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조조영화

갱스브르 조회수 : 634
작성일 : 2014-03-16 11:31:08

처음엔 단돈 몇 천원 할인이 주는 기쁨이 있었다

아침이 피곤한 심야영화보단 이른 아침 썰렁한 극장에서의 한가로움이 훨 낫다

요즘에야 창구에서 직접 표를 사는 수고는 사라져가지만

왠지 난 줄서고 이리저리 영화 포스터도 두리번거리고

한 줄 한 줄 내 차례가 돌아오는 소소함이 아..영화를 보러 왔다는 현장감을 느끼게 해준다

무엇보다 내가 원하는 자리에 웬만하면 앉을 수 있다는 것

듬성듬성 머리만 보이는 텅빈 의자를 보며 언제든 중간에 자리도 옮길 수 있고

가방도 옆 의자에 턱하니 한 자리 차지해도 뭐라 할 사람 없고

따닥따닥 붙어 낯선 사람의 숨소리 거슬리지 않으니 자유롭고

밀폐된 극장이 주는 어둑한 자유가 조조영화에는 있다

또 하나 속 보이는 이유가 있다

조금은 야한? 영화를 혼자 봐야할 때...

벌건 대낮에 삼삼오오 무리져 있는 군중 속에서

전라의 영화를 아무렇지도 않게 보기란 사실 부끄럽고 마음이 좀 누추해진다

한데..그게 참 이상한 것이

일명 예술영화관에서의 에로틱은 그럴싸한 본성쯤으로 용인되는 분위기가 있다

예술이란 단어가 주는 기막힌 배려다

그런 비주류 영화관엔 또 혼자 오는 사람들이 일반적이다

가끔 지루하고 일상적인 파편에 관념을 난해하게 집어넣어 무료한 기분을 상승시키고 싶을 땐

아주 딱이다!

내 생애 최초의 조조이자 야한 영화의 첫 걸음은

로만 폴란스키의 "비터 문"...

아마 대한극장이었을 거다

컴컴한 극장 안에서도 뭔 죄지은 사람처럼 어깨를 진뜩 웅크리고 눈만 반짝이던 그때

어렴풋이 뒤 어느 구석탱이에서 이상한 호흡을 내던 아저씨의 쉰소리...

퀘퀘한 극장의 냄새까지

마지막 대한극장의 추억이다

근데 요즘은 "조조"라는 이름이 무색하다

내 주말 아침의 호사가 더이상 나에게만 허락되진 않는다

나 또한 누군가의 ...

한적한 아침의 칩입자가 됐으니 말이다

IP : 115.161.xxx.128
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07117 안검하수 눈매교정 잘하는곳.. 1 Fate 2014/08/11 2,895
    407116 이 글을 봐주세요. 유민 아빠의 사랑... 이 사람 살려주세요... 17 닥시러 2014/08/11 3,447
    407115 남미쪽에선 그냥 젊은여성들에게 자리를 양보하기도 하더라구요^^ 10 자리양보 2014/08/11 3,149
    407114 남자지갑좀 추천해주세요 .... 2014/08/11 845
    407113 조용남은 원래 이런인간인가요? 5 ........ 2014/08/11 3,620
    407112 비오는날 차귀도 배낚시 별로인가요? 4 비가내리네요.. 2014/08/11 2,970
    407111 '국어b형' 글에서 언어영역 여쭤보셨던 분들께~ 저번에 못다한 .. 30 저 국어강사.. 2014/08/11 3,116
    407110 신부 친정이 호프집한다면 어떠세요? 19 드는생각 2014/08/11 6,384
    407109 가정용 커피머신 뭐 쓰세요? 1 아이스라떼 2014/08/11 1,639
    407108 한동안 없던 모기가 나타났어요 1 왜 물어 !.. 2014/08/11 1,098
    407107 예식 아침부터 짜증났던 지인 8 음,, 2014/08/11 3,121
    407106 기가 막힌 돼지꿈을 3 이럴 땐 2014/08/11 1,455
    407105 80~90년대 순정만화에요 너무 간절히 찾고 싶어요 3 짱아 2014/08/11 2,010
    407104 사라진 7시간 후의 모습.....헐~ 56 닥시러 2014/08/11 27,943
    407103 만수르 돈이건 억수르 돈이건 1 ㅇㅇ 2014/08/11 1,742
    407102 친한 친구가 날 올케 삼고 싶어 한다면... 6 친구 2014/08/11 2,991
    407101 맞선 후 마음에 안든다는 표현 7 huhahu.. 2014/08/11 4,138
    407100 명량 영화음악도 웅장하니 좋아요 2 이순신 만세.. 2014/08/11 1,084
    407099 김나운 김치 맛 어떤가요? 다떨어져쓰 2014/08/11 2,073
    407098 채소는 어떻게 먹어야 하는건가요? 4 채소 2014/08/11 1,755
    407097 괴외비요.. 7 나는나지 2014/08/11 1,542
    407096 여러분은 묘비명에 뭐라고 쓰면 좋겠어요? 21 ㅇ ㅇ 2014/08/11 2,700
    407095 명량.. 감동이네요. 5 후손도 안잊.. 2014/08/11 1,835
    407094 8체질 치료받으신 분 어떠셨나요? 3 한의원 2014/08/11 1,786
    407093 검찰공무원 어떤가요? 2 ... 2014/08/11 3,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