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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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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암-공단 건강검진 무시할 게 아니네요.

건강 조회수 : 8,456
작성일 : 2014-03-08 02:46:21

2년마다 하는 건강검진, 40살 이후로 몇회 받으면서 거의 형식적인 기분으로 하고

결과도 그리 신경쓰지 않고 대충 보고 넘겼었어요.

작년 12월 다 되어서  해가 가기전에 받긴 받아야 할 것 같아 예약하려니 12월 31일 00 시 밖에 안된다하여,

한해의 마지막 날 간신히 예약하고 검사 받았는데

X레이 검사 결과 석회화가 보인다고 (석회화라는 단어도 처음 들었네요.) 

초음파 검사 해보자고 하여 추가비용 들여 검사했어요.

의사 말로는 종양이 초음파에서 보이는 경우도 있고

저처럼 초음파에서 보이지 않는 경우도 있으니 근처 대학병원 가서 정밀검사 하라고..

속으로 초음파 비용만 날린건가,, 투덜거리며.

CD한장 구워준거랑 소견서 들고 근처 대형병원에 갔어요.

거기서 X-레이, 초음파  또 검사했는데 

초음파로 종양이보이는 경우 맘모톰으로 제거 하면 되는데

저처럼 보이지 않는 경우는 맘모톰으로 조직검사를 하자고 하네요.

석회화 모양와 퍼진 상태가 안좋다고 상담사가 진지하게 말해주고.

이 때부터  조금씩 심각함을 느꼈어요.

며칠 후  맘모톰 검사로 조직검사 결과 0기 유방암 (상피내암) 이 판명되었구요.

0기 지만 생긴 모양이 안좋고 전체적으로 퍼져있어 전절제가 불가피하다는 의사의말.

혹은 부분절제는 가능하지만 재발율20% 에 방사선치료 병행.

나에게도 암이? 제겐 너무 비현실적인 병명이라 느껴지더군요.

남편 알면 신경쓸까 혼자 갔었는데 듣고 나와 버스안에서 하염없이 눈물이 나오더군요.

처음 동네 병원에서 무심코 형식적으로 했던 건강검진에서 어제  최종으로 열흘 후  유방전절제 수술을 잡고 나서

또 한번 눈물이 흐르더군요. 그간 다 받아들이고 인정했다고 생각했었는데도 말이죠.

지금은 열흘 후 있을 수술을  담담히 준비하고 있고 그나마 지금이라도

이렇게 한 검사로 발견 된 것이 어딘가 감사하고 있어요.

0 기이니 99% 완치된다 하고 그래도 항암도 안하고 방사선도 안해도 된다니 어려움 속에서도 감사함을 느낍니다.

병원에서 어디서 처음 검사했냐고 물어 공단 정기검진 이었다 하니 정말 운 좋게 발견되었다고 하더군요.

또한 두달 여간 결과가 나오기까지 초조함 속에서 제 생각도 많이 바뀌었어요.

그동안 나는 왜 이렇게 아둥바둥 살았을까.

나를 위한 돈에 대해서는 베스킨 아이스크림 하나 사먹는 것도 벌벌 떨며  나에 대한 투자는 아까워 하고

나를 행복하게 하는 방법을 모르고 살았던 것 같아요.

나는 왜 그렇게  작은 일에도 스트레스를 느끼며 살았을까.

요즘 100세 시대라 하지만 마흔 후반인 나에게 추후 50년의 시간이 보장된 것 만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니

세상이 달라 보이더군요.

누군가에게는 어제와 다르지 않을 오늘이겠지만 누군가에게는 말할 수 없이 소중한 시간일 수도 있다는 사실.

그동안 마음이 늘 편치 않아 집중해서 책이 읽히지도 않았는데 

이제는 세상에 있는 이야기 들이  다 하나같이 소중하단 생각에

책 읽는일이 즐거워 졌어요. 다른 사람들의 삶에 관심을 가지게 된거죠,

이제 와서 해봤자 피아니스트가 될 것도 아니고 무슨 소용 있나.. 하고 한동안 놓았던 피아노를

다시 열심히 치게 되었어요.

또한 얼마전 82 자게에서 보았던 하루3가지 감사한 일을 기록하기를 실천하고 있어요.

