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고3 아들

엄마는 절망 중 조회수 : 2,463
작성일 : 2014-03-05 17:06:35

어제 밤 이후로 삶의 지표를 잃은 듯 합니다 .

내일이면 다시 출근해야 하는데 기운이 날지 모르겠습니다 .

오늘 , 바람이 차가웠지만 햇살이 아름다운 날이었어요 .

오랜만에 얻은 휴가를 야무지게 쓸 계획을 갖고 있었건만 이 시간 까지 이렇게 넋 놓고 있습니다 .

산산이 부숴져 버린 내 영혼을 어디에서 어떻게 치유할 수 있을까요.

고 3 아들이 하나 있습니다 .  

영특하나 인내심이 부족하고 근성이 약해 기대에 다소 미치지 못하나 이제 발등에 불 떨어졌으니 

달라 지리라 믿고 있었습니다.  어제, 11 시가 넘은 시각. 제게 어서 자라고 채근을 하더군요.

오늘 휴가라 휴가 전야를 느긋하게 즐기고 싶어 평소 보다 좀 더 길게 거실에 있었습니다 .  

잠자리에 들기 직전 아이에게 인사하러 방문을 열었는데 무언가 안 좋은 기운이 느껴졌습니다 .

펴 놓은 책 밑을 보자 하니 완력으로 저를 밀어내더군요 . 아무것도 아니라고 화도 내고 ..

또 다시 판도라의 상자를 연 듯한 느낌에 머리가 어질어질 했습니다 .  

내가 쉽게 물러날 기미가 아니니 결국은 보여주더군요.

책 아래쪽에 감춰 놓은 스마트폰과 포르노 영상물 …

가슴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그 나이 아이들 흔히 접한다고 하니 단순 그 영상만으로 충격을 받은 것은 아닙니다.

지난 12 월, 고 3 을 앞두고 아이는 휴대폰을 피쳐폰으로 바꾸었습니다.

결국 그 스마트폰은 제 것이 아닌 것이지요. 출처를 물었습니다.

오락실에서 주웠다고 합니다.   휴대폰이란 것이 너무도 쉽게 주인에게 돌려줄 수 있는 물건인데

유심칩 빼 버리고 일부러 돌려주지 않았던 겁니다 .

아이의 도덕성에 너무도 큰 실망을 했습니다.

올바름의 기준을 분명히 알고 있는 아이입니다.

부모로서도 최선을 다해 솔선수범하며 양육했다고 믿었습니다. 그런데, 어째서, 왜 …..

또, 고백할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란 겁니다.

쓰다 보니 굴욕스럽고 처량하네요 …. 스마트폰을 한동안 못쓰게 했더니

시험기간 중 친구 것을 빌려 밤새 공부한다 거짓말을 하곤 이불 속에서 몰래 폰질을

하다 발각된 것이 두 차례. 남의 폰을 주웠다 한 것이 또 한 차례 있었습니다.

제 아들이지만 정말이지 아이를 신뢰할 수가 없습니다.

거짓말을 밥 먹듯, 어떤 양심의 가책도 없이 서슴없이 해대는 태도를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내게 걸린 것만도 적지 않은데 모르고 지난 것 까지 한다면 셀 수 없을 겁니다.

아이에게 물었습니다. 엄마한테 거짓말하는 거 4 살 짜리 꼬마한테 사탕 뺐기보다 쉽지 않냐고 …

고개를 끄덕이더군요.   이 아이를 어찌해야 할 까요? 9 살 , 10 살도 아니고 19 살입니다.

곧 성인이 될 아이입니다.

착하고 예쁜 아이였습니다.

다정하고 살가워 그 존재만으로도 내게 큰 힘이 되어주던 소중한 아이였습니다.

사춘기를 거치면서 지금 까지 반복되어온 크고 작은 거짓말들에서, 그 습관들에서 벗어날 길은 없을까요?

말초적인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임기응변과 거짓말로 상황 모면을 반복해 오면서 성적도 동반 하락했습니다.

직장생활로 아이를 제대로 돌보지 못해 나쁜 습관이 만들어졌나 싶어 자책감이 듭니다. 

좀 더 잘 키울 수 있었는데 내가 현명하지 못해 이런 방향으로 흘러왔나 자괴감이 듭니다.

내게 단 하나 밖에 없는 보석 같은 아이가 지금은 나를 너무 아프게 합니다.

