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빨간범랑냄비를 보니...

인생이 조회수 : 1,679
작성일 : 2014-03-20 21:57:37

저녁상에 불고기를 올렸습니다.. 먹고나니 아주 조금 불고기가 남았네요.. 어차피 먹을때도 다시 데워 먹어야 하니

냄비에 담아두는게 편할 것 같아서... 이런 용도로 주로 쓰이는 범랑냄비를 꺼냈습니다.

저 빨간 범랑냄비는 밥공기의 3분의2정도 되는 정말 소꿉장난 같은 냄비입니다.

십오륙년전에 지금은 군대에 가있는 작은아들녀석이 그릇가게(그때는 수입그릇가게가 많았지요)에서 떨어뜨려

뚜껑이 찌그러지는 바람에 정말 그냥은 저얼대 사오지 않을 저 장난감 같은 녀석을 울며 겨자먹기로 구입했더랍니다..

그렇게 잠시도 가만히 있질 못하고 사부작거리며 사고를 치던 녀석이 벌써 자라서 나라를 지키러 간지 3주 되었네요

두아들을 키우며 움직임이 별로 없고, 말썽을 일리지않는 큰아이에 비해 뱃속에서부터 심상치 않은

운동능력을 자랑하던 우리 막둥이는 정말 저를 힘들게 했더랍니다.  식용유병 쏟아놓고 머리부터 온몸에 바르기.

무선전화기 안테나 잡고 변기에 넣어돌리기. 야단치는 엄마 물건 하나씩 베란다 밖으로 던지기(저희집 소파쿠션이

행방불명되었다가 경비실앞 바위위에서 발견됨으로 해서 알게 되었어요.. 1층 화단에 저희집 물건이 꽤 많이 버려

져 있더군요).식당가면 앉아있지 않고 돌아다니기..(그래서 저는 외식을 거의 못했어요. 나가서 먹으면 제가 꼭 체해서... 좀 자라서는 나가면 연락두절... 숙제 안하기, 준비물 안챙기기, 숙제할 교과서 가지러 나갔다가

학교앞에 주저앉아 퍼져 놀기...ㅎㅎ  하여튼 참 많이 혼내고 힘들어하며 키웠답니다...

하지만 자라서는 엄마한테 무뚝뚝한 형대신 많이 웃어주고, 엄마랑 함께 놀아주고... 도와주고..

그렇게 저를 행복하게 해주던 녀석입니다.. 빨간범랑냄비를 보니... 울아들이 또 그립네요...

**아 이 냄비 니가 뚜껑 떨어뜨려서 엄마 사준 냄비야.. 라고 하면  씩 웃으면서..

냄비 이쁘네.. 그래줄텐데.. 엄마.. 팔아프니까 내가 설거지해줄게...그래줄텐데...

훈련소에서 많이 힘들진 않은지... 주책맞게 눈물이 나려하네요..

그때 냄비를 떨어뜨려 할 수 없이 사게 되었을때는 참 많이 속상했습니다.

빠듯한 월급쟁이 살림에... (그 냄비가 일본 에지리범랑이거든요... )필요하지도 않은 비싼 물건을

사오려니 말이죠... 하지만 지금은 쓸 때마다 이물건을 들이게 해준 아들한테 고마워하게 하는 물건입니다..

작고 앙증맞은 자태가 예쁘기도 하고.. 마치 소꿈장난을 하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해주고 말이지요..

인생이 결국 이런건가 봅니다... 영원이 나쁜일도 없고... 영원히 좋은일도 없고 말이죠...

울아들 잘하고 있겠죠? 엄마한테 잘하듯이...

 

 

IP : 124.50.xxx.18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4.3.20 10:32 PM (116.121.xxx.197)

    글을 잔잔하게 잘 쓰시네요.
    군대 간 아들은 열심히 훈련받고
    지금은 달콤한 꿈나라겠지요?
    꿈에서 엄마 보고 울먹울먹 잠꼬대는 안할런지..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68487 급해요)지금 2시간째 삶고 있는데... 4 시레기 삶는.. 2014/04/10 1,062
368486 아이가 시켜달라는 수업 다 해주시나요?ㅡ5세 3 ㅇㅇㅇ 2014/04/10 595
368485 혹시 오늘 중앙일보 사회면내용부탁드려요 2 신문 2014/04/10 397
368484 중2 딸이 사춘기 들어서서 신경질 엄청나네요. 언제쯤 좋아지나요.. 9 중2딸 2014/04/10 2,331
368483 타요 버스의 진실과 박원순의 사기극 47 길벗1 2014/04/10 4,984
368482 기황후, 왕가네, 오로라, 밀회 등을 보면 논란이고 뭐고 다 필.. 5 ㅁㅁㅁㅁ 2014/04/10 1,315
368481 4인 가족 의류비...얼마나 드나요? 1 dma 2014/04/10 1,182
368480 종아리와 다리 근육 예쁘게 만드는 운동법 조언좀 해주세요 2 운동하자 2014/04/10 2,238
368479 퀄러 퀄러 퀄러ㅡㅡㅡㅡ듣기 싫어요 5 외래어넘침 2014/04/10 1,458
368478 野 기초공천 '운명의 날'…安의 '무공천' 소신 통했을까 9 세우실 2014/04/10 561
368477 집에서 만든 요구르트에 어떤거 넣어 드세요? 26 요구르트 2014/04/10 2,566
368476 태보하고 팔아파 죽을지경 1 오늘 2014/04/10 743
368475 나이먹고 시험준비할때 힘든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31 나이먹고공부.. 2014/04/10 3,763
368474 케일 대신 상추는 아니되옵니다.. ㅠ.ㅠ 2 콜린님 케일.. 2014/04/10 2,510
368473 박근혜 [ ]에 관한 명연설 1 지식 2014/04/10 454
368472 tv 구입하려고 하는데 모델 추천해주세요 영화감상 2014/04/10 455
368471 해외여행 영어 공부하기좋은책이 있는데 추천부탁드려요. 파랑 2014/04/10 747
368470 미국에서 한국으로 송금할때. 10 알려주세요 2014/04/10 3,040
368469 이사 전 입주청소해야 하나요? 1 solmam.. 2014/04/10 1,634
368468 한달에 경조사비 얼마나 나가세요? 13 휴우 2014/04/10 1,925
368467 컴퓨터 관련 질믄 4 ..... 2014/04/10 672
368466 이제 문제 풀이 글에 리플 안 달아야겠어요. 먹튀들 보기 싫어서.. 11 아 진짜 2014/04/10 1,838
368465 시모무라 야채다지기 써보신분 다람쥐여사 2014/04/10 1,344
368464 같이 살지는 못하겠다.. 6 아무래도 2014/04/10 2,397
368463 김치볶음 맛있게 하는법 꼭 좀 알려주세요 ㅠㅠ 22 초보 2014/04/10 4,2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