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어르신의 자존심

갱스브르 조회수 : 569
작성일 : 2014-03-25 14:20:47

천상천하 유아독존으로 살아온 어르신

기운 빠지고 조금씩 세월에 쓸려 무너져가던 어느 날

퍽 하고 쓰러지셨다

나이 70이 훌쩍 넘어서도 홀로 철두철미하게 일상의 규칙을 벗어나지 않는 금욕주의의 삶...

그래서 갈수록 완고해지시고 자신만이 확신하는 세계가 전부라 믿는 단호함으로 인해

주변인들은 차츰차츰 경계를 두기 시작했다

"다 필요 없어!.."라는 호령 뒤엔 쓸쓸한 그림자를 껴안고 사셨는가 보다

119에 실려 한바탕 난리를 치른 뒤

자식이며 일가 친척들의 방문이 이어졌다

다행히 심근경색 초기라 개복수술은 피하고 관 삽입 시술로 회복이 가능했다

단단하게 쌓았던 노기가 무너진 건 의식을 회복한 후부터였다

안부를 묻는 인삿말에도 눈엔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고 저승 문턱에서 살아났다는 안도가

걷잡을 수 없이 마음에 풍파를 일으키고 있었던 거다

죽어야지..늙으면 죽어야지... 무슨 으름장 놓듯 마지막 인생의 정당한 보루처럼 노래를 부르시더니

삶의 실오라기 앞에서 초연함은 쓰잘데기 없는 것이 됐다

살았다!...는 이승의 공기가 그저 좋을 뿐이다

혼비백산했던 가족들도 서서히 이성을 찾아가며 씁쓸한 본성이 보인다

만약이라는 가정하에 저 고집 센 노친네를 어찌 돌봐드려야 하나...

하며 슬슬 발을 빼는 분위기들...

절대 어느 누구한테도 신세지지 않으려는 어르신의 성정을 알고 영혼 없이 지나가는 질문

"아버지 제가 모실게요..."

그들은 이미 어르신의 대답을 알고 있다

퇴원 하시고 일주일

좋아하시는 사과들고 얼굴을 뵈었다

부러 걱정스런 안부를 여쭙지 않았다

역시나 예의 고집과 근엄한 모습은 더더욱 견고해 지셨다

절대로 무너져선 안 된다는 듯이...

벌건 눈가가 어르신의 맘을 대신한다

죽이 지겹다고 하셔서 밥집으로 모시는데 걸음이 너무 빠르시다

"천천히 가세요.."

"젊은 사람이 걷는 게 왜 그 모양이야!..."

불호령...

그리웠다

IP : 115.161.xxx.128
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90961 미국 4주 학교 연수가는 대학생, 따로 보험을 들어야 하나요? 4 보험 2014/06/24 1,259
    390960 초1 남아... 독서록을 하루에 2개씩 쓴대요.. 7 ... 2014/06/24 2,039
    390959 아이들이 혹 할만한 맛있고 건강한 먹거리는 뭘까요 7 엄마밥 2014/06/24 2,050
    390958 이모,나 살아 돌아왔어..ㅠㅠ 19 ... 2014/06/24 15,246
    390957 피가 덜가신 옷 어떻게해요? 4 세탁 2014/06/24 1,291
    390956 "인사청문회까지 가지 못해 참 안타깝게 생각한다&quo.. 10 oops 2014/06/24 1,475
    390955 매실항아리 날파리 4 매실사랑 2014/06/24 1,797
    390954 얼마전 아이가 기흉이었다는 글을 보고 2 주근깨 2014/06/24 1,971
    390953 향수 추천 해주셔요.. 이세이 미야케 류의... 2 향수 2014/06/24 1,363
    390952 아이가 구내염일땐 어떡해야 하죠?? 11 ... 2014/06/24 5,941
    390951 아이허브에요, 님들 2014/06/24 902
    390950 노년의 비밀 74 엘리스 2014/06/24 15,709
    390949 노유진(노회찬,유시민,진중권)의 정치카페 5회 - 뉴스타파를 만.. 1 lowsim.. 2014/06/24 1,471
    390948 (광고 절대 아님) 확실히 옷발이 있는 사람이 있나봐요. 10 쇼핑몰모델 2014/06/24 3,495
    390947 3,4번째 발가락이 저려요 1 갱년기여성 2014/06/24 4,496
    390946 급성 위염일 경우 통증이 얼마나 갈까요? 5 위염 2014/06/24 7,355
    390945 아주머니들 등쌀때문에 수영장 다니기가 힘들어요;; 23 샴냥집사 2014/06/24 10,503
    390944 대전(월평동)에 아이심리치료실과 방문 피아노샘 좋은 분 아시면 .. 대전이사 2014/06/24 835
    390943 문방구류등 기부할곳 볼펜 2014/06/24 1,203
    390942 문창극, 사퇴 기자회견서 문남규 선생 언급 ”할아버지 독립운동가.. 15 세우실 2014/06/24 3,321
    390941 사춘기도 아니고,, 뒷 사람 냄새날까봐 갇혀있다 나왔어요 5 화장실 2014/06/24 2,758
    390940 드럼세탁기에서 흰옷에 물들었어요 ㅠㅠ 1 에구 2014/06/24 1,660
    390939 구차하게 변명만 늘어놓고 사퇴하네요 3 ㅇㅇㅇ 2014/06/24 1,450
    390938 더블엑스 초등학생 복용량 알려주시기 바래요 2 더블엑스 2014/06/24 1,680
    390937 (펌)꼭 읽어 주세요 의료민영화 1 guswls.. 2014/06/24 7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