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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그냥 이유 없이 싫을 수도 있어요. 쌓이고 쌓이다보면.

... 조회수 : 1,070
작성일 : 2014-03-17 16:54:07

결혼준비 할 때는 잘 몰랐어요. 시부모님, 특히 시어머님이 나쁘다고 생각해본 적 없어요.

딱 하나. 집 마련할 때 우리는 너네 도와줄 형편이 안된다 하셔놓고,

저희 부모님께서 그럼 우리라도 보태주마 얘기가 나오자마자 시댁 오분 거리에 집을 구해놓으셔서

친정 부모님이 마음 상하시긴 했죠.

그래서 부족한 전세금 중 일부만 받고 일부는 시어머니께서 융통.

이후 시어머니가 빌려주신 건 반년 만에 다 갚았어요.

혼수는 제가 다 했고요.

 

그러면서 예단은 바라셔서 집에 돈 보태느라 못하겠다 했고,

대신 저도 금붙이 한 개 안 받고 그냥 저희끼리 원래 끼던 커플링 계속 끼기로 했고요.

 

뭐 이렇게 하고 나니 마음은 가벼웠어요. 굳이 잘 하려고도 하지 않았고,

딱 평생 할 수 있을 만큼만 하면서 지냈어요. 남편도 별 말 없고 절 이해해주는 편이구요.

 

근데 결혼하고 첫 명절에 아침에 전날 아침에 일찍 오지 않았다고 화를 내셨어요.

차례를 지내는 집도 아니고 손님이 올 집도 아니라 그냥 식구들 먹는 음식 하신다고 해서 2시쯤 갔거든요.

저는 첫 명절이라고 뭘 또 좀 만들어 갔었는데 그건 거들떠도 안 보시더라구요.

남편 말로는 평생 명절음식 하신 적이 없는데 갑자기 그러신다고...

 

암튼 구색맞춰서 전도 하고 잡채, 불고기 다 했어요.

그리고 나서 명절 당일에 친정 갔다가 다음날 다시 와서 시외가 투어까지 하고,

다시 시댁으로 가서 시누이 가족들과도 저녁에 간식까지 먹고 설거지 다 하고 집에 와서 내린 결론은

다음 명절엔 그러지 말자. 였어요.

 

시누이 부부  애들 어리단 핑계로 수저 한개 놓지 않았고,

시어머니는 집에 있는 그릇이란 그릇은 다 꺼내서 상에 올려놓으시고

그렇다고 남편이 도울라 치면 은근 싫어하시더라구요.

 

그래서 설에는 그렇게 안하겠다고,

친정이든 시댁이든 아침에 찾아뵙고 떡국만 먹고

점심 먹기 전에 다른 쪽 집 갔다가 당일에 돌아와서 우리 집에서 자자고 남편과 합의를 봤어요.

또 시외가 투어는 명절에는 안하는 걸로.

맨날 야근하는 직장인이라 명절에 적어도 하루이틀은 좀 쉬고 싶거든요.

 

구정 있던 주에 위의 내용으로 전화를 드리니 시어머니 난리 나심..

저 출근하는 아침 버스에서 저는 진짜 막장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전화를 받았어요.

결혼한 여자가 어딜 감히 친정에 먼저 가느냐,

너 일하는게 유세냐 등등.

(결혼 직후 그래도 여자도 직장 다니는게 좋다고 얘기하신 시어머님은 평생 살림만 하셨고,

시누이도 결혼과 동시에 전업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우리 아들 요새 마음이 심란할테니 전화내용은 얘기하지 말아라. -_-

 

그래서 차분히 친정이든 시댁이든 상황따라 어디든 먼저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안가는 것도 아니고 어딜 먼저 가는지가 그렇게 중요한거면 올해는 어머님 먼저 찾아 뵙겠다고.

