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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엄마를 이해할 수 있을까요?

어찌해야 조회수 : 1,392
작성일 : 2014-03-16 22:24:50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했던 긴 넋두리에요.. 

얼마전에 ebs 화해프로젝트(?)에 관련된 글이 올라왔기에 관심이 가서 찾아서 봤었어요.
엄마와 딸이 '화해'를 목적으로 함께 여행을 하는 내용이더군요. 
저희 엄마는 그 프로그램에 출연한 엄마들처럼 무지막지하게 나쁜 엄마는 아니었어요.
오히려 아주 따뜻하고 착하고 천사같은 엄마였죠.

배탈이 나면 엄마손은 약손이다..읊으며 제가 잠들 때까지 배를 문질러주었고,
비가 오는 날이면 어김없이 학교 정문에는 두리번 두리번 거리며  우산을 쓰고 저를 찾고 있는 엄마가 있었고,
날이 더운 여름날 신나게 놀고 저녁에 들어오면 시원하고 달달한 미숫가루를 내어주는 엄마였어요.

반면에...

엄마 친구가 기억할 정도로 어느 부분에 있어서는 저를 매정하게 대하기도 하셨었죠.
다섯살 때 였던가... 어느 행사장에 엄마 친구와 함께 갔었나봐요. 거기서 엄마 친구가 받은 기념품이 쟁반이었는데,
그렇게 제가 달라고 달라고 울었대요. 엄마 친구는 주고 싶었는데, 엄마가 애 버릇나빠진다고 하며 몇십분을 그렇게 울게 두었대요.
언뜻 기억나는 것 같아요. 뭐 ... 그럴 수도 있다고도 생각되네요. 엄마 본인 물건이 아니었으니까요. 
그런데 그 친구분이 내 친구지만 이해안됐다고.. 그게 뭐라고 애를 그 사람 많은데서 울리느냐고.. 말씀하시는데 괜히 울컥;; 

또 가끔 생각나서 제 가슴을 콕콕 찌르는건 엄마가 가끔씩 화가날때면 저한테 "넌 내 장례식장도 오지마!!" 이렇게 윽박지른거에요.
왜그랬을까? 어떻게 딸한테 그런말을 했을까? ... 왜 이런말은 잘 잊혀지지도 않을까. 잊고 싶은데 말이죠.

국민학교, 중학교 다닐 때 친구들이랑 하교길에 간식같은 거 사먹잖아요? 
저희 언니는 주급이란걸 받았는데, 저는 그런걸 못받아봤어요. 제가 그래서 엄마한테 '계획성 있게 돈을 사용하고 싶어.
나도 주급을 받고 싶어' 이랬어요.  친한 친구들이 자꾸 저를 사주고, 저는 그런 상황이 싫고...왜 이런 부분을 그렇게
무심하게 챙겨주지 않았는지 모르겠어요. 어린나이지만 참 초라했거든요. 주늑들구요.  여기에 가끔씩 아이들 용돈
얼마 줘야 할까요? 하는 글 올라오고, 거기에 달리는 댓글 보면 용돈이 얼마건간에 부러워요. 

성인이 된 후, 엄마와의 갈등이 본격화 되기 시작했습니다.
대학다닐 때 과외도 하고 알바도 했지만 사정상 쉬어야 할 땐 부족할 때가 있었는데... 넉넉히는 아니더라도 한달에 20만원,
30만원 정해두고 줬으면 좋았을텐데... 꼭 오천원, 만원씩 타서 써야 했었어요.

언니가 옷 사러 갈 때는 "예쁜거 좋은걸로 사" , 제가 옷 사러 갈 때는 "싼걸로 사" 이러구요.
저.. 옷 사는게 연습이 안되서 지금도 잘 못사요.;; 우리집에서 제가 제일 알뜰한데 왜 저한테만 이렇게 야박한지..

더 나이가 들어 엄마가 이러더군요. 너희 언니는 알바 해도 나한테 다 가져다 줬는데, 너는 어떻게 그런게 없냐구.
정말 어이가 없어서 아니 딸이 학교 다니면서, 잠 못자면서 몇천원씩 벌은 돈.. 생활하다보면 항상 모자른데 
(저 술도 유흥도 즐기지 않아요.) 어떻게 그런 말을 하냐구요. 

