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어르신의 자존심

갱스브르 조회수 : 597
작성일 : 2014-03-25 14:20:47

천상천하 유아독존으로 살아온 어르신

기운 빠지고 조금씩 세월에 쓸려 무너져가던 어느 날

퍽 하고 쓰러지셨다

나이 70이 훌쩍 넘어서도 홀로 철두철미하게 일상의 규칙을 벗어나지 않는 금욕주의의 삶...

그래서 갈수록 완고해지시고 자신만이 확신하는 세계가 전부라 믿는 단호함으로 인해

주변인들은 차츰차츰 경계를 두기 시작했다

"다 필요 없어!.."라는 호령 뒤엔 쓸쓸한 그림자를 껴안고 사셨는가 보다

119에 실려 한바탕 난리를 치른 뒤

자식이며 일가 친척들의 방문이 이어졌다

다행히 심근경색 초기라 개복수술은 피하고 관 삽입 시술로 회복이 가능했다

단단하게 쌓았던 노기가 무너진 건 의식을 회복한 후부터였다

안부를 묻는 인삿말에도 눈엔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고 저승 문턱에서 살아났다는 안도가

걷잡을 수 없이 마음에 풍파를 일으키고 있었던 거다

죽어야지..늙으면 죽어야지... 무슨 으름장 놓듯 마지막 인생의 정당한 보루처럼 노래를 부르시더니

삶의 실오라기 앞에서 초연함은 쓰잘데기 없는 것이 됐다

살았다!...는 이승의 공기가 그저 좋을 뿐이다

혼비백산했던 가족들도 서서히 이성을 찾아가며 씁쓸한 본성이 보인다

만약이라는 가정하에 저 고집 센 노친네를 어찌 돌봐드려야 하나...

하며 슬슬 발을 빼는 분위기들...

절대 어느 누구한테도 신세지지 않으려는 어르신의 성정을 알고 영혼 없이 지나가는 질문

"아버지 제가 모실게요..."

그들은 이미 어르신의 대답을 알고 있다

퇴원 하시고 일주일

좋아하시는 사과들고 얼굴을 뵈었다

부러 걱정스런 안부를 여쭙지 않았다

역시나 예의 고집과 근엄한 모습은 더더욱 견고해 지셨다

절대로 무너져선 안 된다는 듯이...

벌건 눈가가 어르신의 맘을 대신한다

죽이 지겹다고 하셔서 밥집으로 모시는데 걸음이 너무 빠르시다

"천천히 가세요.."

"젊은 사람이 걷는 게 왜 그 모양이야!..."

불호령...

그리웠다

IP : 115.161.xxx.128
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83102 [딴얘기]지성피부분들 여름에 얼굴 기름기 어떻게 관리하세요? 7 고민 2014/05/28 1,744
    383101 보세옷 어느 사이트에 가면 있을까요? 원피스 2014/05/28 635
    383100 게이 관련 문의드립니다. 8 난초 2014/05/28 3,574
    383099 기독교인들에게 여쭙고싶어요 8 ... 2014/05/28 1,226
    383098 혼자 중얼대는 습관 고치신분 계신가요? 5 중얼 2014/05/28 1,898
    383097 저 노래 좀 찾아주세요.. 4 죄송 2014/05/28 703
    383096 욕조 실리콘 29 건너 마을 .. 2014/05/28 7,897
    383095 유정복 후보 누구랑 휴일에 밥 먹은걸까요? 뉴스타파 - 유정복,.. 6 123 2014/05/28 1,665
    383094 jtbc에서 김홍신씨 나와 시원한 말씀하시네요 21 저녁숲 2014/05/28 10,388
    383093 순금귀걸이를 샀는데요. 잠기지가 않아요. ... 2014/05/28 1,041
    383092 속보)안대희 총리후보직 사퇴 20 bluebe.. 2014/05/28 3,699
    383091 일상 글 죄송해요. 10 .... 2014/05/28 1,089
    383090 근데요, 왜 그렇게 농약에 집착을 하는지? 18 유기농만먹고.. 2014/05/28 2,056
    383089 박영선 ”새누리, 김기춘 이름 앞에서 무릎 꿇어” 3 세우실 2014/05/28 2,366
    383088 조희연 교육감 후보님이 되셔야 하는 이유!! 자료 정리 된 것 .. 11 까칠마눌 2014/05/28 1,428
    383087 악마들이 역풍을 불고 있는것을 알고 있군요.. 7 。。 2014/05/28 1,568
    383086 세월호 진상규명 아바즈 청원 __ 2014/05/28 464
    383085 저보고 시장선거 나가랍니다. 11 .. 2014/05/28 1,456
    383084 박시장님 예전에 비해 언변이 정말 많이 느신 것 같지 않나요? 9 ㅁㅁ 2014/05/28 1,676
    383083 다음 싸이트 괜찮은가요? 1 다음 2014/05/28 724
    383082 투표합시다. 그리고 개표 눈크게 뜨고 지켜봅시다. 2 그루터기 2014/05/28 369
    383081 서울교육감 조희연후보 실질적으로 돕는법 6 녹색 2014/05/28 1,050
    383080 시사통 김종배입니다[05/28pm] 인권통-지역인권 이야기 lowsim.. 2014/05/28 560
    383079 안대희 떠나는 길도 추잡스럽네요 30 조작국가 2014/05/28 13,479
    383078 친구분 자동차로 운전을 하다가 사고가 났어요. 7 .. 2014/05/28 1,5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