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멋진 친구

갱스브르 조회수 : 1,856
작성일 : 2014-03-07 19:46:59

20년지기 친구가 있다

자유분방한 웃음 너머엔 항상 캐낼 수 없는 비밀이 있는

여럿이 같이 만나 수다 떨다가도 나 먼저 간다고 일어서면

행방이 묘연해지는 그런 친구...

집에 와 곰곰이 생각하면 막 궁금해져서 안달복달하게 만드는 친구

그런 딴 세계 같던 친구가 결혼도 하고 애도 낳고 잘 살다가

남편과 떨어져 경기도 외곽에 집을 사더니

나올 줄을 모른다

그런 친구를 이해해주는 신랑과 애도 대단하지만 자기의 온전한 자유를 존중받고 사는 모습이 부럽다

당장은 있는 돈 까먹고 살 거야..하는데도 별 걱정 없어 보이고

서울 집 시골 집 두 집 살림하게 된 남편은 졸지에 홀아비 신세가 됐는데도

주말마다 애 데리고 룰루랄라하며 온단다...

워낙 도시를 좋아하고 문명의 이기?를 사랑했던 친구라 얼마 못버티고 올 거야..장담했는데

웬걸!..

벌써 1년 반

이젠 손에 흙도 턱턱 묻혀가며 이것저것 텃밭도 가꾸고 아주 솜씨가 태가 나는 것이 시골 촌부 다 돼간다

아직 40도 안된 처자?가 전원 생활 하기엔 이른 거 아니냐고, 무엇보다 남은 가족들이 뭔 생고생이냐고

진지하게 물었더니

친구 왈... 이제야" 나 대로"... 사는 것처럼 산다고...

그동안 그럴싸하게 보이려고 노력했고 그럼 언젠가는 그것이 자신의 것이 될 줄 알았다나...

돈 벌고 사고 싶은 거 사고 맛있는 거 먹고 여기저기 좋은 데 호사 누려도

배부른 소릴한다고 핀잔 받을까 가까운 사람한테 얘기도 못하고

끙끙 앓아 마음의 병이 깊어져 내가 먼저 살고 봐야지 하는 생각에 한 달 만에 모조리 정리하고

피란 가듯이 도망친 거라고 한다

친구랍시고 반짝반짝 웃는 미소에 얘는 잘 살고 있구나..했는데

막걸리에 부추전 해서 먹고 뒹굴데다 오는 길이

참 뭐라 할 수 없는 허기와 행복이 동시에 부딪혔다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게 뭔지를 아는 순간 비단을 입고도 흙탕물에서 춤출 수 있는 자유를 봤다

난 이제나저제나 돈 벌 궁리에 하루가 참 짧은데...

차 한잔을 마셔도 분위기 따지던 친구

밥 벅고 대충 그릇에다가 커피 타서 휘휘 저어주는데

왜 그리 맛있던지...

그러곤 둘 다 대자로 뻗어 잤다

내 불면증이 단숨에 날아간 밤이었다

IP : 115.161.xxx.176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유지니맘
    '14.3.7 7:58 PM (117.111.xxx.173)

    그런 친구가 되고 싶기도 하고
    그런 친구를 표현해주고
    이해해줄수 있는 원글님 같은 친구가 되고 싶기도 하네요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 2. ..
    '14.3.7 8:00 PM (122.36.xxx.75)

    원글님 글 맛깔스럽게 잘 적으시네요

    서로 멋진 친구네요^^

  • 3. ㅎㅎ
    '14.3.7 8:05 PM (222.113.xxx.204)

    저도 읽으면서 글이 술술 읽히는게 잘쓰신다 생각했어요.

  • 4. 밍기뉴
    '14.3.7 8:05 PM (183.101.xxx.218)

    좋으네요
    저도 가까운 지인들과 그리 살기로 마음 모았는데
    차근히 가다보면.. 닿아있겠죠...

  • 5. ---
    '14.3.7 8:08 PM (14.56.xxx.77)

    와 이런글 좋아요^^

  • 6. ...
    '14.3.7 10:48 PM (59.15.xxx.61)

    내 맘이 다 자유로워지는 느낌...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58709 소득금액증명서 에서요. 1 .. 2014/03/10 522
358708 교황님 오시네요 8 ^^ 2014/03/10 1,302
358707 아이허브에서 파는 제로우 유산균 . 사균제 아닌가요? 3 아이허브 2014/03/10 6,874
358706 신의 선물 14 ... 2014/03/10 3,868
358705 강아지가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이제야 알게 됐어요 14 시아 2014/03/10 2,897
358704 밴드에서 일대일대화하기표시는 어떻게 나오는건가요? 밴드 2014/03/10 1,430
358703 방사능)후쿠시마 방사성세슘 2015년 남해도달 8 녹색 2014/03/10 2,419
358702 싱키대 하나 주방이라고 들어보셨나요? 사재 2014/03/10 459
358701 가스오븐과 전기오븐중 어떤걸쓰는게 절약하는걸까요? 4 응삼이 2014/03/10 1,980
358700 오늘 EBS 다큐 프라임(교육혁명-15살에 주목하라) 4 예쁜솔 2014/03/10 2,838
358699 인간 관계 때문에 답답합니다, 조언절실 29 깍뚜기 2014/03/10 13,252
358698 태양은 가득히 재미없나요 5 ㅇㅇ 2014/03/10 1,651
358697 어떻게 잡지들이 매달 나오는 주제(인물)가 거의 똑같나요? 1 근데요 2014/03/10 599
358696 수원,수지 미용실 추천 지온마미 2014/03/10 1,053
358695 아이허브 아발론 샴푸가 그리 좋은가요? 26 아이허브 2014/03/10 18,042
358694 파 대량으로썰어야하는데 눈 안맵게하는방법 아시나요 14 ,,,,,,.. 2014/03/10 6,582
358693 어제 생리글 올린 사람인데요 오늘 병원갔더니,,, 11 2014/03/10 4,349
358692 올해 1학년 여아 엄마예요 5 학부모 2014/03/10 1,433
358691 한예종 음대 입학한 사람들은 정말 천재에 가깝다고 봐야하나요 16 실력 2014/03/10 11,020
358690 유언장을 혼자 작성해도 되는데, 꼭 유언공증을 받는 경우...... 6 .... 2014/03/10 3,711
358689 키보드 1개로 컴퓨터 2대 쓰려면 3 2014/03/10 1,007
358688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 "3·1운동은..폭력적".. 4 샬랄라 2014/03/10 592
358687 檢 '간첩조작 사건' 국정원 전격 압수수색 했네요 5 댓통령 말 .. 2014/03/10 523
358686 그만둔회사 다시들어오고싶어하는 사람 이해가안가요 12 은빛여우 2014/03/10 9,155
358685 아이가 엄마가 집에 있는집을너무 부러워하네요 31 직장맘 2014/03/10 4,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