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조조영화

갱스브르 조회수 : 522
작성일 : 2014-03-16 11:31:08

처음엔 단돈 몇 천원 할인이 주는 기쁨이 있었다

아침이 피곤한 심야영화보단 이른 아침 썰렁한 극장에서의 한가로움이 훨 낫다

요즘에야 창구에서 직접 표를 사는 수고는 사라져가지만

왠지 난 줄서고 이리저리 영화 포스터도 두리번거리고

한 줄 한 줄 내 차례가 돌아오는 소소함이 아..영화를 보러 왔다는 현장감을 느끼게 해준다

무엇보다 내가 원하는 자리에 웬만하면 앉을 수 있다는 것

듬성듬성 머리만 보이는 텅빈 의자를 보며 언제든 중간에 자리도 옮길 수 있고

가방도 옆 의자에 턱하니 한 자리 차지해도 뭐라 할 사람 없고

따닥따닥 붙어 낯선 사람의 숨소리 거슬리지 않으니 자유롭고

밀폐된 극장이 주는 어둑한 자유가 조조영화에는 있다

또 하나 속 보이는 이유가 있다

조금은 야한? 영화를 혼자 봐야할 때...

벌건 대낮에 삼삼오오 무리져 있는 군중 속에서

전라의 영화를 아무렇지도 않게 보기란 사실 부끄럽고 마음이 좀 누추해진다

한데..그게 참 이상한 것이

일명 예술영화관에서의 에로틱은 그럴싸한 본성쯤으로 용인되는 분위기가 있다

예술이란 단어가 주는 기막힌 배려다

그런 비주류 영화관엔 또 혼자 오는 사람들이 일반적이다

가끔 지루하고 일상적인 파편에 관념을 난해하게 집어넣어 무료한 기분을 상승시키고 싶을 땐

아주 딱이다!

내 생애 최초의 조조이자 야한 영화의 첫 걸음은

로만 폴란스키의 "비터 문"...

아마 대한극장이었을 거다

컴컴한 극장 안에서도 뭔 죄지은 사람처럼 어깨를 진뜩 웅크리고 눈만 반짝이던 그때

어렴풋이 뒤 어느 구석탱이에서 이상한 호흡을 내던 아저씨의 쉰소리...

퀘퀘한 극장의 냄새까지

마지막 대한극장의 추억이다

근데 요즘은 "조조"라는 이름이 무색하다

내 주말 아침의 호사가 더이상 나에게만 허락되진 않는다

나 또한 누군가의 ...

한적한 아침의 칩입자가 됐으니 말이다

IP : 115.161.xxx.128
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61305 특목자사고는 몇등급까지 2 2014/03/15 1,712
    361304 가우디는 왜 유명한건가요 19 2014/03/15 6,167
    361303 사는게 무지하게 재미가 없는데 25 2014/03/15 4,147
    361302 이거 쓸모 있을까요? 1 르쿠르제 2014/03/15 438
    361301 지금 왕영은방송 덴비 가격 괜찮은가요? 7 성실 2014/03/15 6,492
    361300 청계산 식당 이곳 어딘지 아시는분 계실까요? 3 혹시 2014/03/15 1,590
    361299 기초제품에 섞어바를 오일 둘중에... 4 ... 2014/03/15 1,270
    361298 고등1학년 수학시간에 노트북? 7 도움 2014/03/15 877
    361297 <목장예배>가 무엇인지요? 2 ㅁㅁㅁㅁ 2014/03/15 2,038
    361296 롯지에 계란후라이가 맛없게 되고 어떤 요리가 맛있게 되는지 모르.. 4 무쇠 초보 2014/03/15 2,369
    361295 신논현/강남역 주변 식당 추천 부탁 드립니다 도와주세요 2014/03/15 546
    361294 조선일보 진심 미쳤군요... 3 dbrud 2014/03/15 2,705
    361293 40대 후반 생리시 덩어리 이상있는 건가요? 5 생리 2014/03/15 5,646
    361292 화장실 휴지 삼각접기가 유래한 이유라네요. 24 z 2014/03/15 14,102
    361291 제가 정말 답답한 여잔가요? ? 41 사과향기 2014/03/15 14,446
    361290 민주당 국회의원 19일 동안 불법대선 개입 특검 촉구 시위 light7.. 2014/03/15 501
    361289 세상에 이런일이 초롱이 사연을 보고 펑펑 울었어요. 1 1111 2014/03/15 1,907
    361288 닭 다 튀겼대요. 5 KFC 2014/03/15 3,350
    361287 초등 입학한 아들.. 맞고 왔네요ㅠㅠ 21 .. 2014/03/15 6,044
    361286 고수의 재봉틀 추천해주세요 4 고수 2014/03/15 2,033
    361285 아들 두신분 질문요~~ 2 11 2014/03/15 765
    361284 신형 제네시스 "시동 안 꺼져요" 황당한 고장.. 4 호갱님탓 2014/03/15 1,994
    361283 아나운서가 꿈인아이.. 7 . 2014/03/15 1,591
    361282 김어준 kfc 아직 안 올라왔죠? 6 부엉이 2014/03/15 1,566
    361281 3-4일전 유용한 정보라고 베스트글에 올라온글 링크좀 부탁드려요.. 4 카푸치노 2014/03/15 7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