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존경할 수 있는 남편도 세상에는 있겠지요..?

허무 조회수 : 2,724
작성일 : 2014-03-21 23:49:31
친정아버지가 참 싫었어요

학벌, 인물 좋으셨는데 안정적인 직장 그만두고 사업병 걸려서 평생 공무원이신 엄마가 실질적으로 가장 노릇 하셨어요

그러면 부인에게 고마워하거나 미안해라도 하셔야하는데 허구헌날 자격지심에 소리지르고 물건 던지며 자기 무시한다고 버럭거리셨죠 친정이 지방인데 어떻게든 지옥같은 집 떠나고 싶어서 공부했어요 그래서 sky 들어갔고 남들 부러워하는 직장에도 입사했어요

아버지로 인해 결혼에 회의적이어서 학교 다닐 때 수녀처럼 살았어요 결혼은 내 길이 아니라 생각해서 연애조차 하면 안된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대단한 미모는 아니지만 워낙 남자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학교여서 그럭저럭 봐줄만한 외모에 무난한 성격이라 좋다는 남자가 많았어요 하나같이 제게 잘보이려고 제 말이라면 무조건 다 듣는 그들이 남자로 느껴지는게 아니라 한심하게 느껴졌지요 객관적으로 나무랄 데 없는 사람들이었는데도요

그러다 남편 만났는데 처음부터 기고만장에 안하무인이었는데 눈에 뭐가 씌었는지 그게 자신감 넘치고 패기있어 보이더라구요 결국 결혼했는데 결혼 직후부터 모든 환상이 깨졌지요

소심하고 우유부단한 성격을 들키지 않으려고 허세를 부리고 본인 자존심에 상처를 입으면 분노조절장애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끝없이 화풀이를 해요 처음에는 기막혀 억지소리로 버럭거릴 때 같이 대꾸하다 싸우게 됐는데 이젠 그냥 너는 짖어라, 하는 마음으로 자리를 피해요 진정한 권위와 존경심은 상대의 마음을 움직여야 가능한 건데 그럴만한 인격과 언행은 전혀 갖추지 못했으면서 가족에게 무조건적인 존경과 복종을 원해요

오늘도 아이가 학원 갔다와서 평소 못보던 텔레비젼 프로그램 하나 보고 싶어하니(직장인들 금요일 저녁에 느끼는 해방감 비슷한 기분일 거라 생각해요)감히 아버지가 다른 거 보고 있는데 어디서 버릇없이 그런 소리를 하느냐, 그게 꼭 봐야 할 정도의 가치가 있는 거냐, 너 티비 중독 아니냐, 난리가 났어요 본인은 저녁식사 후에 시덥쟎은 연예인들 토크쇼 같은 걸 3시간 가까이 보고 있었으면서요 애가 시무룩해서 방에 들어가니 보란듯이 애가 보고 싶어하던 프로를 틀더라구요 한심한 프로라 하더니 왜 보냐고 물으니 자기랑 애는 다르대요 어디 아들이 아버지랑 동등하게 굴려고 하냐고 자긴 그렇게 안자랐다네요

평소 평범한 본인 부모를(시어머니는 평범하지도 않으세요 심한 허영기와 남의 시선 극도로 의식하고 사람 돌게 만드는 치매 화법을 구사하시죠 1시간 넘게 얘기했는데 그런 얘기를 나눈 적도 없는 것처럼 하시는데 처음엔 정말 치매 온 줄 알고 깜짝 놀랄 정도였죠)신격화, 우상화하는데 이젠 그냥 딱하기까지 해요

친정아버지같지 않은, 인격적으로 존경할 수 있는 남편이 유일한 결혼 조건이었는데...살수록 환멸만 늘어가네요
IP : 175.114.xxx.183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5238
    '14.3.21 11:56 PM (125.181.xxx.208)

    82에 남편자랑하라고 하면 남편 존경한다는 여자들 줄줄이 달린답니다. 어찌나 많은지.
    그나저나 님의 아이도 자라면서 점점 아버지에 대한 환멸이 늘어날겁니다. 아니면 아버지를 닮아가던가요. 둘중 하나인데 어느쪽으로 봐도 비극이 기다리고 있다고 봐요.

