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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울 딸한테 자꾸 과거의 나를 투영하네요. 병이에요

못살아 조회수 : 2,390
작성일 : 2014-03-06 07:42:49

정말 별것도 아니라고 생각하실 반장선거요.

저는 엄마가 세째라고 옷도 헐은 것만 입히고, 머리도 집에서 바가지 머리였고, 또 안씻겨서 더러웠던거 같아요.

집은 가난하지 않았는데, 엄마도 몸이 귀찮아서였겠지요. 그렇게 자라야되는줄 알았어요 대학생이 되기전까지는 멋도 부리면 안되고 머리는 삼일이상 만에 감아야하고 등등...

그래서 어렸을떄 특히 초등학교때 자존감이 없었던거 같아요 지금도 없는 편이지요 남의 눈을 진심으로 많이 의식하는거 보면요. 뭐 그건 옷이 어째서 더러워서라기보다 엄마의 양육 방식이 한몫했어요 확실히...

어쨋든 그당시엔 정말 정말 반장 부반장 되는 애들이 부러웠어요. 이쁘게 입고다니고, 밝고, 또 집에도 초대하고...

그때 깨달은건 쟤들은 이쁘게 하고 다녀서인가보다 하고 그냥 지레 포기하고 입후보 안하던가 아니면 받아도 세표 이내로 받았죠. 공부는 꽤해서 선생님들은 이뻐했던거 같아요.

제가 존재감이 생긴건 대학생이후 한껏 꾸미고나니 못생긴 얼굴도 아니었고 오히려 이쁜 얼굴이었고 등등 자존감이 생겨나기 시작하면서 사회생활때 극치를 달하다가 결혼하고 그만두고 다시 돌아가고 있어요 살도 엄청 찌고 등등의 이유로..

 

그건 그렇고 제딸은 그리 안키우리라 다짐하여 이쁘지 않은 얼굴이지만, 머리도 신경쓰고 옷도 비싼건 못사주지만 깔끔하게 입히려 노력하고 공부는 알아서 잘하는 훌륭한 진국 딸인데요.

너무 무뚝뚝하고 수줍음이 많고, 먼저 인사 안하고 끌려다니는 경향이 있어요 이래도 흥 저래도 흥이라 그런가...

잘난척과는 거리가 멀구요 공부도 그만치 하구요 선생님들 이뻐하시구요 행동거지가 참하고 바르거든요.

그런데 유독 아이들한테 비호감인가... 이제 3학년 되었는데 2학년때 보면 한표도 못 받거나, 4표정도로 본후보엔 오르지도 못하고...

그런데 아이 자존감은 높아요 제가 제가 키워진 방식대로 안키웠거든요. 자신 만만하지만, 내성적이고 걱정이 많아요.

그리고 내성적인데 반해 너무너무 회장 부회장 욕구가 많아요. 그래서 스스로도 괴로워하지만, 자존심도 쎄어 절대 나 찍어줘를 못한답니다. 필요이상으로 강직해서 자기 이름도 못적어요. 저도 어렸을때 그런적 있는데....휴...

 

어쨋든 어제 반장선거에 이웃집 단짝 친구가 뽑혔대요 자기는 일부러 입후보 안했대요 그 애가 생긴것도 살갑게 행동하는것도 잘해서 인기가 많아요 어렸을떄 같이 친구하고 싶은애같이 생겼어요 공부도 잘하지요.

일부러 걔한테 표 다 갈까봐 자신은 2학기떄 입후보하겠다고...

 

근데 그것도 속상하구요. 어렸을때 제가 너무 부러워했었기에 얘도 그럴거 같고...

전 항상 못되어서 나같은애니까 그래 그렇게 생각많이 했었어요. 걔들이 전지현도 아닌데, 말 붙여주면 황송해하고...

적다보니 눈물나게 맘이 불쌍히 컸네요. 울언니들은 노력안해도 잘만 되던데... 같은 환경에 컸어두요.

 

어쨰 성격이 날 닮은건지, 비슷한 구석이 눈에 보여요. 성격은요..근데...

자존감은 확실히 높은 편인게 틀리달까...그래서 실패를 받아들이는것도 저랑 분명히 틀려요.

