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눅 드는 때가 있다
예고도 없이 욱하고 치미는 화병처럼 마음의 하강이 순식간에 끝을 모르고 곤두박질 치는 때가
그렇게 쪼그라드는 자신이 싫어 더 웃고 더 말하고 더 호기를 부린다
살아온 다짐과 경계가 일순간 무너져버려 수습불가의 상태일 때
갑자기 "내가 왜 그래야 하는데??..라는 물음이 꾸역꾸역 후비고 올라온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마음에 던져진 그 화두에 뇌가 방향 전환하듯 다른 심상이 슥 들어온다
너무나 자연스럽고 분명한 의지를 가지고서 말이다
겸손이 지나치면 자학이 된다
필요 이상 예의를 차리고 흠을 보이지 않으려하는 마음 깊은 곳엔 두려움이 위장하고 있었던 것
실수하지 않을까...
내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어쩌지...
상처를 덮으려면 드러내져야 하는데
매번 거꾸로 나 자신을 다그치고 꽁꽁 싸매 감추려고만 했던 건 아닌지 모르겠다
사실 감추면 숨겨지는 줄 알았다
감추는 만큼 보여진다
종요한 면접을 앞두고 몇 날 며칠을 볶아댔다
온갖 시뮬레션을 돌리고 돌리고 하며 어느 순간에서도 침착함을 잃지 않고 당당히 보여질 나의 모습을 그렸다
그렇게 감정적 에너지를 쏟고 난 뒤엔 어김없이 괴로움과 허함이 몰려왔다
정신을 다잡을수록 커가는 공포...
그 임계점에 이르자 조용히 터져나온 내 안의 울림이 그것이다
"내가 뭐 땜에 이래야 해?..내가 왜? ..."
에라이 모르겠다..하고 지 맘대로 널브러지게 맘의 빗장을 풀어버렸다
우르르...
긴장과 한숨이 쏟아져나온다
아무 생각이 없어지고 초조함도 내다버렸다
텅 빈 맘으로 가볍게 주고받는 대화...
당당히 모른다는 대답이 정말 모르는 것이 아님을 알았다
완전무결해야 한다는 신경증의 시작은 아마 지극히 소소한 상처에서 출발했을 거다
가해자는 뜬금없을 상황일 테고
그 긴 시간을 나 혼자 울며불며 가공할 괴물로 키운 거라 생각하니
오늘 갑작스레 싹뚝 잘려나간 그 마음이 이렇게 홀가분할 수가...
부딪혀야 알 수 있는 마음의 응어리...
절대 혼자 움직이지 않는다
키우지 말고 그렇게 하나씩 버려야 겠다
내 상흔을 건드리는 상황과 사람...
내겐 절호의 기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