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지기 친구가 있다
자유분방한 웃음 너머엔 항상 캐낼 수 없는 비밀이 있는
여럿이 같이 만나 수다 떨다가도 나 먼저 간다고 일어서면
행방이 묘연해지는 그런 친구...
집에 와 곰곰이 생각하면 막 궁금해져서 안달복달하게 만드는 친구
그런 딴 세계 같던 친구가 결혼도 하고 애도 낳고 잘 살다가
남편과 떨어져 경기도 외곽에 집을 사더니
나올 줄을 모른다
그런 친구를 이해해주는 신랑과 애도 대단하지만 자기의 온전한 자유를 존중받고 사는 모습이 부럽다
당장은 있는 돈 까먹고 살 거야..하는데도 별 걱정 없어 보이고
서울 집 시골 집 두 집 살림하게 된 남편은 졸지에 홀아비 신세가 됐는데도
주말마다 애 데리고 룰루랄라하며 온단다...
워낙 도시를 좋아하고 문명의 이기?를 사랑했던 친구라 얼마 못버티고 올 거야..장담했는데
웬걸!..
벌써 1년 반
이젠 손에 흙도 턱턱 묻혀가며 이것저것 텃밭도 가꾸고 아주 솜씨가 태가 나는 것이 시골 촌부 다 돼간다
아직 40도 안된 처자?가 전원 생활 하기엔 이른 거 아니냐고, 무엇보다 남은 가족들이 뭔 생고생이냐고
진지하게 물었더니
친구 왈... 이제야" 나 대로"... 사는 것처럼 산다고...
그동안 그럴싸하게 보이려고 노력했고 그럼 언젠가는 그것이 자신의 것이 될 줄 알았다나...
돈 벌고 사고 싶은 거 사고 맛있는 거 먹고 여기저기 좋은 데 호사 누려도
배부른 소릴한다고 핀잔 받을까 가까운 사람한테 얘기도 못하고
끙끙 앓아 마음의 병이 깊어져 내가 먼저 살고 봐야지 하는 생각에 한 달 만에 모조리 정리하고
피란 가듯이 도망친 거라고 한다
친구랍시고 반짝반짝 웃는 미소에 얘는 잘 살고 있구나..했는데
막걸리에 부추전 해서 먹고 뒹굴데다 오는 길이
참 뭐라 할 수 없는 허기와 행복이 동시에 부딪혔다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게 뭔지를 아는 순간 비단을 입고도 흙탕물에서 춤출 수 있는 자유를 봤다
난 이제나저제나 돈 벌 궁리에 하루가 참 짧은데...
차 한잔을 마셔도 분위기 따지던 친구
밥 벅고 대충 그릇에다가 커피 타서 휘휘 저어주는데
왜 그리 맛있던지...
그러곤 둘 다 대자로 뻗어 잤다
내 불면증이 단숨에 날아간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