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밑에 어린이집에서 돈 많이 벌거라는 글도 있고해서
어린이집에서 회계운영위원을 했었을 때의 깨달음(?)에 대해 써봅니다.
큰 아이를 공동육아 어린이집 보내면서 회계 운영위원을 맡았는데
그때 깨닫게 된 게 있어요.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려면 원장 개인의 이익을 위해 운영하지 않는 어린이집
예를 들어 공동육아어린이집이나 복지재단이 운영하는 어린이집에 보내야한다는 것이었어요.
그런 깨달음을 얻게 된 과정을 이제 설명드릴게요.
참고로 공동육아 어린이집에 대해 설명하자면,
일반 어린이집이 원장이 자본을 투자해서 어린이집 터전을 만들고
부모들은 원비만 내고 아이를 맡기는 것인데 반해
공동육아 어린이집은 아이의 부모가 출자금을 투자해서 터전을 만들고
원장이 하는 어린이집 운영을 부모들이 나누어 같이 하는 형식의 어린이집입니다.
저는 그 중에 돈에 관련된 일을 맡아했던 것이구요
제가 어린이집 회계를 하면서 처음에 놀랐던 것은 어린이집이
사회복지법인 및 사회복지시설 재무 ․ 회계 규칙을 따른다는 것이었어요.
즉 어린이집은 복지시설이었어요
그래서 수입과 지출이 일반 기업처럼 수입 비용이 아니라 세입 세출이라고 불려요
일반 기업처럼 이익을 내서는 안되고 그래서 이익에 대한 세금도 안 내요.
그건 어찌보면 당연한거죠. 아이를 키우는 일이잖아요.
학교에서 아이 하나하나에 대해 수익을 내려고 하지 않고 잘 가르치려고 하듯이
어린이집에서 아이를 보육할 때도 아이 한명당 수익을 내려고 하지 않고
잘 먹이고 잘 키워야하는게 당연한 것인거죠.
그리고 필요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어린이집을 이용할 수 있도록 (복지시설이니까)
어린이집이 부모로부터 받을 수 있는 보육료를 정부가 매해 정하고 있어요.
(어떤 때는 몇년간 동결하기도 해요)
일반 기업과 다른 거죠. 일반 기업의 물건값을 정부가 매해 정하지는 않는데 말이죠.
그리고 수입을 정부가 규제하는 대신 여러 지원을 해줍니다.
보건복지부에서는 누리과정교사에게는 선생님개인계좌로 돈을 쏴주고
누리과정하는 어린이집에 원아당 몇만원씩 어린이집에 돈을 줘요
도청에서 또 지원이 나옵니다.(서울시라면 서울시청이겠죠) 이건 도마다 달라요.
처우개선비라고 해서 선생님 개인계좌에 얼마씩 돈을 넣어줘요.
시청에서 또 지원이 나와요.(서울시라면 구청겠죠) 이것 역시 시마다 달라요.
겨울난방비, 여름에어컨비도 주기도 하고 급식교사 월급을 지원하기도 하고 쌀값을 주기도 합니다.
각 지역의 육아종합지원센터 홈페이지에 보면 지역별 지원 내용이 다 설명이 되어있어요.
암튼 제 아이가 다녔던 어린이집은
선생님들 월급 적지 않게 드리고
아이들 한살림, 생협, 초록마을에서 유기농으로 사다 넉넉히 멕이고
교재교구 아끼지 않아요.
그리고 제가 결산해보면요. 정부가 정하는 보육료로는 어림택도 없어요.
부모들이 낸 보육료 전부가 누구 주머니에 들어가지 않고 다 아이들 보육하는 데 쓰여도 그래요.
그럼 부모들이 모든 예산과 지출에 관여하는 공동육아 어린이집도 아니고
재단에서 복지차원에서 수익을 생각하지 않고 운영하는 어린이집이 아닌
일반 우리같은 사람이 운영하는 어린이집을 생각해봐요.
한 개인이 먹고살려고 어린이집을 하려고 한다면 어떻게든 되도록 이익을 많이 내려고 하지 않겠어요?
그럼 어떻게 해야할까요? 수입을 늘이거나 지출을 줄이거나 둘 중 하나겠죠.
그래서 우리가 어린이집 관련해서 소비자고발이라든가 뉴스에서 보던 것들이 여기서 나오는 거예요.
수입을 늘이기 위해 정부가 정한 보육료 외에 특활비, 차량운행비 등등
가외로 받을 수 있는 명목을 최대한 부풀려서 받고요.
정부 지원이 후한 영아를 모집하려고 부모와 짜고 가짜로 아이를 등록시키기도 해요.
지출을 줄이기 위해 보육교사들에게 형편없는 월급을 주고
아이들에게 무조건 싸거나 유효기간이 지나거나 아니면 턱없이 적은 음식을 주고
색종이 하나도 못쓰게 하는거죠.
추운데 난방도 안하고 더운데 에어컨도 안 트는거예요.
남편이 제가 어린이집 회계를 맡았을 때 차라리 어린이집을 차리라고 했어요.
너무 열심히 해서요. ^^
그때 제 대답이 뭔 줄 아세요. 정직하게 운영하면 돈 못 번다는 거였어요.
저는 그냥 취학 전에는 충분이 놀리고 싶어서 공동육아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낸 것이었는데
회계일을 하면서 다시 한번 제가 잘 선택했구나 다행이다 라는 생각을 했어요.
몇달 어린이집 회계일 하니까 딱 답이 나오더라구요.
그래서 만약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실 분은
원장 개인의 이익을 위해 운영하지 않는 어린이집
예를 들어 공동육아 어린이집이나
복지재단에서 운영하는 어린이집
또는 정부에서 운영하는 시립/구립 어린이집 등에 보내세요
(시립/구립 어린이집도 민간에 위탁해서 운영하는 곳이라 이익을 추구한다는 말도 있긴 하던데
전 잘 모르겠네요)
즉 아이 하나하나를 돈으로 보지 않고 이익 생각 없이
아이를 잘 먹이고 잘 키울 수 있는 구조의 어린이집이요.
물론 개인이 운영하더라도 원장 마인드가 훌륭한 곳도 있겠죠.
그런데 개인적인 자아 성취가 불가능하고 남편에게 종속된 삶을 살고
아들을 낳아야 사람 대접 받았던 옛날 한국 가부장사회 구조에서
개인의 인성과 상관없이 시어머니-며느리 착취구조가 존재할 수 밖에 없었듯이
요즘 계속 터지는 어린이집 문제의 원인은 원장 개인적인 인성의 문제라기 보다는
수익을 낼 수 없는 구조의 어린이집에 수익을 목적으로 개인들이 뛰어들다보니 생긴
구조적인 문제는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