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Banner

멋진 친구

갱스브르 조회수 : 2,007
작성일 : 2014-03-07 19:46:59

20년지기 친구가 있다

자유분방한 웃음 너머엔 항상 캐낼 수 없는 비밀이 있는

여럿이 같이 만나 수다 떨다가도 나 먼저 간다고 일어서면

행방이 묘연해지는 그런 친구...

집에 와 곰곰이 생각하면 막 궁금해져서 안달복달하게 만드는 친구

그런 딴 세계 같던 친구가 결혼도 하고 애도 낳고 잘 살다가

남편과 떨어져 경기도 외곽에 집을 사더니

나올 줄을 모른다

그런 친구를 이해해주는 신랑과 애도 대단하지만 자기의 온전한 자유를 존중받고 사는 모습이 부럽다

당장은 있는 돈 까먹고 살 거야..하는데도 별 걱정 없어 보이고

서울 집 시골 집 두 집 살림하게 된 남편은 졸지에 홀아비 신세가 됐는데도

주말마다 애 데리고 룰루랄라하며 온단다...

워낙 도시를 좋아하고 문명의 이기?를 사랑했던 친구라 얼마 못버티고 올 거야..장담했는데

웬걸!..

벌써 1년 반

이젠 손에 흙도 턱턱 묻혀가며 이것저것 텃밭도 가꾸고 아주 솜씨가 태가 나는 것이 시골 촌부 다 돼간다

아직 40도 안된 처자?가 전원 생활 하기엔 이른 거 아니냐고, 무엇보다 남은 가족들이 뭔 생고생이냐고

진지하게 물었더니

친구 왈... 이제야" 나 대로"... 사는 것처럼 산다고...

그동안 그럴싸하게 보이려고 노력했고 그럼 언젠가는 그것이 자신의 것이 될 줄 알았다나...

돈 벌고 사고 싶은 거 사고 맛있는 거 먹고 여기저기 좋은 데 호사 누려도

배부른 소릴한다고 핀잔 받을까 가까운 사람한테 얘기도 못하고

끙끙 앓아 마음의 병이 깊어져 내가 먼저 살고 봐야지 하는 생각에 한 달 만에 모조리 정리하고

피란 가듯이 도망친 거라고 한다

친구랍시고 반짝반짝 웃는 미소에 얘는 잘 살고 있구나..했는데

막걸리에 부추전 해서 먹고 뒹굴데다 오는 길이

참 뭐라 할 수 없는 허기와 행복이 동시에 부딪혔다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게 뭔지를 아는 순간 비단을 입고도 흙탕물에서 춤출 수 있는 자유를 봤다

난 이제나저제나 돈 벌 궁리에 하루가 참 짧은데...

차 한잔을 마셔도 분위기 따지던 친구

밥 벅고 대충 그릇에다가 커피 타서 휘휘 저어주는데

왜 그리 맛있던지...

그러곤 둘 다 대자로 뻗어 잤다

내 불면증이 단숨에 날아간 밤이었다

IP : 115.161.xxx.176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유지니맘
    '14.3.7 7:58 PM (117.111.xxx.173)

    그런 친구가 되고 싶기도 하고
    그런 친구를 표현해주고
    이해해줄수 있는 원글님 같은 친구가 되고 싶기도 하네요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 2. ..
    '14.3.7 8:00 PM (122.36.xxx.75)

    원글님 글 맛깔스럽게 잘 적으시네요

    서로 멋진 친구네요^^

  • 3. ㅎㅎ
    '14.3.7 8:05 PM (222.113.xxx.204)

    저도 읽으면서 글이 술술 읽히는게 잘쓰신다 생각했어요.

  • 4. 밍기뉴
    '14.3.7 8:05 PM (183.101.xxx.218)

    좋으네요
    저도 가까운 지인들과 그리 살기로 마음 모았는데
    차근히 가다보면.. 닿아있겠죠...

  • 5. ---
    '14.3.7 8:08 PM (14.56.xxx.77)

    와 이런글 좋아요^^

  • 6. ...
    '14.3.7 10:48 PM (59.15.xxx.61)

    내 맘이 다 자유로워지는 느낌...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60350 고기집의 양파속 소스 어떻게 만드나요?? 7 루비 2014/03/08 5,103
360349 이런사람도 어디가 굉장히외로운 사람이겠죠? 5 그럼 2014/03/08 1,899
360348 아이 오리털 파카가 찢어졌는데... 3 ,,, 2014/03/08 1,377
360347 표창원교수 ,김연아 관련 사과글 37 소통이 되네.. 2014/03/08 10,293
360346 잣죽이나 땅콩죽 냉동해도 되나요? 1 ㅇㅇ 2014/03/08 784
360345 요즘 닭 드세요? 14 .. 2014/03/08 1,832
360344 살이 안빠지는 이유ㆍ뭘 먹어야 30 ㅅㅌㅅ 2014/03/08 5,179
360343 파는 떡볶이처럼 끈적끈쩍한 소스는 7 .. 2014/03/08 3,542
360342 공기업 입사스펙이 높긴하군요 3 ... 2014/03/08 37,709
360341 머리가(hair)가 외모에서 차지하는비율 6 50% 2014/03/08 2,729
360340 며느님이라 불리는 님께... 17 평화롭길 바.. 2014/03/08 2,703
360339 늦둥이 엄마를 할머니로 오해한분계신가요?? 25 .. 2014/03/08 5,310
360338 노예 12년, 박스오피스 순위 껑충.."뒤늦게 대목 .. 샬랄라 2014/03/08 584
360337 이런 사람은 외로워서 그런 걸까요?? 3 ..... 2014/03/08 1,486
360336 ebs 장하석 교수의 과학철학사 강의... 어떤 분인가요? 3 장하석 2014/03/08 2,148
360335 유리문 안에서 1 갱스브르 2014/03/08 541
360334 맛없는 과자가 잔뜩. 설탕을 묻혀볼까요!? 10 냐옹 2014/03/08 1,083
360333 눈 작은 사람은 화장을 어떻게 4 밍밍 2014/03/08 2,306
360332 냉동된국을 택배로 보내려면 어떻게 해야하나요? 택배 2014/03/08 824
360331 연말정산 많이 토해내신분 한꺼번에 정산하세요? 3 ... 2014/03/08 1,173
360330 장례식 답례품으로 뭐가 좋을까요? 2 소소 2014/03/08 12,167
360329 결혼식 도우미를 할까 하고 가봤더니 8 ... 2014/03/08 3,578
360328 올인원PC요. 사도 될까요?ㅜ 36 랑이랑살구파.. 2014/03/08 8,959
360327 인생 진짜 별거없지 않나요?? 41 .. 2014/03/08 20,296
360326 급.서울의 호흡기내과 잘보는곳 알려주세요 2 .. 2014/03/08 4,0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