엄마 권태기때는 정말 세상에서 한 번 듣기도 어려운 쌍욕을 들었어요. *같은 년, ㅆ년, ㄱ년, (또 다시..레퍼토리) 장례식도 오지마!!,
등등등등.. 이런 일 겪을때마다 제 자아가 무너져내리는 느낌이 들더군요. 밖에나가서 챙피해서 누구한테 말도 못하고, 티도 못내고..
진짜 모습은 속으로 더 꽁꽁 감싸고.. 밝은척 하며 지내려니 너무 힘들더라구요. 어느순간부터 인간관계를 다 놓아버렸어요.

가끔씩 또 쌍욕을 듣지만 이젠 익숙(?)해져 버려서 .. 잠시 무너지지만 괜찮아요. 예전처럼 몇달씩 무너져 내리고 밤마다 울고..
정체성에 혼란이 오고..그렇지는 않아요. 얼마전에는 엄마 앞에서 눈 부릅 뜨면서 누군 쌍욕 못해서 안하냐고. 내 나이가 몇인데,
이런 취급을 하냐고. 그만하라고!! 하며 대들었어요..그 이후로는 좀 많이 괜찮아졌네요.

EBS 화해 프로그램을 보면서...
너무 마음이 아프지만 한편으로는 그래도 저렇게 부모가 사과를 하니 관계회복이 되는구나.. 싶어서 좀 절망했어요.
만약 부모가 사과를 하지 않을 경우에, 저같은 사람은 이런 기억을 어떻게 소화시키고 살아가야 할지 고민하면서요..
누군가가 용서를 구하지 않는 용서... 그걸 해내야 하는것인지.

또 학대만 한 것이 아니고, 저렇게 사랑과 아픔의 기억이 뒤섞여 있어서 더 혼란스럽고 엄마를 미워하는 마음만 가질 수도 없는
저같은 사람은 어찌 해야 할지... 

엄마도 누군가에게 저런 대우를 받았던 것인지... 감싸고 싶어지다가도 차갑게 굳은 얼굴, 울그락 풀그락 거리며 쌍욕 쏟아붓는
모습 떠올리면 그냥 내 자신만 토닥토닥 달래며 엄마한테 증오감만 들고.. 그렇네요.

몇년간 우울증, 무기력증.... 대인관계 단절... 사회성 거의 제로..이제는 다 뒤로하고 저를 일으키며 잘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요즘 겪은 일 때문에 또 마구 혼란이 오네요.

엄마가 받지 못한 사랑 제가 더 크게 채워주고 싶은 마음이 들다가, 운동하면서 혼자 쌍욕하며 악을 풀어내다가.. 
마음이 마구 요동칩니다. 


  
IP : 141.70.xxx.7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ㅇㅇ
    '14.3.16 10:45 PM (121.130.xxx.145)

    어릴 때 기념품 쟁반 사건은 엄마 친구분이 좀 이상하네요.
    그런 걸 애 앞에서 니네 엄마 이상하다는 식으로 얘길 할까요?
    전 그건 어머니 나름의 교육 방식이었다 생각해요.
    5살이면 되고 안 되고 명확하게 가르쳐야지요.
    남의 거 달라고 떼부리는 건 엄마가 한번 안 된다 했음 끝까지 관철 하는 게 좋아요.

    원글님은 엄마의 냉정함에 대한 일화로 예를 드셨겠지만
    딱 저 사건은 그렇구요.
    어린 시절 일들은 그 당시 환경이나 상황이 좀 힘들었다면
    원글님은 서운했겠지만 어머니 입장은 또 달랐을 수도 있어요.
    해주고 싶어도 못해줄 사정이요. 돈이 진짜 없어서요.
    문제는 성인 되어서 심한 욕 하셨다는 거, 그게 원글님께 상처가 많이 되다보니
    어린 시절 소소한 아픔이 크게 확대되는 거 아닐까요?

    미혼이신가요? 지금도 같이 사시구요?
    그럼 어머님이랑 좀 떨어져 지내시는 게 좋을 거 같아요.
    너무 가까이 밀착되다 보니 어머니도 원글님이 마냥 편하고 만만한 거죠.
    원글님을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사랑하는 방법을 제대로 모르고
    편한 딸이니 만만해서 내 감정대로 막 하는 분 같아요.
    가까이 있으면 어머니는 달라지지 않을 거예요.
    원글님이 대들면 잠깐 멈칫해도 어머님도 늙어서 본인 잘못은 모르고
    저게 늙었다고 애미 무시한다며 속으로 상처 받고 서운함만 쌓일 거예요.
    적당한 시기에 독립하고 서로 예의를 지킬 정도의 거리는 두고 살아야
    부모 자식간도 좋은 거 같아요.