  • 2. 원글
    '14.3.22 12:01 AM (175.114.xxx.183)

    아이는 다행히 아직까진 좋은 성품으로 자라고 있어요 중학생인데 담임선생님께서 학년말에 이런 품성과 자질을 가진 제자를 가르쳐서 행복했다고 편지를 따로 써주실 정도로요

    그런데 결국 저와 같은 운명이 되겠지요 아버지에 대한 환멸...근데 제가 이 나이 먹으니 아버지에 대해서도 연민이 생기긴 하더라구요

  • 3. ...
    '14.3.22 12:07 AM (115.126.xxx.100)

    아들과 딸은 또 다르더라구요.
    딸은 나이가 들수록 아버지에 대한 연민이 커지는데
    아들은 그렇지 않고 끔찍하게 싫어하면서 점점 닮아가는 경향이 커요.

    아드님 많이 도닥여주시고 원글님은 싫으시겠지만
    아이와 아버지 사이에 중간자 역할 잘해주세요.
    아드님 앞에서 남편 욕하거나 아들이 아버지를 환멸하게 만들지 마시구요.

    저희 오빠와 아버지를 생각하면 전 늘 가슴이 아파요.

  • 4. ...
    '14.3.22 12:10 AM (180.224.xxx.143)

    님이 아버지에 대한 환멸을 점차 잊고,
    님의 아이가 자기 아버지에 대해 그러니까 님의 남편에 대해 환멸을 가지지 않게 하려면
    님의 크나큰 희생과
    님 남편의 뼈를 깎아내는 고통이 따라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남편 존경한다고 말하려 댓글을 달지 않았지만
    그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님 아이의 미래를 위해서는 님 부모, 님 남편분의 부모가 문제가 아니라
    님 부부 자신들의 뼈깎는 고통이 있어야
    님 부부의 아이가 그 환멸을 겪지 않을 거라는 점이예요.
    님의 남편이 그럴 만한 가치가 어떤 점에 있을까 생각해보세요...
    전 5년의 이혼생활 동안 생각했고
    결국은 찾았어요.
    그 동안 전남편은 아직은 미숙하지만 자기의 단점을 고치려고 애를 쓰며 찾아왔어요.
    저는 그 아무 것도 아닌
    자신의 단점을 고치려는 그 점 만으로 전남편을 다시 보게 되었어요.
    존경할 점은 위대한 점이 아니라
    작은 것에서 출발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주제넘어 죄송합니다.

  • 5. 원글
    '14.3.22 12:21 AM (175.114.xxx.183)

    윗분의 전남편분은 본인 단점을 고치려는 노력하셨다는데 그거 대단한 거라 생각해요

    사실 제가 무슨 성인 수준의 인격을 원하는게 아니랍니다 제 남편은 만난지 17년 동안 단 한번도 잘못했다, 미안하다, 고맙다는 말을 제게 해본 적이 없어요 부부 동반 모임에서 남편 친구들이 남편더러 제수씨 업고 다녀야한다(제가 시아버지 병수발을 2년 넘게 했어요) 하니 며느리가 그럼 그것도 안하냐고 당연한 걸 했는데 무슨 소리냐고 정색하던 사람이죠 그러면서 어쩌다 지방 친정에 운전해서 가면 제가 운전하느라 수고했다고 하는데 그 때마다 유세가 하늘을 찌르지요 이 먼 처가에 운전하고 오는 사위는 자기밖에 없다는 둥.. 고
    마운 걸 고맙다고 하면 자기 자존심이 깎인다고 생각하고 자가 한 건 하늘같이 큰 일인 거죠...이젠 그냥 딱해요

  • 6. 7546-9
    '14.3.22 12:32 AM (125.181.xxx.208)

    원글님은 부처의 반열에 오르신거 같네요.
    저는 말만 들어도 화나고 저같으면 이혼하고 싶을거 같은데요.