근데 사위한테라면 출근길 아침에 이런 전화 하셨겠느냐? 저도 어머님한테 잘해드리고 싶은데,

저 이런 전화 받으면 좀 힘들 것 같다. 이렇게 하고 싶은 말 다 했어요.

 

근데 하고 싶은 말 다 하는데도, 계속 시댁은 부담스럽고 시부모님은 점점 싫어져요.

사람 미워하는데 소모되는 에너지 아깝다고 생각하는데도..

남편 말이 자기 집 갈 때는 제 표정이 꼭 어디 끌려가는 사람 같다고 해요.

저의 결혼생활을 위해서라도 그러지 말아야지 하다가도

오늘 퇴근 후 시댁갈 일이 생기니 그 동안 있었던 일이 하루종일 머릿속에서 계속 재생되네요.

머리는 가야한다고 생각하지만 제 몸은 가기가 싫은가봐요.

 

시댁이라면 이유없이 그냥 요샌 싫습니다.

 

 

IP : 168.248.xxx.1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시어머니나
    '14.3.17 5:33 PM (116.36.xxx.157)

    며느리나 똑같네요. 조금도 손해 안 보려는 .... 명절이면 일손 부족한데 어찌 아침에 와서 떡국만 먹고 갈 생각을 해요? 친정이든 시집이든 내가 나이가 들어 갈수록 부모님들은 연로해 지시는 건데요. 부부 위주의 생활만 고집하는 것이 지금은 현명할 듯 싶어도 막상 아이 생기고 애경사 일들이 생기면 조부모님의 사랑과 관심도 아이에겐 필요한 법입니다. 조금 더 마음을 크게 가지세요. 내 생각만 맞는 것은 아니니 친정 어머님께도 얘기 들어 보시구요.

  • 2. ...
    '14.3.17 5:57 PM (175.197.xxx.107)

    시어머니가 옳고 원글이가 틀렸다는 말이 아니라....
    일단 평소에는 명절 간단히 보냈어도 며느리 들어오면 제대로 차려놓고 지나고 싶을 수 있어요
    그게 꼭 잘못 같지도 않고요.
    그리고 첫 명절 음식을 해갈지 아니면 어머니 집에 가서 도와서 같이 차릴지를 미리 의논했어야죠.
    혼자 음식 만들어 가기로 정하면 당연히 서로 계획이 다르잖아요?
    물론 시어머니가 먼저 계획을 물었으면 좋겠지만.... 님도 시어머니도 거기까지 생각 못한 건 똑같아요.
    당연 명절 당일날 오면 일손 모자르지요. 미리 장도 보고 전날 준비할 게 많으니.
    남편은 먹기만 했으니 평소 어머니가 차린 간소한? 명절 상 보고 미리 할게 없다고 생각했을수 잇지요
    먹기만 하는 사람들은 차리는 수고를 모르니.

    출근길 전화는 시모가 잘못했지만 님도 할말 했으니... 퉁치고요.
    명절날 친정에 먼저 간다.... 시모 생각으로는 낯선 것이니
    전화로 하기 보다는 얼굴 보고... 서서히 동의를 구해야 할일이지 당장 부부가 의논해서 전화로 '그렇게 하기로 했다'고 말할 성질은 아닙니다.
    아직은 시집 위주의 문화니 그걸 바꾸려면 시간이 필요하지요.
    누구든 살아온 패턴을 바꾼다는 건 어려운 일입니다. 시간이 필요해요.

    님이 아직 젊고, 어른들, 풍속들... 등을 배려하는 마음이 부족합니다.
    님 생각이 맞더라도 방법은 좀 천천히 상대를 생각하며 하는 게 맞아요
    글 읽으니 똑똑한 사람이지만.... 따뜻하게 공조하는 법은 전혀 배우지 못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러면 님도 힘들고... 모두가 힘들어요.
    님과 시어머니 처신이 지금 똑같은 수준입니다. 시어머니도 젊은 사람들의 변화된 패턴을 이해 못하고
    자기 식대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게 꼭 님과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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