행복지수를 높혀보도록 노력하는 거죠. 정말 적다보니 세상은 감사한 일들이 너무 많아요.

아들이 오늘 아침밥이 특히 맛있다고 말해 준 일, 잊었던 책의 재미를 느끼게 되었다는 사실도 ,

외출하는데 남편이 춥다고 목도리를 둘러 준 것도, 나에게 주어진 시간의 소중함을 깨달은 것도...

그리고 주위사람들에게 이왕이면 좀 더 많은 관심과 따뜻한 말을 전하게 되었네요.

어바웃 타임이란 영화 후반부에서 보듯 주인공이 작은 숍에 가서도 이왕이면 상냥한 얼굴로 점원에게 인사해주기.

그러니 그 점원 또한 밝은 미소로 대답해주기. 마치 긍정적인 기운을 여기저기 전파하는 기분으로요.

아이들과 남편에게도 좀 더 따뜻하고 자애로운 말로 대화하고..

몸이 좀 좋아지면 봉사활동도 찾아 볼 예정이예요.

너무 많이 부렸던 욕심도 내려놓으려 마음을 다잡구요.

스트레스 잘받는 성격에 우울할 때마다 맵고 짜고 자극적인 음식 찾던 습관도 버리고

이제는 나이에 맞게 좋은 음식을 가려먹게 되었어요.

하루 대여섯개  대충 밥대신 먹던 믹스커피도 그 날로 바로 끊어버리고.

제 인생에 이런 거친 파도가 있으리라 상상한 적이 없었지만  그게 나와 무관한 일 만은 아니었음을 깨닫고

그나마 초기 발견으로 완치가 거의 가능하다 하니

이제는 건강도 생각하고 한 템포 느리게 가라는 가르침으로 받아들이기로 했어요.

제가 무사히 건강을 되찾을 수 있게 기원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경험자 분들의 조언도 정말 감사하겠구요.

82분들도 건강 챙기시구요 .~

IP : 114.206.xxx.111
1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다행
    '14.3.8 3:30 AM (112.144.xxx.175)

    일찍 발견된 게 정말 천운이네요.
    수술 잘 되고 더 건강해지시길.
    마음이 예쁘신 분이니 수술도 잘 될 거 같아요~

  • 2. ...
    '14.3.8 3:32 AM (121.133.xxx.59)

    저도 7년전에 갑상선암 수술 했어요. 수술후 전보다 더 긍정적이고 밝게 생활하고 있어요.원글님 틀림없이 수술 잘 돼고 더 건강해지실꺼예요. 모든것은 생각한대로 이루어지니까요. 더 행복해지시길 기원합니다~^^

  • 3. ..
    '14.3.8 3:46 AM (223.62.xxx.50) - 삭제된댓글

    정말 불행중 다행이네요.
    수술하면 완치된다니...
    수술 잘 받으시고 건강회복하시고 예전보다 더 풍성하고 복된 삶 누리세요.^^

  • 4. 제목보고 읽다가...
    '14.3.8 4:22 AM (110.70.xxx.38)

    저도 어제쯤 공단건강검진안내문 받아 제목보고 들어왔네요.비슷한 연령대이구요.
    많이 놀라셨을 텐데 차분히 수술을 준비하며 그 의미를 되새기는 모습이 잔잔히 와 닿네요.'전화위복'상투적인 말이지만 일상에서 겪게되는 위기는 크든작든 어떤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몸을 위한 검진이 마음을 돌아보는 검진이 된 원글님의 건강을 기원합니다.수술까진좀 남았네요?또 글 올리며 이야기 나눌 수 있길...