그런데도 자꾸 어린 제가 보여서 가엾고 제가 엄마들 상대로 후보 운동하고 있고.... 2학기때도 저 성격으로는 안될건데..

누가 반장 됐다 그러면 그게 그렇게 부러워요.

매 학기마다 포기하고 살아야하는데, 자꾸 어렸을때가 떠올라 눈물 찔끔 나요.

떨어질까봐 입후보 포기한것도 속상하고...

 

막 던지는 댓글 사양해요. 위로 받고 싶고, 또 마음 다잡는 법 배우고싶어요.

 

 

 

 

IP : 220.85.xxx.39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저도
    '14.3.6 8:17 AM (61.79.xxx.76)

    그런게 있어요.반장욕그 같은 거.
    그래서 우리 애들에게주입시켰죠.
    우리큰애는 그릇이 못되는 애라 걱정만 되고.
    그래서 엄마도우미되어 따라다녔어요.
    그러니 아이도 자신감 만땅.뭐라도 하더군요.
    물론 전업이 대세던 시절얘기지만요.

  • 2. 님 글에서
    '14.3.6 8:19 AM (76.88.xxx.36)

    틀리다,라고 서술하신 부분이 연속해서 나오던데요 틀리다,와 다르다,를 잘 생각해 보심이..

  • 3. ㅇㄹ
    '14.3.6 8:20 AM (203.152.xxx.219)

    반장 뭐 그런건 둘째치고, 자신의 과거를 자식에게 투영하는건 뭐 얼마든지 이해할수 있어요.
    보통 부모들도 그럴껄요. 자신이 어렸던 시절에 갖고 싶어했던것 자식에게 되도록 갖게 해주고..
    그것도 일종의 자기 과거를 자녀에게 투영하는 행동이죠.
    너무 죄책감 갖지 않으셨음 좋겠어요.

  • 4. 입력
    '14.3.6 8:30 AM (223.131.xxx.217)

    같은 성 자녀(엄마=딸, 아빠=아들) 나, 첫째에게
    과거의 나를 투영하는게 얼마나 많은지 '동일시' '투사' 이런 용어로 정리해놓은 이론도 많아요
    원글님만 그런거 아니고...사실 저도 그래요 이제 고등학교 가는 첫딸에 빙의된 상태랄까요..
    병 아니고 그냥 내 아이가 내 인생과제를 해결할 기회를 준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원글님 훌륭한게 뭐냐면요...내가 내 과거를 내 딸한테 투영하는걸 알아차렸다는거에요
    대부분은 아이만 잡다가 아이탓하고 접어두거든요. 이제 아이와 나를 분리하는것만 잘 하시면 돼요
    이 작은 사람은 나하고 다르다,..잘 살것이다...이걸 저도 하루에도 백번씩 외운답니다

  • 5. 지금
    '14.3.6 9:02 AM (122.36.xxx.73)

    빨리 나가셔서 옷도 사입고 운동도 하시고 부녀회에 가서 임원자리 얻기위해 발로 뛰어보시길..님이 외모땜에 반장못했다는 생각은 이제 버릴때가 되었잖아요.나는 못한걸 딸은 당연히 할수있어야한다는 기대자체가 무리에요.아이가 출마를 2학기로 미루는건 제가 볼땐 님아이가 님보다 한수위일수도 있고 엄마의 높은 기대땜에 회피성향이 생기는거일수도 있어요.어느쪽이든 님의 과도한 기대를 스스로 내려놓지않으면 아이가 절망합니다.떨어져도 계속도전하는것에 대해 격려해주시는게 님의 역할이고 그걸로 끝인거에요.

  • 6. 스스로 극복하시길
    '14.3.6 9:05 AM (223.62.xxx.79)

    자존감이 본인은 낮고,딸은 높다셨는데...
    잘못판단하시고 계실 확률이 높아요.
    자존감도 부모자식 상관관계 많습니다.
    사소한것 훌훌 털이 버리시고 어머니부터 자존감 찾으시고 높이시길~

  • 7. 대단
    '14.3.6 10:22 AM (221.148.xxx.167)

    투사죠 님 전문가의 포스가 느껴지십니다
    좋은 분석 감사합니다 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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