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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음감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요

아들얘기 조회수 : 1,941
작성일 : 2014-03-19 11:50:08

베스트의 절대음감 이야기를 읽고 나니 생각난 건데요,

중학생인 제 아들이 7살 초반 무렵, 집에 피아노가 생기면서 장난감처럼 하루종일 갖고 놀았어요.

전혀 가르치질 않았는데 어느날 동요를 왼손으로 반주 넣어 가며 치다가

또 갑자기 여러가지 조로 변조를 해가며 치더라구요.

장조인 곡을 단조로 바꿔 치며 이렇게 바꾸면 슬픈 느낌이 난다면서 치기도 하고

즉석에서 작곡을 하기도 하구요.

하도 신기해서 동영상도 찍어 뒀었네요.

건반을 동시에 네 개 치는 건 100퍼센트 다 맞추고 다섯개 동시에 치면 4분의 3정도는 맞췄구요.

(그러고보니 다섯개 이상은 안 해 봤네요ㅎㅎ)

그 때 큰애를 개인 레슨 해주시던 피아노 선생님이 아이가 재능이 대단해 보인다며

한동안 무료로 가르쳐 주셨어요.

저는 지금도 헷갈리는 각종 조성을 순식간에 외우고

듣는 클래식 음악마다 앞 두세 마디만 들으면 무슨 조인지,  플랫과 샾들이 몇개씩 붙은 조성을 금세 알아 맞추고요,

딴짓하며 듣는 듯 하다가도 중간에 변조가 되는 부분이 있으면 무슨 조로 바뀌었네요~ 하더군요.

그리고 가장 많이 놀랐던 부분은,

7살때 아이가 유치원에서 다녀 오면 클래식 명곡집 몇권을 동화책 읽듯 맨날 들여다 보곤 했는데

피아노 레슨선생님께서 중간 쉬는 시간에 클래식 CD를 가져오셔서 감상하자고 틀어주시면

갑자기 명곡집을 들고 와서 지금 이 부분을 연주하고 있다고 펼쳐서 손가락으로 짚곤 했어요.

악보로만 읽었지 음악으론 처음 듣는데도요. 악보를 보면서 머릿속으로 계속 연주를 했나 봐요.

선생님도 많이 놀라시더군요.

작곡에도 소질이 있어서 나름 어린이 교향곡도 쓰고 행진곡도 쓰고 엄마, 아빠를 위한 왈츠도 쓰고

초등 2학년 때부터는 MIDI 프로그램을 깔아 줬더니

틈틈히 곡 만들어 스승의 날이면 매년 담임선생님만을 위한 곡을 작곡해서 CD에 담아 선물로 드리곤 했어요.

다른 선물은 마다하시던 선생님들께서도 아이의 작곡 CD는 정말 기쁘게 받아주셨어요.

전근가신 예전 담임선생님께선 아직도 네가 작곡한 음악을 듣고 있다고 해 주시기도 하고...^^

참, 피아노도 진도가 매우 빨라서 평소에 별로 연습을 안 하는데도 보통 아이들에 비해

훨씬 빠른 기간 안에 체르니40까지 마쳤어요.

아이를 아는 음악 관련일 하시는 분들은 모두 전공을 시키라 권하셨지만

본인이 음악은 취미로만 하고 싶다 해서 결국은 다른 꿈을 가지고 준비중입니다.

요즘은 악기 교육의 기회가 많아져서인지 주위에서도 절대음감인 아이들을 종종 봐 왔기 때문에

드물지 않다는 건 아는데요,

혹시 저희 아이같은 경우도 꽤 많은가요?

베스트의 절대음감 이야기의 많은 댓글들을 읽고서 저희 아이는 흔한 경우인지 한번 써 봤습니다.

IP : 114.205.xxx.114
1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ㅇㅇ
    '14.3.19 11:53 AM (180.68.xxx.99)

    그 정도면 영재급 아닌가요
    취미로만 하는것도 나쁘지는 않을거 같아요
    타고난 재능이 직업이 되어버리면 즐겁지 않을수도 있으니까요

  • 2. ..
    '14.3.19 12:05 PM (115.178.xxx.253)

    대단한 재능이네요.
    그런데 아이가 음악을 어렷을때부터 계속하는건 어릴때는 부모의 의지가 중요한거 같아요.

