4,503
    378933 천안함 사건 유족 대표가 본 언론의 세월호보도현장! 4 참맛 2014/05/13 1,446
    378932 서울신문이 언제부터 이렇게 즈질로 전락? 6 .. 2014/05/13 891
    378931 생크림케잌 지금날씨에 바깥차안에 둬도 될까요 2 생크림케잌 2014/05/13 1,015
    378930 김호월이 그만뒀단 글이 뜨네요.(한놈 보내고 또한놈 남음) 11 우리는 2014/05/13 1,989
    378929 제안합니다!! 세월호 유가족 지원 17 로즈마리 2014/05/13 2,501
    378928 대표 퇴진론에 결국 .. 김한길·안철수 전략공천 포기 89 경선 2014/05/13 8,258
    378927 '인권유린하는 유모차부대 엄마는 사형시켜야!' 35 1111 2014/05/13 4,255
    378926 부산시장 후보 오거돈 김영춘 단일화 합의 24 1470만 2014/05/13 1,944
    378925 김치할때 새우젓..마트에서 유리병에 담긴거 써도 될까요. . 2 파김치 2014/05/13 1,872
    378924 kbs 윤인구 아나운서 18 친일파후손 2014/05/13 13,472
    378923 일베를 하면 안되는 이유, 옛날의 독일과 닮은 한국 괴벨스 2014/05/13 1,080
    378922 베스트 가야 할 글 끌어올립니다. 클릭해서 보내 주세요!!!! 6 ... 2014/05/13 1,676
    378921 별이 모금 기적처럼 목표금 달성되었답니다. 고맙습니다. 달성!! 2014/05/13 1,461
    378920 한살림 김밥햄...그냥 기름두르지 않고 간하지않고 굽기만 하면.. 1 김밥 2014/05/13 2,305
    378919 빈혈!! 도와주세요. 25 코델리아 2014/05/13 5,196
    378918 예전에 좋아하는 사람있다고 조언 구하는 글 올렸었는데요.. 1 커쇼 2014/05/13 943
    378917 이 와중에 죄송 - 돈에 집착이 심한 경우 2 상담 2014/05/13 1,493
    378916 KBS, 세월호 추모곡 방송부적격 판정이유. 5 노란색 기겁.. 2014/05/13 1,657
    378915 t머니 교통카드 문의.. 2 중딩맘 2014/05/13 1,345
    378914 대구일베회원 세월호유가족 비하 잡혀 ..... 2014/05/13 1,165
    378913 그냥 웃겨요. 몽가 찌질한 것이 46 OO 2014/05/13 5,8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