  • 7. ㅇㅇ
    '14.3.22 1:33 AM (50.68.xxx.6)

    비슷한 경우라 로긴합니다. 제 남편도 마찬가지고 이런 미성숙한 인격을 가진
    사람들은 대개 그 부모의 양육태도와 관련이 있더군요. 아마 남편은
    부모로 부터 충분한 따뜻한 사랑과 자신의 능력에 대한 인정을 못받으며
    자랐을듯해요. 공부를 잘해서 명문대에 가고 사회적으로 성공하고에 상관없이
    부모로서 자식을 인정하고 사랑하는 따뜻한 끈끈한 관계.
    그런 사람이 결혼을 하면 배우자와 자녀들을 통해 부모로 부터 받지못한것들ㄹ
    대리 충족하려하더군요
    그 또한 상처다 인정해주시고. 측은지심을 갖고 대하보세요. 원글님도 한결 편해지고 아이들과의 관계도 나아질겁니다. 위 tv 관련 상황에서는 원글임이
    먼저 ㅇㅇ야 아버지 힘들게 일하고 오셨는데 편히 쉬게 해드리자하고 아빠 편을
    들어줘 보세요. 조금씩 바뀔거예요

  • 8. ...
    '14.3.22 10:50 AM (180.230.xxx.215)