서럽게 합니다 . 그 아이에게 힘을 얻어 용감하게 살아왔는데

이제 그 아이가 나를 자꾸 차가운 바닥에 주저 앉힙니다.

도무지 힘이 나지 않아 밥도 못 먹고 먼 산만 바라보고 있습니다.

어떤 희망으로 이 마음을 추스려야할까요...

IP : 124.50.xxx.13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같은 고3엄마
    '14.3.5 5:29 PM (58.141.xxx.27)

    저희 아들은 고2까지 2g폰 쓰다 남들이 다 고3폰으로 바꾸는 작년 11월 스마트폰 해줬답니다.

    저희 애도 자기 폰이 없으니 남이 흘린폰을 자기 폰으로 가지고 싶어하더라구요..

    그거 우체통에 넣고 그길로 나가 최신 스마트폰 해줬어요..

    그러면서 규칙을 정했죠.. 될 수 있음 음란물은 보지 않는다

    야자 끝나고 집에 와서 자러 들어가기 전에 안방에 있는 테이블에 충전시킨다..등등 요..

    지금 기분 어떠실지 짐작이 가지만..그래도 미워도 한번 더 용서하시고 우리 같이 힘내요..

  • 2. ㅇㄹ
    '14.3.5 5:33 PM (203.152.xxx.219)

    저도 고3 아이 엄마에요. 딸이긴 하지만 저도 외동아이 엄마고요.
    우선 위로해드리고 싶어요.
    저희딸도 참 살금살금 엄마 눈 속이는 행동 할때보면 미울때 많아요.
    자식이라는게 내마음대로 안되죠..
    근데요.. 우리 한번 자식 입장에서 생각해봐요.
    엄마가 하라는대로만 하기엔 걔네들도 짐이 많고.. 유혹이 많아요.
    스마트폰 문제도 부모들은 무조건 스마트폰 지긋지긋해 하지만, 어른들조차
    스마트폰 없이는 생활이 안될 지경인데, 애들은 오죽하겠어요.

    저는 아이 고3이라도 스마트폰 뺏지도 않았고요. 그럴 생각도 없습니다.
    그 아이도 숨쉴곳은 있어야죠..

    철저히 아이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이해 못할것도 없더라고요.
    자기는 하고 싶은데 부모가 못하게 하니 눈속임을 하게 되고, 거짓말을 하게 되고 그런거죠.
    초등학생도 아니고 고3 아이면 이제 곧 성인이 될 아이들이라서
    부모가 강압적으로 무엇인가 시킨다고 다 그대로 듣진 않습니다.

    저도 아이한테 실망하고 속상할때 있지만, 철저히 그 아이 입장에서 생각해보려고 노력해요.
    하고 싶은게 많겠지요.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제 마음도 편하고 아이와의 관계도 좋아요.
    제가 욕심을 내려놓고, 절대 안되는것 법에 저촉되는것 이런것만 빼고는 아이입장에서 원하는대로
    해주려고 하니 우선 제가 편하더라고요. 원글님도 아이입장에서 생각해보셨으면 좋겠어요.

  • 3. ........
    '14.3.5 5:39 PM (115.136.xxx.50)

    에효......넘 넘 힘든하루 보내셨네요.ㅠ.ㅠ
    뭐 좀 드셨어요? 뜨끈한 국물있는걸로 든든히 드시고 달짝지근한 마끼야또나 코코아 한잔 하시고......
    힘내세요...우린 엄마이깐....어른이니깐....우리가 이해해줘야하쟎아요.
    남자 아이들 키우기 넘 넘 힘드네요.....다 지나간다쟎아요......
    글을보니 엄마 사랑 충분히 받은 녀석이니 언젠가 멋진 청년될꺼예요.믿어주세요......
    먼 훗날 오늘일 떠올리면 웃을날 올꺼예여......

