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멋진 친구

갱스브르 조회수 : 1,969
작성일 : 2014-03-07 19:46:59

20년지기 친구가 있다

자유분방한 웃음 너머엔 항상 캐낼 수 없는 비밀이 있는

여럿이 같이 만나 수다 떨다가도 나 먼저 간다고 일어서면

행방이 묘연해지는 그런 친구...

집에 와 곰곰이 생각하면 막 궁금해져서 안달복달하게 만드는 친구

그런 딴 세계 같던 친구가 결혼도 하고 애도 낳고 잘 살다가

남편과 떨어져 경기도 외곽에 집을 사더니

나올 줄을 모른다

그런 친구를 이해해주는 신랑과 애도 대단하지만 자기의 온전한 자유를 존중받고 사는 모습이 부럽다

당장은 있는 돈 까먹고 살 거야..하는데도 별 걱정 없어 보이고

서울 집 시골 집 두 집 살림하게 된 남편은 졸지에 홀아비 신세가 됐는데도

주말마다 애 데리고 룰루랄라하며 온단다...

워낙 도시를 좋아하고 문명의 이기?를 사랑했던 친구라 얼마 못버티고 올 거야..장담했는데

웬걸!..

벌써 1년 반

이젠 손에 흙도 턱턱 묻혀가며 이것저것 텃밭도 가꾸고 아주 솜씨가 태가 나는 것이 시골 촌부 다 돼간다

아직 40도 안된 처자?가 전원 생활 하기엔 이른 거 아니냐고, 무엇보다 남은 가족들이 뭔 생고생이냐고

진지하게 물었더니

친구 왈... 이제야" 나 대로"... 사는 것처럼 산다고...

그동안 그럴싸하게 보이려고 노력했고 그럼 언젠가는 그것이 자신의 것이 될 줄 알았다나...

돈 벌고 사고 싶은 거 사고 맛있는 거 먹고 여기저기 좋은 데 호사 누려도

배부른 소릴한다고 핀잔 받을까 가까운 사람한테 얘기도 못하고

끙끙 앓아 마음의 병이 깊어져 내가 먼저 살고 봐야지 하는 생각에 한 달 만에 모조리 정리하고

피란 가듯이 도망친 거라고 한다

친구랍시고 반짝반짝 웃는 미소에 얘는 잘 살고 있구나..했는데

막걸리에 부추전 해서 먹고 뒹굴데다 오는 길이

참 뭐라 할 수 없는 허기와 행복이 동시에 부딪혔다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게 뭔지를 아는 순간 비단을 입고도 흙탕물에서 춤출 수 있는 자유를 봤다

난 이제나저제나 돈 벌 궁리에 하루가 참 짧은데...

차 한잔을 마셔도 분위기 따지던 친구

밥 벅고 대충 그릇에다가 커피 타서 휘휘 저어주는데

왜 그리 맛있던지...

그러곤 둘 다 대자로 뻗어 잤다

내 불면증이 단숨에 날아간 밤이었다

IP : 115.161.xxx.176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유지니맘
    '14.3.7 7:58 PM (117.111.xxx.173)

    그런 친구가 되고 싶기도 하고
    그런 친구를 표현해주고
    이해해줄수 있는 원글님 같은 친구가 되고 싶기도 하네요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 2. ..
    '14.3.7 8:00 PM (122.36.xxx.75)

    원글님 글 맛깔스럽게 잘 적으시네요

    서로 멋진 친구네요^^

  • 3. ㅎㅎ
    '14.3.7 8:05 PM (222.113.xxx.204)

    저도 읽으면서 글이 술술 읽히는게 잘쓰신다 생각했어요.

  • 4. 밍기뉴
    '14.3.7 8:05 PM (183.101.xxx.218)

    좋으네요
    저도 가까운 지인들과 그리 살기로 마음 모았는데
    차근히 가다보면.. 닿아있겠죠...

  • 5. ---
    '14.3.7 8:08 PM (14.56.xxx.77)

    와 이런글 좋아요^^

  • 6. ...
    '14.3.7 10:48 PM (59.15.xxx.61)

    내 맘이 다 자유로워지는 느낌...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07260 잠실 걱정 그만하세요. 71 네가 좋다... 2014/08/11 16,644
407259 세탁소 옷걸이.. 1 ㅋㅋ 2014/08/11 1,408
407258 김용민의 조간브리핑[08.11] 자가당착의 극치...조선일보의 .. lowsim.. 2014/08/11 931
407257 적금 추천 좀.. 1 힘내세욤 2014/08/11 849
407256 원래 지대 낮은 매립지였네요 7 잠실 2014/08/11 2,937
407255 스마트폰 사자마자 떨어뜨렸어요... 괴롭네요 7 바보 2014/08/11 4,629
407254 엄마들이 나서야하나요 2 웨딩싱어 2014/08/11 863
407253 간단한 영어인사좀 알려주세요 2 모모 2014/08/11 2,300
407252 오늘 11시까지 국회에 모이는 것 맞나요? 2 *** 2014/08/11 876
407251 군대 내 폭력 대책이란게 고작... 3 탁상행정 2014/08/11 1,208
407250 포항 1박 2일 1 포항 여행 2014/08/11 1,075
407249 시사통 김종배입니다[08/11am] 박영선 아이러니 lowsim.. 2014/08/11 813
407248 남원에서 추어탕 제일 잘 하는 곳? 8 .... 2014/08/11 2,212
407247 모기물린데 병원가면 오버인가요? 7 별똥별 2014/08/11 2,368
407246 서울숲 푸르지오 2차 살기 어떤가요? 4 아파트 2014/08/11 5,462
407245 니가 언제부터 효자였다고!? ... 2014/08/11 1,376
407244 유가족들이 박영선 의원을 믿지 못하는 이유 9 dma 2014/08/11 2,112
407243 청와대가 키운 산케이 기사 ‘朴 사라진 7시간’ 5 light7.. 2014/08/11 1,876
407242 복 많으신 시어머니 14 부러운 며느.. 2014/08/11 5,518
407241 서울에서 주거환경이 가장 쾌적한 아파트는 어디일까요? 15 환경 2014/08/11 4,902
407240 유럽여행중.텍스리펀,세금 질문드려요! 급해요ㅠㅜ 5 또잉 2014/08/11 2,629
407239 추석연휴에 제발 여행가보는게 소원이예요. 6 저는 2014/08/11 2,099
407238 아이들 예방접종 수첩을 잃어버렸어요. 4 웨딩싱어 2014/08/11 1,384
407237 반포자이 70평 3 자이 2014/08/11 5,380
407236 2014년 8월 11일 경향신문, 한겨레 만평 세우실 2014/08/11 8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