  • 5. 달브레
    '14.3.8 4:46 AM (113.187.xxx.177)

    깊은 새벽에 어떤 심정으로 이 글을 쓰셨을까 싶어 마음이 아프면서도, 담담히 써내려간 말씀에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열흘 뒤 있을 수술에서 꼭 좋은 결과 있으시길 간절히 기원합니다. 일병장수라는 말이 있듯이 수술 후 요양 잘 하시고 이전보다 더욱 건강한 삶 누리실 겁니다. 마음 약해지지 마시고 꼭 굳건히 잘 이겨내시실 바라요. 차후 좋은 소식 이곳에 다시 한 번 올려주시길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 6. Bora
    '14.3.8 7:35 AM (176.199.xxx.170)

    에구 심적으로 얼마나 힘드셨겠어요. 그래도 새로운 결의로 열심히 자기 관리하고 세상을 행복하게 바라보시려고 노력하시는 모습이 대단하신 것 같아요. 수술 잘하시고 0기니 몸에 좋은거 드시고 운동 열심히 하시면 좋아지실 거에요. 저는 40대 초반에 무척 예민하고 자존감 낮고 완벽주의라 스트레스 잘 받는 편입니다. 성격을 정말 뜯어 고치고 싶은데 잘 안되네요..저도 2년전에 우연히 대학병원과 초음파 검사하다 석회 발견돼서 마모그라피도 했는데 다행히 모양과 분포가 위험하지는 않다고 해서 6개월 후 재검사 해서 추이를 보자셨어요. 6개월 후 재검 받고 모양과 분포가 변동없다고 하셨네요. 그후로 외국에 살면서 관심 끄고 검사도 않다고 살았는데 위험한 석회화가 아닌 사람도 정기적으로 검사 받아야 하나요? 아무튼 저도 감사하는 마음으로 남을 미워하지 않고 용서하는 마음으로 살려고 노력중입니다.

  • 7. 기도하는이
    '14.3.8 9:09 AM (220.120.xxx.252)

    지금 얼마나 두려울실까요?
    작년에 유방 조직검사 받았는데 올해 또 유방 조직검사
    받아야해요.
    혹이 하나 또 생겼다고.
    담주에 서울대 병원에서 받는데 많이 떨려요.
    님! 수술 잘 받으시고 좋은결과 있기 바래요

  • 8.
    '14.3.8 9:14 AM (112.170.xxx.82)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 9. 저도
    '14.3.8 9:20 AM (59.5.xxx.244)

    수술 잘되고 빠른 쾌유 기도합니다.

  • 10. 스마폰잘못클릭으로
    '14.3.8 10:06 AM (115.143.xxx.50)

    이글을읽엇는데 어떤유명작가의책보다 더기억에남는글같아요...남편이목도리 둘러준거 점원에게상냥하게말하기....
    그리고 지금님의일을 내가격는다 생각해보기....
    건ㄱㅇ하세요.....

  • 11. 상피내암은
    '14.3.8 10:34 AM (14.52.xxx.59)

    거의 광범위하게 퍼져있어서 전절제를 많이 해요
    유방암은 치료과정이 표준화되어있어서 굳이 명의 찾아 다닐 필요 없으시구요
    가까운 곳이 제일 좋아요
    의외로 병원 갈 일이 잦거든요
    곧 복원수술도 보험혜택 될것 같으니까 좀 기다려서 복원도 생각해 보시구요
    유방암수술은 맹장보다 더 간단(?)하니 아무 걱정 마세요
    바로 밥먹고 제발로 걸어서 화장실가고 다 해요
    쌍커풀 보다 쉽대요 ㅎㅎ
    건강하게 100세 맞으시기 바랍니다

  • 12.
    '14.3.8 10:43 AM (61.99.xxx.186)

    수술 잘 되실꺼에요!^^
    님의 예쁜마음씨에 감동받아 로그인 했네요
    수술후 관리 잘하시고 지금 마음처럼 잘 사실꺼라 믿어요~

  • 13. 지나다가
    '14.3.8 5:24 PM (39.7.xxx.189)

    위에 상피내암님 ... 따뜻한 댓글 감사드려요~

  • 14. 샤론
    '14.3.8 8:02 PM (27.124.xxx.187)

    이제까지 무심히 지나치셨던 일상들이
    하나하나 새롭고 기억될 만한 소중한 일상들이 되실 것 같습니다
    더불어 저에게도 어찌 살아야 될 지 길을 열어주신
    좋은 글 고맙습니다

  • 15. zzz
    '14.3.16 3:45 PM (112.149.xxx.111)

    복원수술은 실비보장되는걸로 확정났다 하던데요. 보험회사에서 이거땜에 말 많았는데 암까페에서 복원비용 지급해야한다고 금감원에서 확정났다고 본걸로 알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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