  • 4. ...
    '14.3.5 5:50 PM (1.241.xxx.158)

    아이가 착한 아이일경우 착하게 굴려고 더 힘든걸꺼에요.
    사소한 거짓말은 착하게 보이고 싶어서. 엄마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서 하는것이에요.
    아이는 착하고 선한 아이는 맞아요.
    하지만 엄마를 실망시키고 싶어하지 않은 보통의 아이가 몸속에 잇지요.
    아이들은 누구나 다 그렇잖아요. 그게 아이다운거구요.
    아이일때. 아직 더 어릴때부터 아이는 엄마를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살았고 더 더 착하게 굴려고 애썼을거에요.
    그러다보니 사소한 거짓말을 하고 또 착한 아이들이 하는 행동은 모두 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 나쁜 아이들이 하는것도 하고 싶었을거에요.
    아이의 입장에서 읽어보려고 노력하면 얼마든지 아이의 모습이 읽히네요.
    엄마가 강압적이었다는것은 아니에요. 그저 아이가 엄마가 원하는 모습으로 자라길 바랬을뿐.
    사실은 그저 보통의 아이인거에요.
    보통의 아이가 나쁜것이라고 생각하시진 않지요?
    제 소원은 한번이라도 보통의 아이를 키우는거랍니다.
    그래서 보통의 아이와 함께 남들이 다하는것처럼 다투기도 해보고 성적 걱정도 해보고 그러고 살고 싶어요.
    그냥 지금이라도 아이를 이해해주시고 폰을 한번 새로 사보자고 하세요.
    고3이지만 니가 거짓말 할정도로 가지고 싶은것이니 사준다고요.
    고3이 되게 중요하고 한번 지나가면 다시 못올 시간처럼 여겨지시지만
    저 아는 아이 한명은 중학교도 재수했을정도였는데 대학 삼수끝에 여기서 말하는 스카이 바로 밑에 대학 갔어요.
    인생이 길어요.
    인생은 너무나 길기 때문에 아이의 지금 세월에만 조바심 가지지 마시고 천천히 바라보시면서 키우세요.
    좋은 아이네요. 엄마를 실망스럽게 하고 싶지 않았던.
    너무 착하고 붙임성있는 아이이니 폰새로 사주시고 비밀을 가지지 말자. 고 하세요.
    엄마가 너무 바르고 좋은 분이어서 그리고 아이에게도 완벽하게 사랑주고 진지하신 분이었기에
    아이는 엄마의 흠을 잡아 욕할수도 없을수도 있었고 그래서 더 착한 아이가 되려고 애썼을거에요.
    그냥 아이와의 관계는 지금부터 다시 시작이라고 생각하고 노력해보세요.
    엄마가 그렇게 노력하는 한. 아이는 잘못되지 않더라구요.

  • 5. 작년
    '14.3.5 5:51 PM (117.111.xxx.42)

    조금이나 보탬이 될까 하고 10년만에 로그인 합니다.
    원글님과 똑같은 상황. 전 오히려 화면이 노트북만한 핸드폰으로 바꿔주었어요.


    아이 고모부가 만지다가 성기사진들 발견하고 삭제 시키면서 한마디. 저 멘붕.하지만 아무렇지 않은듯 대범하게 힘들때 조금만 봐.

    기숙사에서 아이들이 다본다길래

  • 6. 작년
    '14.3.5 6:02 PM (117.111.xxx.42)

    대학가서 더 고급스런 정말 괜찮은게 있을꺼야. 하지만 지금은 너의길이 아닐꺼야.달랬죠.엄마가 너무 힘든 시집살이를 하는지라 아이도 조금 수긍.그치만 또 엄마 경찰서에서 연락오면 어쪄냐길래(그때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시점) 아무렇지 않게 담담하게 내가 경찰서 갈께.하고 정말 마음은 실망감으로 주저않고 싶었지만 무관심한듯이!
    중간중간 보는거 같았지만 모르는척!
    가끔 조크 삼아 가짜를 보고 진짜라고 생각하면 오산이야! 입력 시켰죠.
    그렇게 일년 지난주s대 입학 했어요.
    그 심정 백분 이해해요.
    하지만 부모가 진지하면 할수록 문제가 커지더라구요.
    힘내시고 믿어주세요.

  • 7. 내려놓기
    '14.3.5 6:18 PM (125.177.xxx.13)

    부모 마음이야 다들 같겠지요.
    하지만 아무리 부모가 간절히 바라고 뒷바라지해줘도
    아이들은 제나름대로 자라는 거잖아요.

    부모가 아이를 받아들이고 아이가 숨 쉴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스마트폰 못 쓰게 하니 반작용이 나타나는 거잖아요.
    아이에게 맞는 테두리를 정해주세요.

    아이를 나쁜 놈으로 만드는 것보다는
    조금 공부 못해 좋은 대학 못 가고 대기업 못가도
    건강하고 밝은 아이로 키우는 게 좋잖아요.

