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어르신의 자존심

갱스브르 조회수 : 534
작성일 : 2014-03-25 14:20:47

천상천하 유아독존으로 살아온 어르신

기운 빠지고 조금씩 세월에 쓸려 무너져가던 어느 날

퍽 하고 쓰러지셨다

나이 70이 훌쩍 넘어서도 홀로 철두철미하게 일상의 규칙을 벗어나지 않는 금욕주의의 삶...

그래서 갈수록 완고해지시고 자신만이 확신하는 세계가 전부라 믿는 단호함으로 인해

주변인들은 차츰차츰 경계를 두기 시작했다

"다 필요 없어!.."라는 호령 뒤엔 쓸쓸한 그림자를 껴안고 사셨는가 보다

119에 실려 한바탕 난리를 치른 뒤

자식이며 일가 친척들의 방문이 이어졌다

다행히 심근경색 초기라 개복수술은 피하고 관 삽입 시술로 회복이 가능했다

단단하게 쌓았던 노기가 무너진 건 의식을 회복한 후부터였다

안부를 묻는 인삿말에도 눈엔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고 저승 문턱에서 살아났다는 안도가

걷잡을 수 없이 마음에 풍파를 일으키고 있었던 거다

죽어야지..늙으면 죽어야지... 무슨 으름장 놓듯 마지막 인생의 정당한 보루처럼 노래를 부르시더니

삶의 실오라기 앞에서 초연함은 쓰잘데기 없는 것이 됐다

살았다!...는 이승의 공기가 그저 좋을 뿐이다

혼비백산했던 가족들도 서서히 이성을 찾아가며 씁쓸한 본성이 보인다

만약이라는 가정하에 저 고집 센 노친네를 어찌 돌봐드려야 하나...

하며 슬슬 발을 빼는 분위기들...

절대 어느 누구한테도 신세지지 않으려는 어르신의 성정을 알고 영혼 없이 지나가는 질문

"아버지 제가 모실게요..."

그들은 이미 어르신의 대답을 알고 있다

퇴원 하시고 일주일

좋아하시는 사과들고 얼굴을 뵈었다

부러 걱정스런 안부를 여쭙지 않았다

역시나 예의 고집과 근엄한 모습은 더더욱 견고해 지셨다

절대로 무너져선 안 된다는 듯이...

벌건 눈가가 어르신의 맘을 대신한다

죽이 지겹다고 하셔서 밥집으로 모시는데 걸음이 너무 빠르시다

"천천히 가세요.."

"젊은 사람이 걷는 게 왜 그 모양이야!..."

불호령...

그리웠다

IP : 115.161.xxx.128
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66729 약먹으면서 껌을 같이 삼켰어요 3 ........ 2014/04/04 681
    366728 삭제합니다 48 000 2014/04/04 3,640
    366727 강화에 사시는분들께 혹시 고려산 진달래 언제필까요 2 고려산 2014/04/04 506
    366726 요가 배울 곳 추천해주세요 1 .. 2014/04/04 525
    366725 시내 시청,광화문쯤 간단히 뒷풀이 할만한 곳이요 1 부부동반 2014/04/04 324
    366724 나무주방용품서 유해물질 다량 검출 6 오마이갓 2014/04/04 2,048
    366723 알로에젤 신세계네요 11 .. 2014/04/04 6,786
    366722 안철수 "민주당 10%대 정당 아니었느나" 71 샬랄라 2014/04/04 1,409
    366721 그러고보면 저희 고양이는... 10 삐용엄마 2014/04/04 1,080
    366720 청주터미널 1 부탁드려요 2014/04/04 491
    366719 . 12 궁금 2014/04/04 1,608
    366718 아이를 학교 보내놓고 하루도 마음 편할 날이 없어요 24 ... 2014/04/04 6,349
    366717 힘드네요ㅠㅠ 2 eunyar.. 2014/04/04 455
    366716 마지렐 염색약 샀는데 염색방법 좀 가르쳐주세요~ 2 오늘하루 2014/04/04 2,814
    366715 심장이 찌릿한 통증이 느껴지는 이유 2 재만 2014/04/04 1,087
    366714 책, ebook 추천 좀 부탁드려요 2 팔이님들 2014/04/04 542
    366713 싱가폴 자유여행 ,.. 또 문의드려요. 6 차니맘 2014/04/04 1,763
    366712 방금 진보성향 선배와 북한에 대한 글을 삭제했군요(알바주의) 9 ㅁㅁㅁㅁ 2014/04/04 395
    366711 실버타운 8 50대아짐 2014/04/04 1,931
    366710 fall to fly.... 5 .... 2014/04/04 1,067
    366709 시어머니 문자요~~ 5 으윽 2014/04/04 1,729
    366708 박원순 ”5월 초 공식출마 선언 계획” 12 세우실 2014/04/04 756
    366707 뉴욕 타임스. 韓國 자살은 도처에 있다. 1 light7.. 2014/04/04 706
    366706 이승환의 문제제기,신대철의 자세한 설명 7 우리나라음반.. 2014/04/04 1,825
    366705 옥파마 해보신 분 계세요? 4 2014/04/04 2,5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