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4년 전의 영화
당시엔 잔잔한 여운이 끊질게게 남아 쇼스타코비치의 왈츠에 푹 빠졌더랬다
좋은영화란 뭘까 정의내리긴 어렵지만
언제 어느 때 봐도 다가오는 질감과 감흥이 생생하게 살아난다는 것...
이병헌이란 배우가 가진 눈의 깊이와 몰입도
고인이 된 이은주의 청순한 얼굴
환생이라는 불가사의한 영성을 지독한 사랑으로 표현한 것치고는
투명한 수채화처럼 맑디 맑다
사랑을 하고도 사랑을 꿈꾸는 인간의 속성이 징그럽기도 하지만
가끔 이렇게 현실을 넘어선 영화를 보면 비현실적이라 외면하기보단
가슴이 먹먹해지면서 고요하게 전율이 온다
동화인 걸 알면서도 그 아름다움과 순수함에 혹해
맘이 정화되고 충만해지는 것처럼...
아마 태어나면서 죽을 때까지 변치 않는 주파수가 있는 모양이다
때묻지 않은 본성이 현실에 눌리고 관성에 끌려 살다가
영화든 음악이든 그림이든 어떤 자극에 의해 확 깨어나는 순간
퍽!하고 ..건드리고 가는 순간 말이다
내게 있어 좋은 영화는 이거다
일부러 잡아끌고 가지 않는 무심한 여운으로 스스로를 배회하게 하는 것...
마지막 두 남자가 번지점프대에 올라 행복한 미소를 흘리고
홀연히 몸을 던진다
비극이 아름다운 건 사랑이 있기 때문이다
현실에선 너무 비루하고 쪼잔하지만...
이 영화...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