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영화를 보고 왔는데 제 판단이 좀 헛갈려서 의견을 묻습니다.
(글이 좀 길어 죄송.)
편한 자리에서 보려고 맨 뒷 통로 좌석을 예매해서 극장에 갔는데 옆자리에 다른 관객이 있어서
옆이 비어있는 것이 좋겠다 싶어, 영화 시작하기를 기다렸다가 빈자리로 옮겼습니다.
(비인기 영화인데다 평일이라서 극장 안이 널럴했어요.)
제가 앉은 줄은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영화를 보며 오른쪽 의자에 고개를 기대고 봤어요.
그런데 옆에 의자가 계속 흔들거려서 영화보는데 좀 신경이 쓰이더라구요
그런데 뭐 뒷 자리분이 그 의자를 밀거나 흔들어도 제가 앉아있는 자리가 아니니까
내가 할 말은 없겠거니 하고 계속 고개를 기댄 채 영화를 봤어요.
근데 계속 보는데 의자가 너무 흔들려서 고개를 들어보니
뒷자리 젊은 커플 중 여자분이 신발벗고 양말신은 두 발을 올려놓고 계셔서 흔들린거더라구요.
제가 생각하는 기본 상식으론,
극장 의자에 발을 올리는 것, 더군다나 사람이 있는 바로 옆자리에 올리는 것은 기본 매너가 아니어서
순간 당황스러움과 동시에 열이 확 치밀더라구요.
그래서 몸을 뒤로 돌려 빠안히 그 여자분을 쳐다봤습니다. 눈도 마주쳤구요.
그러면 당연히 발을 내리실 줄 알았는데 계속 발을 올린 채 영화를 보시더라구요..
그래서 저도 계속 쳐다봤는데 안 내리셨어요.
그래서 저도 앞으로 몸을 돌린 채 영화를 다시 보는데 의자가 흔들려서 열이 확 나는 겁니다.
제가 욱하는 성격이 있거든요.
그래서 뒤로 몸을 돌려서, " 발 좀 내려주시면 안돼요?"
라고 말을 했고 그 분이 비웃는 + 몹시 기분 나쁜 표정으로 발을 내리며 저를 쳐다봤고
여기서 제가 "기본 상식이 없으신거 아니에요?" 라고 말했어요.
그랬더니 그 분이 제가 앉아있는 그 자리는
원래 당신들이 예매한 자리인데 편하게 보고 싶어서 뒷줄로 왔는데 제가 그 빈 자리에 와서 앉은거고
옆 의자에 제가 기대길래 오히려 편하시라고 발로 의자를 앞으로 밀어줬는데
저보고 몰상식한거 아니냐고 하더라구요.
이렇게 언쟁을 하는 중에 다른 관객분이 "저기요."라고 얘기하셔서
발은 내렸으니 저도 몸을 앞으로 돌려서 다시 영화를 봤지요.
그런데 이번엔... 제가 기대어 있던 자리가 아니라 제 자리를 자꾸 미는 겁니다.(미는건지 치는 건지 차는건지..)
계속...
그래서.. 다시 뒤에 한번 쳐다보고 의자에 기대지 않고 몸을 앞으로 해서 영화를 봤습니다.
영화가 끝나고 나오는데 그 커플이 저를 따라오더라구요. 사과를 받고 싶다고,
그 자리는 원래 본인들 자리였고 본인들이 영화를 편히 보고 싶어서 자리를 옮긴건데
왜 자기 자리도 아닌데에 왜 그런 식으로 말을(욕을) 하느냐, 가 골자였어요.
그래서 나는 사과를 할 수가 없다.
당신들이 자리를 옮긴 순간 자리를 4좌석을 예매하지 않은 이상 그 뒷자리가 당신들 자리이고
앞자리는 당신들 자리가 아니다, 그리고 내가 생각하는 극장에서의 기본 매너는 앞자리에 사람이 앉아있으면
그게 빈 옆자리 일지라도 발을 올리는 것은 매너가 아니다. 그리고 내가 한번 뒤를 돌아서 충분히
발을 내리라는 비언어적 행위를 보인 후에 그 다음에 말을 한 것이 아니냐,
내가 생각하는 기본상식엔 한참 어긋났기에 사과를 할 수가 없다.
(그리고 기본상식이 없는 것 아니에요?는 제 생각을 그대로 담은 말이었지 욕이 아니었어요.)
그랬더니 다시 제가 영화를 편히 보려고 의자에 고개를 기대는것과
자기들이 편히 보려고 의자에 발을 올리는게 뭐가 다르냐는 것이 남자친구의 주장,
그렇게 따지면 내 머리땜에 자막이 안보여서 영화를 제대로 못 본건 어찌할꺼냐,라는 여자분의 주장.
그렇게 끝나지 않는 언쟁을 하다가
저는 사과할 마음이 조금도 없고, 그 커플은 꼭 사과를 받아야 하겠고
3자의 개입이 필요하겠다 싶어 옆에 있는 극장 직원에게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그랬더니 그 직원이 교육생이었던지라 당황하더니 매니저를 불렀어요.
그래서 매니저한테 다시 상황 설명...
영화볼땐 욱해서 말을 했는데, 상황이 그리되고보니 오히려 차분해져서 말을 잘 했어요.
매니저는 참 난처하죠..
누구 편을 들 수도 없고 양쪽 다 고객이긴 하고
그래서 서로서로 이런 부분에 대해서 사과를 해주십사 그쪽과 저에게 각각 부탁하시는데
그래도 그 젊은 커플들이 어이없기도하고, 잘못한 부분도 없다고 생각되어서 사과를 계속 안했습니다.
그러니 여자분은 여기서 이럴 것이 아니라 우리들끼리 밖에 나가서 대화를 하든 해결을 하겠다,
왜 저는 자기들이랑은 얘기도 안하고 지나가는 사람을 계속 붙잡고 억울하다고 호소하느냐, 하는데
그렇게 한 3,40분을 서있으니 힘들더라구요.
중간에서 진땀빼는 매니저 입장도 있고.. 서있기도 힘들고 어차피 얘기도 안 끝나겠다 싶어서
그리고 결정적으로 매니저가 중립적인 위치에는 있지만 저를 더 대변해주는 것 같아서 (느낌이었는지..)
이런 일로 난처하게 해드려서 죄송하다, 매니저에게 말씀 드리고
내가 발 좀 내려주시면 안돼요? 라고 까지만 얘기했어야 하는데
그 뒤에 기본 상식이 없다고 말한 것에 대해서 사과한다. 라고 말을 하고
매니저가 저 먼저 가라고 보내서 그렇게 왔습니다.
평소 욱하는 성격이 있어서 말을 훅 뱉는 경향이 있어서
그렇게 말한게 잘못했다 싶기도 하다가,
아니 왜 그게 잘못됐나 싶기도 하다가,
발 올리지 않는 기본 매너는 나에게만 기본 매너였나 싶고
사과를 하지 말았어야 했는걸 그랬나 여러가지가 헛갈리네요.
이런 상황이라면... 어떻게들 하셨을까요?
(참고로 저는 20대 후반의 여자에요.
혹 임신부 유세한다고 할까봐 얘기하는 동안 바르게 서있으려고 한 만삭의 임신부요.
제가 3,40대로 더 나이가 많았다면 이런 일도 없었을까요)