    저도 두 아이 키우며 도 닦느라 기운 빼고 얻은 결론이랍니다;;

    너무 심란해하지 마시고 힘내세요

  • 8. 스마트폰이 뭐길래
    '14.3.5 7:14 PM (14.52.xxx.59)

    우리애도 중고폰 산다고 저 몰래 중고나라 기웃대다 걸리고
    친구 공폰 빌려다가 방학 내내 게임에 카톡하다 걸리고
    친구랑 같이 돈 모아 중고폰 사서 한달에 보름씩 나눠쓰다 걸리고 ㅠ

    제가 보니 중독이란 말이 붙는건 어떻게 할수가 없나 봅니다
    저도 정말 시시각각 절망하는데 애는 그럴때마다 다른애들도 다 그런다,왜 엄마만 스마트폰을 못사게 하느냐,고 덤벼요 ㅠ
    얘는 중독에 취약한 아이인데 정말 미치겠어

  • 9. 자책하지 마세요
    '14.3.5 7:15 PM (59.187.xxx.99)

    저도 그 나이대 아이들 키워본 입장인지라, 그 마음 조금은 알것같아요.
    그래도 너무 힘들어하지 마세요. 제 주변에서 본 결과, 아이들은 당장 어디로 튈지 모르는
    축구공같은 모습으로 살고 있는듯해도, 근본인 부모가 제 자리에서 꿋꿋이 버텨주면 결국 잘 성장해가더군요.
    흔들리지 마시고 보듬어주시다보면, 아이는 곧 어른이 될겁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95814 세월호, 이 대화 읽어보세요. 적나라합니다. 33 비단안개 2014/07/10 5,524
395813 2014년 7월 10일 경향신문, 한겨레 만평 1 세우실 2014/07/10 1,093
395812 깐 도라지 그냥 먹어도 되나요? 5 .. 2014/07/10 2,935
395811 우울해서 글써본건데요..기니까 시간있으신분만 읽어주세요 5 ㅇㅇ 2014/07/10 1,363
395810 고 박예슬양 전시회에서 도종환님의 시 14 다은다혁맘 2014/07/10 2,419
395809 저아래 글보고..요즘은 족보에 최종학력올리나요? 7 족보 2014/07/10 2,096
395808 언어 못하는 이과 아이 문법책좀 도움주세요 ᆞᆞᆞ 2014/07/10 1,048
395807 명문대 논쟁..결국 좋은직장.사교육비용의 문제입니다. 6 QOL 2014/07/10 2,530
395806 아버지들이 힘들어도 내색을 못하는 이유 3 ㅇㅇ 2014/07/10 1,760
395805 장물** ??? 유토피아 2014/07/10 877
395804 싸요, 채소가 참 싸요~! 1 큰맘 2014/07/10 1,700
395803 아이데리고 아직1박도 여행가본적이없어요 2 내얼굴에 침.. 2014/07/10 1,302
395802 제습기 있으니 살것같아요 9 돈값 2014/07/10 3,684
395801 오늘 게시판에 올라온 다양한 김밥속 재료...한번 정리해봤어요... 78 응용멘탈 2014/07/10 7,410
395800 (잊지않겠습니다) 대한민국의 0.1% 7 8형과 다이.. 2014/07/10 1,289
395799 방사능에 노출된 병원 재업 2014/07/10 1,348
395798 검열당한 사진들! 4 터진울음 2014/07/10 2,417
395797 더치페이 경상도여자들이 제일 안하네요 41 hu 2014/07/10 12,687
395796 깜놀할 우연, 겪어보신 분,손! 10 ㅎㅎ 2014/07/10 2,203
395795 ((팝송)) Elton John의 "Circle of .. 라이온킹 2014/07/10 1,018
395794 시험 당일 점수는 전교1등 기세, 자고나면 5점씩 감점 9 성적 본색 2014/07/10 2,763
395793 강아지를 데리고 갈만한 펜션..ㅜㅜ 5 ㅇㅇ 2014/07/10 1,551
395792 캐나다 사시는 분들께..고등 학생 아르바이트.. 5 yj66 2014/07/10 1,629
395791 똥머리 만드는 도구들 잘 되나요? 5 ㅇㅇ 2014/07/10 2,411
395790 검게 변하고 갈색으로 변해요 2 관음죽 2014/07/10 1,4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