    그정도면 원글님이 강하게 푸쉬했으면 그길로 가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네요.

    그냥 재능이 아까워서 하는 얘깁니다

  • 3. 원글이
    '14.3.19 12:07 PM (114.205.xxx.114)

    음악 영재성이 보인다고(피아노 레슨선생님께서 아는 교수님께 아이 이야기를 했더니) 하셔서
    한때 전공 여부를 두고 고민이 많았는데 결국은 아이 의견을 따르기로 한 거였어요.
    음악을 '업'으로 하긴 싫다고..ㅎㅎ
    지금은 하고 있는 공부 때문에 힘들다고 피아노 뚜껑 여는 것도 귀찮아 하는 걸 보니
    고행의 길이나 다름 없는 노력을 쏟아야 하는 음악 전공을 안 시키길 잘했다 싶기도 합니다.
    피아노든 작곡이든 본인의 열정이 없으면 불가능하다는 걸 아니까요^^

  • 4. 원글이
    '14.3.19 12:45 PM (114.205.xxx.114)

    아, 음악계에선 흔한가 보네요.
    다른 일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역시 음악 전공은 보통 재능가지곤 못 하는 분야가 맞나 봅니다.
    별로 흔하지 않은 일반인으로 남길 잘 했단 생각이...ㅎㅎ

  • 5. 오프라
    '14.3.19 12:47 PM (1.177.xxx.67)

    그러고보면 음악 등 예체능은 타고나야 하는 것 맞아요

  • 6. 네덜란드
    '14.3.19 12:49 PM (218.53.xxx.30)

    전공자 아니라 프로 연주자들도 그 정도의 선천적 재능 갖기 힘들어요. 물론 학습 되어서 어느 정도 비슷하게 할 수는 있지만요.
    하지만 본인이 결정 했으면 따라 주시고 오랫동안 음악을 친구 삼게 해 주세요. 음악처럼 사람에게 와닿을 수 있는 영역도 없는 것 같습니다.

  • 7. 와...
    '14.3.19 12:53 PM (211.210.xxx.62)

    대단하네요.

    그냥 서너살때부터 접하고 부모의 뜻이 악기 하나쯤은... 이라는 생각에 악기 배우다 전공하는 경우만 봤거든요.
    다들 그런줄 알았어요.

  • 8. 어제
    '14.3.19 1:01 PM (114.203.xxx.200)

    저녁인가 아침인가 tv에서 11살인데 작곡하는 여자아이 나왔어요.
    음악을 들으면 음계를 다 맞추고 작곡도 하고.
    그애도 대단하던데요?
    원글님 아이도 그 정도의 천재인가봐요.

  • 9. ***
    '14.3.19 3:07 PM (175.196.xxx.69)

    시조카가 그랬어요.
    동서가 아이 5살떄부터 아이 피아노 교육에 올인했죠.
    물론 음대 피아노과에 갔어요.

    그런데 문제는 아이가 피아노 치는 거 이외에는 아무것도 아는게 없어요.
    치기도 싫어하고 어쩔수 없이 칩니다.
    아이 어릴 때부터 올인하다보니 집은 빚투성이

  • 10. 와우
    '14.3.19 6:58 PM (211.114.xxx.113)

    그 정도면 전공자 중에서도 흔한 재능이 아니예요.
    공부만 좀 받쳐주면 서울대도 갈 수 있을 정도예요.
    솔직히 저도 음대 출신이지만, 여자가 하기엔 참 괜찮은 직업이자 취미는 맞아요. 한데 남자아이가 한다면 서울대 갈 정도의 재능 아닌 이상 절대 못시킬듯해요.

  • 11. ...
    '14.3.19 10:36 PM (58.141.xxx.190)

    댓글들 보다보니
    저는 상대음감이네요
    곡을 들으면 악보없이 그 선율 비슷하게
    피아노로 치긴하거든요
    그런데 바이올린배울때
    천재급으로 진도를 빨리 나가게되진않더라구요
    악기연주는 또다른 재능이 필요한가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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