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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계속 생각 나고

카페 조회수 : 720
작성일 : 2014-03-01 12:01:23

 

어머니가 돌아 가신지 반 년 쯤 됐어요.

전 이전에는 누군가와 죽음으로 이별하는 걸 경험한 적이 없어서 그게 막연히 슬픈거라는 정도로

알고 있었지 느낄 일은 없었어요.

그러다 어머니 돌아 가시고 이제 반 년 됐는데 누군가를 다시는 보지 못한다는 것이

이렇게 안타깝고 또 이것처럼 이게 인간의 숙명이구나 하는 것을 느끼게 하는 일은 없었던 것 같아요.

아무리 돈이 많고 미모가 뛰어나고 유명하고 뭐 어쩌고 해도 이건 어쩔 수 없다는 거.

 

거기다 제가 지금 글을 쓰고 있는 건 전 ㅇ머니하고 그렇게 애틋한 관계도 아니라고 생각했는데도

왜 이럴까 싶은게 이게 나이가 들어서 그런건지 아니면 내 성격이 이별을 잘 못하는 건지 모르겠어요.

 

저와 엄마의 관계는 좀 일방적이었어요. 그것도 일반적인 일방적 관계가 아니고 제가 엄마를 이해하고

감수하고 가야하는 그런 관계. 우리 엄마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서 지적으로 조금 아주 조금 떨어지는 분

이었어요. 그게 배움이 짧다는 것이 아니라 저나 제 아버지가 보기에 지능이 약간 부족한 분.

그러니 본인도 남편하고 같이 살기 힘들었을테고 상대적으로 똑똑했던 아버지는 아버지대로 또 그런

아내와 산다는 것이 항상 힘들었겠죠. 그러니 그 스트레스는 전부 아이들에게 돌아오는데 제가 첫째다보니

제가 그걸 다 받으면서 컸어요.

엄마는 엄마대로 남편한테 항상 좋은  소리 못 듣고 사이도 안 좋은데다 집 밖으로 나가는 걸 두려워 해서

저 뿐만 아니라 동생들 학교 다니면서도 단 한번도 입학이고 졸업이고

학교 행사건 간에 단 한번도 학교에 와 본 적이 없는 분이었어요. 그래서 저는 좀 재능에 비해서

자신감이 없었고 내가 뭘 잘 하는지도 몰랐고 학교서는 존재감 없이 자랐어요.

그래도 속으론 자존심도 있고 나중에는 이런 집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망 때문에 공부를 아주 열심히 잘 해서

아주 좋은 대학 갔는데 그랬을 때 제가 엄마한테서 들었던 건 그래봤자 지 좋지 나 좋냐는 거였어요.

집 이외에 밖에는 나가 본 적도 없는 분이라 사회성, 사교성 제로에 밖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르고

옛날에 동네 아줌마들 몇 알고 지내다 그 사람들 좋을 일 해줘서 아버지가 불같이 화냈을 정도로

밖에 나가면 사기 당하기 딱 맞을 정도다 보니 전형적인 착하긴 하지만 굉장히 고집세고

자기 중심적이고 이건 이기적인 것 하곤 다른데 일을 타자화 시킨다거나 객관화 시키는 일을 잘 못해요 그냥 애들

같죠. 자기가 남한테 악의를 품거나 속이지도 않지만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이해의 폭이 좁고

그런데 어쨋든 전 경제적인 것도 그저 그랬지만 심적으로 정서적 지지 없이 무척 힘들게 컷어요.

엄마는 힘들면 오로지 신경질만 엄청 부려서 전 그냥 어려서부터 신경질 내는 소리 안 듣고

칭찬하는 소리 듣기 위해서 설걷이나 집안 일을 거들어 줄 때도 엄마가 좋아하는 방식으로 해서

그 신경질을 피하고 싶어 했어요. 그래서 지금도 성격이 남 위주인 것 같기도 하네요.

그래도 장녀 의식인지 뭔지 그런 엄마를 한 편으론 가엽게 생각해서 제가 할 수 있는 건

다 했던 것 같아요. 심지어 중고생이 집 밖에 나가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 엄마를 위해서 학교 끝나고

올 때 장을 봐올 때도 많았으니까요. 그래봤자 항상 맘에 안 든다고 욕먹고 그게 본인이 밖엘 안 나가 보니

너무나 융통성이 떨어져서 물건은 다 자기 맘에 드는 걸 사와야 하는식이었죠.

아버지도 이런 엄마랑 살려니 힘들었겠지만 엄마도 돈 얼마 밖에 안 주는 이해심 별로 없는 센 남편하고

사느라 힘들었겠고 그 사이에서 저도 힘들어서 사실은 어떻게 보면 엄마는 저에게 힘든 존재였어요.

엄마의 이해를 바라는 건 생각할 수 없고 내가 항상 엄마를 이해해야 하는 그런 거죠.

지금도 전 남한테 아니오 소리를 잘 못하고 그닥 내 목소리를 잘 안 내는데 이렇게 살았기 때문에

남들 엄마랑 사이 좋은 건 고사하고 그냥 평범한 관계도 아니었지만 전 그거 하나는 말할 수 있다

하고 살아왔어요. 제가 무척 엄마한테 잘 했다는거.

