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갑자기 눈물이 팍 터져서 너무 당혹스러웠어요
이렇게 날씨좋은 토요일에 왜 울었냐면요..
저는 30대 중반을 향해가는 미혼처자구요 가까운데 언니가 살아요
조카가 이제 막 두돌이 지나서 한창 말하고 귀여울 때라 자주 놀러와요
오늘 원래는 형부가 회사에 나가봐야 한다고 해서
언니랑 같이 조카 데리고 쇼핑하러 가려고 했거든요
언니나 저나 옷구경하는 거 좋아하는데 형부는 싫어해서
형부 다른 볼일 있을 때 조카 데리고 가끔 가곤 했어요
어제 언니가 낼 형부 회사 간다고 옷구경하러 가자! 그래서
원래 친구들 모임이 있었는데 언니가 애 데리고 혼자 움직이기 힘든 거 아니까
모임에도 빠진다 하고 언니랑 약속을 잡았어요 제가 차를 몰고 가기로 하구요
오늘 오전에 일찍 일어나서 준비 다 하고 옷 갈아입고 드라이하고 있는데
언니한테 전화가 왔더라구요 형부가 낼 회사 간다고..
곧 이사를 앞두고 있어서 가구를 보러 가야 하는데 거기나 같이 가자고..
쇼핑은 낼 가자고..
근데 갑자기 가구보러 가는데 내가 군식구처럼 왜 따라가나 싶고
내일은 나도 다른 일정이 있는데 마음대로 내일 쇼핑가면 되잖아라고 말하는 언니한테
무지 섭섭하더라구요.
난 가구보러 안 가겠다, 내일은 일정이 있어서 쇼핑 못 간다 그러고 끊었어요
근데 갑자기 눈물이 팍 나는 거예요..
갑자기 오늘처럼 날씨좋은 토요일에 마땅히 할 일도 떠오르지 않고
친구들이나 만날걸 거기 가기에도 늦은 시간이 돼 버렸고.. (친구들은 근교로 멀리가서요)
언니랑 저랑은 친자매면서 친구처럼 잘 지내왔거든요
근데 아무리 친언니라도 시집갔으면 자기가정이 있는 거고
언니가정 중심으로 돌아가는 건 당연한 거겠다 싶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모르겠어요 왜 이렇게 쓸쓸한 마음이 밀려들었는지..
전화끊고 갑자기 쏟아지는 눈물에 어쩔줄 모르면서 울다가 일단 집을 나왔어요
시내에 있는 대형문고 가서 책 좀 보고 몇 권 사고..
카페 가서 커피마시며 책 볼까 들어갔다가 사람이 너무 많고 시끄러워서
그냥 테이크아웃해서 들고 도로 집에 들어왔어요
집에 들어오니 이상하게 마음이 차분해지네요
사실 얼마전에 결혼 생각하며 만났던 남자친구랑도 헤어지고
나이는 하루하루 먹어가고 친구들도 거의 다 결혼했고
갑자기 생긴 주말 자유시간에 뭘 해야할지 어떻게 보내야할지 막막해요
빨리 나도 가정이 생겨서 바쁘게 지냈으면 좋겠다 싶어요
지금 이 자유로운 시간을 즐겨야지 싶다가도, 막상 뭔가 하고 싶은 의욕이 너무 안 생겨요
주말에 뭐라도 배우러 다녀야 할까요?
감기기운이 있어서 그런지 정신은 몽롱하고 운전하다가도 울컥 눈물이 나는 제자신이 당혹스러워요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