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보진 않았어요. 그래도 인터넷 포털이나 게시판 글들의 제목만 보고도 어떤 드라마인지 줄기는 파악되더라구요.
제가 보기 시작한 건 슬기와 새엄마의 문제가 불거지면서부터에요. 뭐 그 다음부턴 여차저차 임실댁 아주머니랑 하석진 미모(?) 감상으로 보고 있는데요.
극 중 이지아가 세 번 결혼을 하던가 말던가 관심은 별로 없구요.-.-;;
82게시판에 채린이의 행동에 대하여 많은 분들이 관심을 표하고 거기에 대해 많이들 얘기하시면서,
극 중 채린이가 그렇게 될 수 밖에 없었던 이유, 채린이가 그렇게 행동하게 된 까닭-성장과정과 막장 시어머니, 냉랭한 남편, 얄미운 시누이..많이들 얘기하시더라구요.
근데..저는 드라마에서 작가가 의도했던 것이든 아니든 저 나름대로의 메시지를 읽었어요.
만약에..굳이 교훈적인 면에서 접근해야한다면-보통 교훈적인 맺음을 맺는 일본 드라마도 아니고 한국의 드라마에서 교훈을 찾는다는 건 제가 너무 무리하는 것일수도 있어요- 채린이의 연기력이나 채린이 캐릭터에 대해 분석하기보단
슬기의 상황에 대해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슬기가 채린이한테 맞았다는 걸 어른들이 아는 순간부터,
아무도 슬기한테 니가 뭘 잘못했으니까 맞았겠지..란 접근을 하지 않았어요. 다들 그냥 멘붕이었죠.
일단은 항상 정의의 편에 서있는 임실댁 아주머니, 독하고 기본 인성조차 의심이 드는 시어머니, 정말 하는 것 없이 엄마 돈으로 놀고 먹는 시누이, 항상 점잖은 캐릭터의 슬기 아빠는 그 즉시 행동했어요. 아이편에서.
그리고 아이에게서 새엄마를 분리시켰죠. 물론 드라마니까 심하게 맞는 설정은 아니었어요. 그냥 상징적인 설정이었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아이를 때렸다는 사실이 오직 중요했고, 슬기 주변에 있는 모든 사람이 슬기를 지켜주려고 노력하잖아요.
현실은..얼마전에 정말 모든 사람의 공분을 샀던 일련의 계모들 사건.
가까운 친부부터 방관 내지 동조..침묵..주변 사람들도 적극적으로 나서질 않죠. 나서는 사람이 있어도 아이에게서 계모를 분리시킬 수는 없었어요.
저는 슬기를 보면서 아, 작가가 그 때 정말 많이 화가 났던 게 아닐까 이런 상상을 해보곤 해요.
슬기는 부잣집 아이이고, 슬기가 맞았다는 걸 아는 순간 모든 사람이 슬기를 감싸주고 지켜주죠. 이상적인 드라마죠.
근데 현실은 끔찍하게 맞아 죽거나 죽지 않게 맞으면서 살겠죠. 아, 물론 모든 계모의 경우는 아니지만요(까칠한 덧글 딴지 방지-.-;;).
방어할 힘이 없고 대응할 전략이 없는 건 단지 그들이 '어려서' 일 뿐, 맞아죽을 만큼 잘못하지도 않았는데.
채린이 캐릭터를 분석하고 조금은 이해가 간다, 이런 거 보다는, 드라마 속 모든 사람들이-캐릭터 불문하고 한마음 한뜻으로 슬기를 지켜주려고 하는 모습에 조금 더 주목을 해봤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문득 주절거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