먹을 거 입을 거 필요한 거 며느리한테 말하기 어려운 건 제가 찾아서 갖다 드렸고 취향이 굉장히 까다롭기

때문에 그거 맞추려면 여러 번 바꾸거나 해도 그냥 그러려니 하며 해왔어요.

결혼할 때도 뭘 모르니 그랬겠지만 아무런 조언이나 도움이 없었어도 그것도 내 팔자려니 하고 살았어요.

그래서 엄마가 돌아가신 후에 전 그냥 내 마음이 아쉽다기보다는 시원한 마음도 있을 줄 알았어요.

근데 그게 아니고 막상 돌아가실 때는 몰랐는데 돌아가시고 나서 시간이 흐른 지금이 더 마음이

우울해져 옵니다. 이건 뭘까요? 며칠 전에는 그래서 납골당을 갔다 왔어요.

한 번만 꿈에 나타나 달라고 잘 있다고 한 마디만 해 달라고 말하고 왔어요.

사실은 그런 분이다 보니 죽음을 굉장히 두려워 하셨어요. 보통 사람 같으면 스스로 곡기를 끊어버릴

그런 상황에서도 입에 물을 떠 넣어 드리면 계속 받아 드셨어요. 유동식도 먹을 없을 정도로 몸이

안 좋아진 상황이었고 그러니 몸은 얼굴은 거의 미이라처럼 되어 있는데 그래도 살겠다고

물을 한 숟갈씩 떠 넣어줄 때마다 받아서 겨우 겨우 삼키던 모습 생각하면 평소에도 아플 때 가끔 꿈에서

가위 눌리는지 시꺼먼게 보였다면서 죽음을 무서워 했는데 얼마나 죽음이 무서우면 몸이 그런 상황에서도

끝까지 목숨줄을 잡고 애쓰던 모습이랑 평소에는 기독교를 너무나 싫어 하고 거부감이 심했는데

약간 말이라도 할 수 있을 때 몸이 낫게 기도할 수 있도록 영접 기도 권유했더니 아멘 하는 거 보고 놀랐는데

이제 천국에 가 계실까요?

잘 있다고 내 꿈에 나타나서 한 번 만 말해 줬으면 좋겠어요.

너무 마음이 아픈 건 마지막 영면하실 때 제가 없었어요. 내내 붙어 있다가 그 때는 없었는데

마지막에 가면서 얼마나 무서워 했을지 갈 때 두려워 하지 말라고 다른 가족 형제들 있는 곳으로,

안 아프고  편안한 곳으로 간다고 안심시켜 드렸어야 했는데 그냥 그 무서운 시간을 안심시켜 주지도

못하고 보냈다는 게 너무나 마음이 아파요. 저 말고는 그 역할을 할 사람도 없었는데

이건 다시 어떻게 할 수가 없는 거잖아요.

지금도 눈물 땜에 글을 못 쓰겠어요.

저 어떻게 하면 좋아요. 누가 말 좀 해줘요..      

IP : 175.193.xxx.115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원글님이
    '14.3.1 12:29 PM (14.52.xxx.59)

    자기 합리화를 해야 견디시겠어요
    제가 임종 몇번 지켜보니 음식을 삼키는건 거의 본능급이에요
    살겠다고 먹는다기보다 저작기능이 살아있으면 그렇게 되더라구요
    그리고 임종할때쯤이면 드라마처럼 유언 다 하고 뭐 그러다 가시는게 아니라
    이미 가사상태에요...무섭고 그런것도 의식이 있을때 얘기더라구요
    님도 어머니 때문에 나름 힘든거 많았는데 서로서로 떨치고 놓으세요
    엄마가 지능이 안 좋으셨더라도 그정도로 님이 바람막이 해준건데
    저도 딸 키우지만 님은 하실만큼 하신거에요
    이제 내려놓고 님 인생 알차게 사세요

  • 2. pianochoi
    '14.3.1 1:42 PM (218.147.xxx.231)

    읽어 내려가다 보니 원글님의 마음이 느껴져서 먹먹해져요.
    행복하게 생활하세요, 어디선가 엄마가 보신다면 흐뭇할수 있도록.

  • 3. 자끄라깡
    '14.3.1 3:52 PM (119.192.xxx.123)

    살아계실 때 이미 충분히 잘 하셨는데 그만 연연하세요.
    넘치도록 하셨잖아요.
    그걸로 다 된거라 생각해요.

    이제 살아 있는 사람에게로 시선을 옮겨 놓을 때예요.
    님을 위한 시간을 보내셨으면 싶네요.

    곧 봄도 오는데 님의 수고를 보상하는 것도 생각해보시고
    어차피 우리도 그런 날을 맞이 할테니.

    얼마전 아는 분이 연로하셔서 요양병원에 가보니
    우리의 미래가 있더군요.

    병원을 나서서 길거리 사람들을 보니 걷고,웃고, 먹는것 자체가 신비하기까지 했어요.
    저도 엄마를 잃었고 님의 마음이 와 닿아서 무슨 말인지 알아요.
    여러가지 감정들, 그러나 도리가 없는거죠.
    눈물을 삼킨다는 말이 이해되는 나이이다보니 씁쓸한 미소가 지어지네요.
    몸도 마음도 잘 추스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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