  • 2. 원글
    '14.3.16 11:21 PM (141.70.xxx.7)

    다행히 이미 독립해서 살고 있어요. 다만 가끔 집에 들르고는 있어요.
    돈... 성인이 되고 나서 보니 저희 집 그렇게 가난한게 아니었더라구요..
    엄마랑 언니는 화장품도, 옷도, 가방도, 신발도... 백화점표. 저는 뭐..흐흐.. ;;;
    제꺼 있는거 다 합치면 엄마 옷 한벌 정도 나오려나 싶어요.
    그냥 제가 편한 딸인가봐요.
    어릴때 따뜻한 기억 더듬어 보면 사랑 해준것 같긴 같은데.. 엄마도 뭐 이유가 있었을 것 같기도 하고요..
    아, 친딸인건 확실해요. 넘 닮아서 ㅠㅠ;;
    댓글 주셔서 넘 감사해요.

  • 3. 가을안개
    '14.3.16 11:38 PM (124.80.xxx.11)

    참 ㅡ 신기해요 엄마와 딸의 관계 라는것이

    원글님은
    생각도깊고 마음도 따뜻하신분 같아요♡

  • 4. 가을안개
    '14.3.16 11:48 PM (124.80.xxx.11)

    쏘리~~
    끊겨져서 다시 ㅋㅋ


    그 따뜻한 마음으로
    엄마의 그럴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한번
    이해 해 보려고 해보심 어떨까 싶어서요ᆞ
    엄마는 늘 내맘도 몰라주고
    나만 힘들고 슬프게한다며 야속한 투정만부리던딸이
    거스를수없는세월의힘에밀려
    어느 딸의 엄마가 되고보니
    특별히 이상한 케이스 아니고는
    대부분이 다 엄마의 가슴속엔 딸이
    자신의분신 이 더이다 ᆞ
    흐르는물에 손 을 두번 씻을수는 없듯이
    돌이킬수 없는 시간들에 마음 상하지말고
    앞으로 무한한 희망의 내일들을 꾸미고
    가꾸며 살아가는 긍정의마인드가 더
    해피 하지 않을까 요~?!
    엄마와딸은
    같은 운명적인 존재 의 의미같아요ㅡ
    그냥
    원글님 따뜻하게 안아주며 토닥토닥
    해주고싶은 마음 대신하여 몇자 총총히~~^♡^

  • 5. 헉..
    '14.3.16 11:50 PM (141.70.xxx.7)

    가을안개님은 누구시길래....저에게 이렇게 따뜻한 댓글을 써주셨나요 우왕...
    전 그런 사람이 아니지만 그래도 봄날같은 댓글에 기분이 환해지네요. 넘 감사해요

  • 6. 앗.
    '14.3.16 11:56 PM (141.70.xxx.7)

    두번째 댓글도 감사히 보았습니다^^
    딸은 엄마의 분신이라는 말씀 와닿네요. 더 마음 아프기도 하구요.
    누가 대체 엄마한테 그렇게 함부로 했을까요.... 오래전 돌아가신 외할아버지셨을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그쵸 돌이킬 수 없는 시간이네요. 엄마를 이해하고자 더 노력해볼게요.
    진심으로 고맙습니다...마음이 따뜻한 천사같은 님...^^

  • 7. 가을안개
    '14.3.17 12:06 AM (124.80.xxx.11)

    부끄 부끄~~~
    이 밤에
    저의 작은진심이
    누군가의 가슴을 따뜻하게 해주었다니
    도리어 감사한 마음이네요ᆞ
    Good night sweet dreams ~☆

  • 8. 와아..
    '14.3.17 12:30 AM (141.70.xxx.7)

    반짝반짝 빛나는 분 같으세요.
    넘 감사하구요, 이렇게 댓글로 대화나누어서 기쁘네요^^
    좋은 밤 되시구요, 원글님도 sweet drea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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