    님..제 맘이 다 먹먹해요. 저또한 7년간의 결혼생활이 순탄치 않았기에.
    님은 친정아빠에게 환멸을 느껴 남자를 돌 보듯 살다가 결국..
    더 나을 거 없는 남자만나 결혼하셨네요. 인생 참 얄궂죠..
    두 남자분의 공통점이 있더군요. 잘못했다 미안하다 고맙다라는
    말을 안한다는 거.
    님 정말 거의 전인생을 힘들게 사셨네요. 토닥토닥
    소위 집에.있는 똥이 싫어 집을 나갔다가 또 다른 똥을 만난것처럼.
    저도 약간 비슷한데..님에 비하면 새발의 피라고 느껴지네요.
    그만큼 원글님의 고단했을 일상이 읽혀집니다.
    ...님 남편분이 자신의 부모를 신격화 우상화한다고 하셨는데
    혹시 시어머님이 아버님에게 복종하며 사셨나요?
    아님 반대?..흠..잘못된걸 보고 잘못됐다고 인정을 못하는
    님 남편분이 궁금해서 그래요. 남편분 언행으로 보아
    가부장적 의식이 상당히 강하고 약자는 무시하는 게 보여서요.
    혹 본인 아버지가 엄마를 깔보고 집에서 말도안되는 대장노릇하는걸
    보고 자라신건 아닌지.
    시어머님 허영심하고 치매끼 느껴질 정도로 이상하시다면
    그건 뭔가 자신의 허전함과 초라함을 허영으로 풀고
    한말 또하고..등 비이상적 언행은 지속적인 스트레스상태에서
    살아오신 분들의 행태같아보여요.
    게다가 시아버님 병수발이라...님이 할 수밖에 없던 상황이었나요?
    많은 부분이 안타까워서요. 님이 왠지 많이..아주 많이 참으시는
    분인 것 같아서요.
    제가 전문가도 아니고..댓글로 적어봤자 한계가 있구요.
    일단 ..남편분에겐 하나도 기대하지 마시고요.
    님이 먼저 상담받아보세요. 종교나..호오포노포노..스님말씀이나
    목사님 신부님 말씀이라도 꾸준히 접해보세요.
    제가 그러고 있고든요. 님 혼자 버티시기엔 넘 힘든 인생이세요.
    과연 내게 무엇이 있어서 이런 현재를 살고 있나..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찾아보세요. 더불어 가정상담. 대화법. 성격유형 등
    공부도 많이 하시구요. 아는만큼 길이 보여요.
    귀하게 키운 아드님을 위해서두요. 님이 총대를 맬 수밖에 없어요.
    님이 그럴만한 그릇이 되기에 삶이 이리도 모진 걸거예요.
    할수 있는 모든 걸 다 해도 답이 안보일때 그때 정리하시는 거래요.
    아 난 도저히 이 길을 갈 수 없구나. 덤덤히 인정하고.
    님의 전생이든 님 조상님이시든 님의 무의식이든
    암튼 어떤 원인이 있어서 지금의 결과를 보고 사시는 거예요.
    다 인정하고 겸허히..님 공부도 잘하셨다고 하시고 인성도 훌륭하신데
    그래서 님께 이렇게 큰 시련 주셨나봐요.
    숙제 한 번 해보자...하는 맘으로 한번 달리 생각해 보세요
    그리고 님 내면의 솔직한 감정을 한번이라도 남편에게
    객관적으로 전달한 적 있었나..생걱해보시고
    남편분 책망하기전에 저 사람의 무엇이 저런 언행을 하게 했을까
    측은지심으로 한번 다른 시각으로 봐보세요.
    님의 그런 변화를 남편분이 감지하는 순간. 그때서야 변하기 시작합니다. 상대를 절대로 먼저 변화시킬 순 없어요.
    정말이지..남 일같지 않아서 실례무릅쓰고 지껄였습니다. -.-
    결과를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78251 저만 그런건지 모르겠지만, 14 힘들어 2014/05/11 2,056
378250 아래/말(단어)도안좋고 운운글 패쓰요망 알바글임 9 알바아웃 2014/05/11 959
378249 말(단어) 선택도 틀리고 시기도 안좋아, 정몽준 부인 1 실제발언 2014/05/11 1,211
378248 this is worth the candle하면 무슨 뜻인가요?.. 4 .. 2014/05/11 2,112
378247 예전에 서정희씨 자서전 읽으신분 계세요? 25 자서전 2014/05/11 61,037
378246 선거만 끝나봐요 유족들 내팽겨칠겁니다 11 개누리당 2014/05/11 3,014
378245 나눔로또 말이에요. 3 이와중에 2014/05/11 1,294
378244 알면 알수록.. 1 ... 2014/05/11 986
378243 정부부처 이름풀이 2 이름 풀이 .. 2014/05/11 1,152
378242 단원고 학생 故 김민정양 2년전 어버이날 편지 29 .. 2014/05/11 8,676
378241 부엌이 너무 어두워요 5 조명 2014/05/11 1,964
378240 자식잃어서 모두 미쳤나봐요ㅎㅎ 57 참맛 2014/05/11 21,248
378239 몽심몽이란 말 아세요? 4 .. 2014/05/11 1,568
378238 이렇게 묘사된 그림이 누구의 작품인지 좀 알려주세요 7 명화 중 2014/05/11 1,576
378237 (펌)어느 한 '강남 좌파'의 생각 5 Citrus.. 2014/05/11 1,879
378236 다른 회원님들 남편분들도 이런가요???ㅠㅜ 8 OTL 2014/05/11 2,374
378235 국방부 사이버사령부 요원의 하루... 82에도 ? 5 대합실 2014/05/11 1,736
378234 정몽준 부인 "국민미개" 발언 바른말이지만 시.. 84 ... 2014/05/11 15,532
378233 아기 꿈이 나쁜가요? 4 2014/05/11 3,156
378232 IP 검색질 별로 신뢰는 않하지만 한번 해봤다.(219.254... 12 우리는 2014/05/11 3,158
378231 작품성있는 그림 한장 감상하시죠 15 간만에작품성.. 2014/05/11 3,408
378230 소개팅남의 태도... 13 그리운사람 2014/05/11 6,277
378229 분당 운전 배울만한곳 1 운전 2014/05/11 976
378228 진도체육관 2층에서 공짜숙식중이던 기자들이 자원봉사자들에 의해 .. 14 참맛 2014/05/11 5,476
378227 서울지역에서 사고가 났어도 박원순 전에 박근혜 책임아닌가요? 1 자꾸서울에서.. 2014/05/11 1,3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